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후원하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네이버톡톡
맨위로


 

‘죽음보다 큰 무언가에 대한 희망’

김연근의 시사칼럼

등록일 2008년01월14일 11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뉴스일자: 2008-01-14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필리핀 정계의 화두는 단연 2010년의 대통령 선거에 관한 것이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연일 자선행사를 한다면서 빈민가를 누비며 화제를 만들어 내는 통에 달아오르기 시작한 열기는 여론조사와 헌법 해석 논쟁까지 불러 일으키면서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에 70을 넘긴 에스트라다는 차기 대선에 범야권의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는다면 자기가 출마할 수도 있으며, 출마시에는 여권에서 라모스 전대통령을 비롯한 누가 후보로 나오더라도 압승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새로이 영화 출연을 검토하는가 하면, 정.군.종교계 비토세력의 음모로 누명을 쓰고 대통령직을 박탈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자서전을 곧 펴낼 예정인 그는 현직에 있는 어떤 정치인들보다 활발하게 매스컴을 타고 있어 가히 ‘무관의 제왕’을 방불케 한다.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한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어 여권에서는 그를 사면한 아로요대통령의 조치를 ‘호랑이를 우리에서 풀어준 격’으로 볼 정도다.

정부측은 에스트라다가 일체의 공직 출마를 하지 않고 몰수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해준 만큼 사면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에스트라다는 바랑가이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만큼 피선출권도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하나 헌법상의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은 어디까지나 현직 대통령에 국한되는 것이고 전직 대통령이 이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선 출마는 에스트라다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당제가 사라지고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는 현 다당제 체제에서 대선 출마를 공언하는 후보가 즐비하지만 모두 에스트라다의 낙점을 받기에 급급해, 일명 ‘지프니 대통령’으로 불리는 에스트라다의 측근들은 “에랍의 지프니는 이미 만석”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는 유력한 여권후보랄 수 있는 놀리 카스트로부통령조차 에스트라다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초청을 기다리고 있다.

에스트라다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촉진하는 ‘킹메이커’에서 머물지, 아니면 후보 단일화가 안된다는 구실로 스스로 대선에 나설지는 지금부터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지면서 필리핀 정계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지만, ‘권력과 여자에 관한한 나이는 불문’이라는 속설이 깨질지는 의문이다.

필리핀 군부가 작년에 입찰에 부친 공격용 헬기 6대 구입(미화 296백만불) 계약이 부정입찰이라는 의혹이 나돌면서 정부가 시급히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월남전후 미국에서 불하받아 반 수 이상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노후 헬기를 교체해 야간작전까지 가능하도록 신형 헬기를 발주해 맥도널 다글라스사의 계열사가 이를 수주했으나 입찰에 의혹이 있다고 폴란드와 이탈리아의 입찰사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2007년에 필리핀은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으나 후반기 광역 전산망 스캔들등 비리가 잇달아 국정을 멍들게 했다. 이 무기 계약이 ‘제2의 광역 전산망 스캔들’이 돼서 ‘희망적인 신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90%이상의 국민들을 실망키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1월은 그냥 넘기겠지 했던 기대를 불과 수일 만에 무산시킨채 국제 유가는 1백불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페소화는 당분간 마지노 선이 될 거라고 예측했던 불당 41페소의 벽을 깨트려 버렸다.

정유사들이 국내 유가 인상을 예고하자 아로요대통령은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재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입관세를 낮췄지만, 민간에서는 1-3%대의 관세율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12%인 석유제품 부가세율을 면제해야 국제유가 상승폭을 상쇄시킬 수있다고 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선주자중 한사람인 로하스상원의원과 석유 소비자협회는 부가세를 감면해 배럴당 4페소를 절감하면 서민경제가 원활해지고 그만큼 다른 부문의 소비가 촉진되므로 세수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금년을 ‘흑자재정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세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가 징수가 용이한 세원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7%의 성장과 거시경제적인 제반 지표가 양호했던 작년이지만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이 필리핀의 국가 신용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은 것은 들쭉날쭉한 조세행세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었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누’를 범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내내 2%대에 머물던 인플레율이 12월에 3.9%로 치솟은 것이 누적된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므로 통화당국이 긴장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작년 한해 내내 느긋했던 중앙은행은 아직 정부 가이드라인인 5%에는 여유가 있으며 두 세차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필리핀 특유의 ‘노 프라블렘’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년중 19%가 평가 절상돼 아시아 통화중 최강세를 보인 페소화의 인플레 억제 효과 덕분이었으므로 결코 자만해서는 안될 것이다.

페소는 3일 신년 첫 장에서 불당 41.01로 강세를 예고하더니 9일 불당 40.56을 기록해 이제 불당 39페소대 진입이 시간 문제임을 보여줬다.

2년간 40%의 페소화 평가절상은 외채에 시달려온 필리핀에 그만큼 원리금 감소 효과를 가져와 지지부진했던 사회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게 했고, 또 수입품이 대종을 이루는 물가 억제에도 기여해 왔다.

하지만 수출 산업을 멍들게 해 많은 수출상이 폐업하면서 수출 5백억불 달성이 물 건너갔고 8백만에 달하는 해외근로자들이 정부에 비상대책을 촉구하고 나선지 오래다. 2년전에 월 1천불을 송금하면 5만5천페소를 받았으나 지금은 4만 1천페소 밖에 안된다며 일부에서는 해외 취업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송금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객, 유학생, 대부분의 교민에게 똑같이 해당되므로 결코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지난 해 필리핀 경제는 7% 성장하면서 상장기업들은 23% 이상 수익을 실현하고 종합 주가지수를 21% 끌어올렸다. 성장률이 아시아에서 10위권내에 오르면서 금년에도 6.2-6.7%에 달하는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년평균 인플레가 2.8% 수준에서 이 정도 성장이면 일견 근사해 보이지만, 그 저변에 작용한 환율의 기여도와 부작용은 시급한 경제 정책의 보완을 필요로 하고 있다. ***

9일 마닐라에서 열린 ‘블랙 나자렌’ 축제는 물경 10만명이 넘는 맨발의 시민들이 불에 그을린 십자가 상을 만져 보여고 열광하다 2명이 죽고 40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항상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연례행사지만 이 축제가 결코 중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여론이라니, 그것은 ‘죽음보다 큰 무언가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한인뉴스 필리핀뉴스 한국뉴스 세계뉴스 칼럼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