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비밀을 가지고 있다. 비밀의 크기만큼 행복해진다”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대목이다. 영화는 여자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한 매력적인 남자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자매와의 은밀한 사각관계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사회 통념상 비도덕적,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영화답게 가벼운 터치로 그려 낸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올 한해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준 필리핀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필리핀이라서’라고 국한한다면 몰매 맞을 수도 있겠지만, 본 기자는 어쨌든 필리핀에서 그 비밀스런 현장을 목격했다. 기러기 엄마의 수적인 열세에 밀려 감춰 진 기러기 아빠들의 탈선을 말이다. 여기에서 기러기 아빠는 자녀의 공부를 위해 필리핀 유학생활을 택한 기러기 아빠를 넘어 선 의미의 아빠라고 말하고 싶다. 타국에서 외로워 죽겠는 아빠들을 통틀어 상징한다. 사업 차 홀로 필리핀으로 넘어 온 독립투사형 아빠, 가족 모두 이민 왔지만 필리핀에 친구가 없는 왕따형 아빠까지.
어떤 비밀을 갖고 계세요?
“나는 디게 많어~”
행복하세요?
“···”
참 다양한 필리핀의 기러기 아빠들이 외로움을 이유로 탈선을 하고 있다. 필리핀 국적 부인을, 애인을 만나 옆구리가 시리지 않은 것이다.
‘필리핀이기 때문에’라고 정의 내리기 힘들다 해도, 필리핀이 탈선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만은 사실이다. 얼마든지 값싼 인력의 여성 가정부를 집안에 상주시킬 수 있고, 이곳의 GRO 역시 직업 의식을 갖고 있어 벗 하기가 쉽다. 행여 특정한 곳에서의 만남이 아닐 지어도 필리핀 여성에게 한국 남성은 경제적인 능력이 되는 외국인으로서 매력을 갖는다. 거기다 가정이 있는 몸이라고 역설해도 ‘너와 나’의 관계가 중요한 필리핀 여성들의 선진국적 사고 방식은 외도의 플러스 요인이다. 그리고, ‘외로움’ 그 참기 어려운 욕망. 나도 이해는 간다. 외로움을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을.
하지만 그 욕망의 통로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랑의 전령사로 필리핀 애인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해도 동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탈선에 빠져 자신이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을 져버리게 되는 위태위태한 갈림길에 아빠들은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수신문은 2007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을 뽑았다.
1년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학력위조, 논문 표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거짓말 등 정치인의 도덕 불감증 행위를 풍자한 자기기인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성환갑 중앙대 교수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지경까지 온 것”을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렴풋 필리핀의 아빠들도 도덕 불감증에 빠져 이것이 필리핀에서는 하나의 대중적 코드인 냥 받아들이게 될 지 걱정이 된다.
필리핀 입성 어느덧 1년. 기자에게 들켜버린 2007년의 필리핀은, 공공연하게 아빠들은 다 알고 있는 무언의 동조, 외도의 비밀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남 모르게 비밀을 가지거나 딴 마음을 품은 기러기 아빠들이여, 행복하십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또 어떤 비밀을 갖고 계십니까?
장민수 기자
smile912@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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