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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이민청 단속사태로 본 교민사회

등록일 2008년01월22일 11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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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1-22
 

오늘은 크리스마스. 두달째 감기로 고생하는 필자는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끓여주신 인삼차를 보온병에 넣고 회사에 출근했다. 여느 때 같으면 빽빽한 차들로 교통체증이 심했을 EDSA가 썰렁하기만 하다. 8시40분. 조금 일찍 도착했군. 회사에 오자마자 워드를 열었다. ‘기 자 수 첩’이란 단어 옆에 커서만 깜박거린다. 어떻게 무엇을 써야할까? 동료기자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담배 한대 피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글이 써진다는데.. 나는 담배 대신 인삼차만 열심히 마셔댄다.

 

올해 교민사회의 최대 이슈는 이민청 단속으로 인해 한동안 위축된 교민사회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얻은 교훈도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 6월25일(월) 출근하자마자 사장실로 불려갔다. 토요일(23일)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이민청 직원이 급습해 한국인을 잡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선거철이 다가오니까 이민청 직원들이 돈이 궁했나..’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마닐라 00레스토랑에 이민청 떴다’, ‘케존 00어학원에 들이닥쳤다’고 들어오는 소식들은 긴박한 사태를 예측하기 충분했다. 급기야 28일(목)에는 대사관을 비롯한 한인단체 대표 몇몇이 이민청장을 만나 직접 자초지종을 들어보겠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오프 더 레코드로 취재요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우리쪽도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취재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동료기자가 기사를 쓰는 합동 작전에 들어갔다.

오후 2시 이민청 도착. 대표자들 얼굴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이민청장과의 면담에서도 대표 중 한명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이민청장은 필리핀 언론매체 요청으로 인해 미션 오더를 내린 것은 사실이나 연행 및 여권 압수, 벌금을 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이민청 단속을 즉각 중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마음이 불편했던 대표단을 포함해 필자까지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그 후에도 이민청 단속이 계속돼 업소들은 문을 닫는 등 피해사례가 속출해 사태가 더욱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심지어 SM 메가몰에서 한국 관광객 10명이 이민청 직원들에게 붙잡혀 수갑이 채워졌다는 악성루머가 나돌아 쇼핑몰, 골프장 등 한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판가름이 나지 않을 때였다. 한인회는 7월2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날도 각 대표들이 참석했고 이민청 단속과 관련한 현황과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중 한 대표는 “이민청 직원들도 문제지만 상업비자(9g)를 소지 하지 않은 한국인도 문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관광비자를 가지고 장사한다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이민청 단속사태는 우리 자신부터 합법적인 비자를 가져야 하며 이번 사태로 한국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은 한편 단속사태도 속히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7월13일 주필리핀한국대사관은 1차 대응으로 필리핀해외근로자의 한국취업비자발급을 보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홍승목 총영사는 이민청 관계자를 만나 “우방국가 국민에게 이런 식의 법 집행은 정상적이지 못하다” “모든 외국인이 아닌 유독 한국인만 타깃으로 조사했다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등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이 일은 교민들의 답답했던 심정을 밝히고 시원스럽게 대응한 부분으로 여러 교민들로부터 환호를 받았으나 정작 홍 영사는 필리핀 외무부의 심기를 달래는 임무를 감수해야 했다.

이민청은 대사관 관계자와의 만남을 통해 이민청 단속이 중지됐음을 분명히 하고 양자간의 핫라인 설치, 단속이 나올 경우 대사관과 한인회를 통해 확인 가능, 이민청장의 사인 없는 미션 오더는 적법한 단속이 아님을 약속했다.

그간 힘들게 애쓴 노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했을 시, 이민청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두고 볼일이다. 이민청 단속사태는 마무리 됐으나 뒤늦게 난리를 치는 건 필리핀 언론이었다. 필리핀 유명 일간지부터 시작해 중국 교포 신문에서도 ‘불법 한국인 소매업 단속’이란 제목으로 연일 보도를 때렸다. 이에 지난 7월23일에 열린 ‘Knowing Korean Community’(한인커뮤니티 제대로 알자!) 미디어 컨퍼런스는 필리핀언론을 상대로 교민사회에 대해 역설하면서 필리핀과 한국의 우호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데 서로가 노력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좋은 계기가 됐다. 비록 그날 오후에 아로요 대통령의 국정연설로 많은 언론사가 참석하지 못했으나 몇몇 유명

일간지를 포함해 방송사가 참여해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민청 단속 사태 영향으로 교민사회는 단결되는 움직임이 엿보였다. 한인총연합회로 명칭을 바꾼 한인회는 8월15일 골프대회를 개최해 긴밀한 협력체제로 단속사태를 신속히 해결한 데 서로를 격려하고 단체간의 단결을 도모했다. 필리핀남부친목회도 파라냐케 소상공인들이 이민청 단속이 계기가 되어 지역친목모임으로 결성됐고 9월1일 발기총회를 가졌다.

한인총연합회와 이민청은 또 9월11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호협력을 강화했다. 양해각서는 첫째, 이민청에서 시행중인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캠페인에 한인총연합회가 적극 지원한다. 둘째, 이민청은 자진신고 벌금 납부시 블랙 리스트 등재를 제외하고 납부 후 희망 시에 체류, 출국 및 재입국을 보장한다. 셋째, 이민청이 실시하는 한국인 강제 출국자 단속에 한인총연합회 임원이 동행해 인권침해 및 부정단속을 방지한다. 넷째, 한인총연합회의 요청(정당한 사유)에 의해 관광비자를 최대 6개월에서 16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등으로 더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게 했다.

필리핀에 있는 한국인 누구나 ‘이민청’하면 눈살을 찌푸린다. 이번 이민청 단속 사태로 인해 올해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사자성어가 있듯이 이번 사태를 통해 이민청과 필리핀 교민 사이에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이해관계가 넓혀지길 바란다.

장혜진 기자 wkdgpwls@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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