수술을 하고, 주일 아침에 퇴원하는 스물세 살짜리 필리핀 아가씨가 말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아내가 미처 아가씨를 못 본 내게 “글쎄, 말을 하더라고요.”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듣기엔 그 말을 하는 아내가 더 이상했다. 왜냐하면 그 아가씨는 말을 못하는 아가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한다니 잠시 영문을 몰라 하다가 곧 그 말의 의미를 알아냈다. 그것은 아가씨가 결순(缺脣·언청이)이었는데 입술만 간신히 봉합을 하곤 나이가 먹도록 입천장에 갈라진 부분은 방치해두었다가 이제야 수술을 한 것이다. 결순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입술만 갈라진 것이 아니라 절반 이상이 약 1cm의 폭으로 잇몸에서 목젖까지 갈라져 있다. 그러니 입술을 봉합했다고 해서 말을 바르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천장에 갈라진 것을 고치고 난 다음에야 정상적인 발음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래도록 “헛발음”을 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언어교정훈련까지 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 아가씨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이 말을 하다가 수술 후에 훨씬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것을 듣곤 아내는 “말을 하더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입술만 봉합하고 입천장은 15세 이후에 하자며 미뤄놓은 아이들이 많은데 그것도 모두 할 일로 다가온다. 그 아가씨의 후원은 “필리핀 한국부인회”가 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후원을 받게 되었는데 세 어린아이들은 모두 폐결핵이 있어서 치료 후에 오라며 약을 사들려 보내놓곤 건강한 이 아가씨만 수술을 한 것이다. 외국인들의 후원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서둘러주면 좋으련만 병원의 수술스케줄이 끝났다며 성탄절을 한참 앞두고 있는데도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지나 지난 7일에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해두었던 혈액검사, 소변검사 그리고 엑스레이를 다시 만들어 가야만 했다. 수술을 하려면 전신마취를 시켜야 하는데, 어머니가 심장병이 있어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말을 하게 되었으니 말을 해도 무슨 소린지 몰라 되묻곤 해서 말할 때마다 민망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한 번에 알아듣게 말하고 또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또렷하게 불러 어머니를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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