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기사는 나의 명예다. 하지만, 난 결코 기사를 위해 일하진 않는다. 내가 뛰는 발걸음은 단지 그들을 돕기 위한 생각!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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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기사는 나의 명예다. 하지만, 난 결코 기사를 위해 일하진 않는다. 내가 뛰는 발걸음은 단지 그들을 돕기 위한 생각! 그것뿐이다.
2007년, 햇볕이 따가운 어느 날이었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응급실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를 처리하는 일이다. 이미 동원된 경찰과 해경들은 수습전반에 걸친 일을 진행하고 난 사고자의 신원파악부터 한다..
아!! 어리다···. 참으로 안타까운··· 그녀의 얼굴이 밝게 웃고 있는 여권이 손에 들어온다.
감정에 치우칠 때가 아니지···. 함께한 그녀의 친구들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게 전화번호를 준다. 난 서슴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저, 누구누구 집인가요···? 안타까운 소식을···” 이때 전화기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날라가는 듯 하더니 통곡소리가 들린다. 아마 그녀의 모친인 듯하다.
전화를 끊었다. 이때 서류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서류작업에 들어갔다.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나니 나도 손에 땀이 난다. 여권카피··· 유가족 전화번호 메모··· 사건발생 상황··· 일시··· 메모···
그리고 카메라에 손이 간다. 아, 찍을 수가 없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시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와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가 내 설명을 고맙게 들어준다. 그녀를 장례식장으로 옮기니 그 서늘함이 두 배다. 사실 나도 무섭다. 하지만 나를 믿고 있는 그녀의 친구들을 보니 용기를 내야겠단 생각이 든다. 늘 하던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왠지 머리가 주뼛 선다.
이제 시신처리 문제가 논의된다. 다시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세한 수십 번의 설명에 유가족은 화장을 결정한다. 이런 경우, 유가족이 도착하면 그때 결정하는 것을 일반적인 원칙으로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화지만 내 설명에 설득력이 있었는지 결정을 빨리 내려주었다. 대사관에 전화해 이를 알리고 마닐라로부터의 처리를 부탁한다. 보통 사고 다음날엔 유가족이 도착해 오열을 터트린다. 내 멱살을 잡고 살려내라 통곡한다. 한참을 그러다가 유가족들은 서서히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저 아이의 운명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몇 건의 사망사고 사건을 맡은 후 제일 기억에 남는 유가족의 말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가슴 부풀게 보라카이를 찾았던 그녀는 생을 마감하고 조용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건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배를 탔다. 바다가 더욱 넓어 보이고 하늘이 무한히 높아 보이는데 내 입술이 일그러지면서 눈물이 난다.
허탈하다. 다음날 아침, 일상으로 돌아간 나는 내 가족을 돌아본다. 내가 제일로 챙겨야 할 내 사랑하는 가족이다. 내가 며칠 사건 처리를 하는 동안 잊어버렸던 내 가족이다. 미안하다.
그때 내 아이가 말한다. “엄마, 그 이모 천당 갔어요??”
내가 대답했다.
“응, 거기서 우리 가족 행복하라고 기도해 준댔어”
창문고리에 걸어 둔 기자아이디가 바람에 펄럭인다.
김수진 기자(보라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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