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후원하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네이버톡톡
맨위로


 

기자수첩 - 필리핀에 눈이 오는 그날까지…

등록일 2008년01월22일 11시1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뉴스일자: 2008-01-22
 

인생은 원래 전쟁같은 것이지만, 잡지기자로서의 삶은 항상 전투다. 밤새 마감을 치르고 새벽녘 집에 들어와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겨우 옷만 갈아입고 다시 회사로 향한다. 급하게 아침도 먹지 못한 채 집을 나선다. 옷을 챙겨 입으며 들었던 아침뉴스에서는 오전 10도, 오후 18도의 겨울치고는 따뜻한 날씨라고 했는데,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나의 입에선 입김이 나고 오돌오돌 추위에 떨고 있다. 제각기 자신의 일터로 향하는 시티즌을 가득 태운 마을버스에서 내려 신도림역에 도착하자 모두가 뛴다. 수많은 인파에 이끌려 내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겨우겨우 지옥철을 탄다. 여러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숨이 막혀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꼼짝도 못하고 지하철에 갇혀있길 20여분, 아차! 지하철은 벌써 나의 목적지인 서초역을 지나 교대역을 향하고 있다. AC.. 벌써 지각인데. 교대역에서 겨우겨우 빠져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사무실로 향한다.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서니 지각이다.

 

2년 전 이기자의 서울생활이다

 

지긋지긋했던 한국생활을 청산하고 필리핀에서 새로이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지 2년째. 처음 어학연수 왔을 때의 평온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연일 터지는 사건사고와 이슈들은 2년 전 한국에서의 내 모습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별반 다를 바 없다. 20대 초반의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여학생의 자살소식부터 교민이 교민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무시무시한 소식들을 연일 접하며 한국보다 더 빡센 곳이 이 곳임을 실감한다.

 

지난 8월 한인 여대생의 투신자살소식을 듣고 급히 마닐라의 모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엔 언제나 그렇듯 김영길 전 한인회 부회장이 사고처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자가 도착하자 김 전 부회장은 빨리 차에 타란다. 그와 함께 리잘 애비뉴 산타클로스에 위치한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부검이 막 끝났단다.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것만으로도 부족해 부검까지 했단다. 어린 여대생이 뭐가 그리 힘들어 자살을 했을까. 그리고 무슨 죄로 가족의 동의도 없이 온몸이 찢겨야 했을까. 만감이 교차한다. 조금 있으면 그녀의 부모가 도착한단다. 김 전 부회장은 갑자기 바빠졌다. 그녀의 부모가 오기 전 옷이라도 입혀야 한다고 드라이버에게 돈을 주며 빨리 옷을 사오란다. 옷 심부름을 보낸 후 그가 입을 연다. “휴~ 타국에서 자식이 죽은 것만 해도 청천벽력 같은 일인데, 갈기갈기 찢겨져 벌거벗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모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담배나 하나 주쇼.”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을 쉬더니 “그만 기자분들은 가세요, 제가 뒤처리 하고 전화할 테니.” 돌아오는 길, 그와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돌아섰더니 기자의 마음이 무겁다. ‘필리핀에 눈이 오는 그날까지 살 수 있을까?’    

이동은 기자 gunnie@manilaseoul.com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한인뉴스 필리핀뉴스 한국뉴스 세계뉴스 칼럼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