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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러운 지프니들의 파업

김연근 시사칼럼

등록일 2007년12월14일 10시5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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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2-14
 

지프니를 비롯한 대중 교통업체들이 치솟는 기름값에 항의해 전국적으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13일 오전 현재 우려했던 교통 대란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당국이 발 빠르게 대처해 메트로 마닐라에서만 2천명을 풀어 교통 정리에 나서고 칼라코딩을 해제하는 한편 수십대의 관용버스들이 통근자들을 실어 날라 혼란을 줄인 것은 잘한 일이다. 반면 총파업에 나서면서도 서민들 가계에 지장을 줄까 우려해 교통요금 인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80% 이상이 정상운행에 나선 대중교통 업체들의 일리 있는 총파업(?)이 측은하기도 하다.

정부가 유류 수입관세와 말람빠야 유전 로얄티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전기료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검토하고 있는 것도 수긍이 가지만, 사실상 그 재원은 우선적으로 대중교통 업체들을 지원하는데 쓰여져야 할 것이다. 전기료는 전력의 발전, 송전, 배전을 맡은 독과점 업체들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민영화와 자유경쟁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지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식으로 보조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이런 면에서도 12일 있었던 송전공사(Transco)입찰이 마침내 성공리에 끝난 것은 발전산업 민영화를 가속화시키고 재정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반가워할 일이다.

송전공사 입찰에는 세계적인 유수업체들로 구성된 21개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최종 응찰자격을 얻은 산 미구엘 컨소시엄 등 4개사 중에서 39억5천만불을 써낸 몬테 오로- 중국 국영 송전공사 컨소시엄이 39억 5백만불을 써낸 산미구엘사-네델란드-말레이시아 그룹을 제치고 낙찰을 받아내 필리핀 사상 최대의 입찰전은 막을 내렸다.

25년간 송전을 독점하는 프랜차이즈라서 이권이 큰 만큼 경합도 치열했지만 앞으로 상·하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 변수는 있다. 낙찰 전부터 이 낙찰 배후에 아로요 대통령의 오빠인 부보이 마카파칼 주니어와 5월 선거에서 여당 자금책을 맡았고 ‘광역 전산망 스캔들’의 배후 인물인 국제 컨테이너 서비스사(LCTSI)의 엔리케 라존 회장과 메랄코를 거느린 아보이츠그룹이 불법 로비를 했다고 잠비 마드리갈 상원의원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2003년 이래 5번째 입찰에서 평가액보다 고가로 낙찰에 성공한 것은 잘된 일이고, 그간 지지부진했던 발전산업 민영화 실적이 60억불에 이르게 된 것도 좋은 조짐이다.

한전필리핀(KEPCO)이 장기공급계약 미타결로 미뤄왔던 세부 화전을 착공키로 한 것도 ‘2011년 전력대란설’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대림이 3억불에 이를 수주해 환경오염을 감소시킬 클린 석탄 화전으로 시공키로 한 것도 굿 뉴스다.                    

 필리핀 가톨릭이 전통적으로 10일씩 철야예배를 해온 퀴아포교회와 시장일대 도로가 물펌프로 청소돼 악취가 가시고 말끔해진 것도 처음 있는 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보조 역할을 했다.***

 

34명의 하원의원이 동반 출국해 국고를 낭비하고 의회일정에 차질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아로요 대통령의 10일간 유럽 순방을 비난할 일만은 못 된다. 스페인과 영국에서 수십억불의 투자 확약을 받은 외에 쿠웨이트까지 불시 방문해 학대한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여성근로자를 감형시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보다도 영국내 인터뷰에서 “자신은 훌륭한 경제학자일지는 몰라도 좋은 정치인은 못 되는 것 같다”고 아로요 대통령이 내란과 테러, 정치 불안을 감당하는데 역부족임을 자인한 인간적인 고백은 높이 사 줄만 하다.

장담컨대 내노라 하는 세계적인 정치인에게 필리핀을 통치시켜도 수년 안에 내정과 경제를 바로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일 전 페닌슐라호텔 쿠데타 현장에서 진압을 위해 취재진에게 철수하라는 예고를 하고 진압군을 투입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연행당했다 풀려난 취재진이 불법 체포 운운하며 인권 탄압을 논하는 나라니 말이다. 이해 관계에 따라 조석으로 줄을 바꿔서며 족벌정치 유지에 골몰하는 정상배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어느 나라고 공권력 행사에 협조하지 않는 언론에 필리핀만큼 아량을 베푸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내년 예산안, 저가 의약품 수입법안, 대 일본 자유무역협정안 같은 법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7월 1일 개원한 의회가 6개월간 한 일이라고는 형식적인 대통령 탄핵안 처리와 광역 전산망 스캔들, 대통령궁의 의원 로비스캔들 청문회 밖에 없는 것 같다.

국제 유가가 치솟고, 페소화는 다시 41.12로 신고가를 기록하고, 광물, 수자원의 보고로 필리핀이 최근접국가이지만 동남아국가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프리틀리제도’(남사군도)를 중국이 자국 행정지역으로 선포해도 정치권은 아랑곳이 없다.

5월 선거에서 야당 선거책을 맡았던 오스메냐 전직 상원의원은 여론조사기관 ‘아시아의 맥박’에 의뢰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부패한 대통령은?” 이란 설문으로 1200명의 응답자로부터 아로요가 1위(42%), 마르코스(35%), 에스트라다(16%)라는 결과를 얻어 발표하는데 성공했다. 마르코스, 에스트라다보다 아로요가 더 부패 하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지만 필리핀 정치인들은 여론 조작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문제는 언론이나 여론조사기관이 이권에 눈이 멀어 진실을 선도해야 할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데 있다. 정치, 경제 분야에서 진실을 추구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언론은 이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 전체에 비리가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일주일 남은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이른바 ‘조중동’이 수년 전 모 후보를 인터뷰한 자기 신문 지면보도조차 외면하는 것은 특정 후보를 편애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자기부정이요, 신문의 존재가치를 말살하는 자살행위에 다름없다. ***

 

거리에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랜턴이 밤거리를 밝히고 여유가 생긴 정부는 150만여 정부, 국영기업체 직원에게 1만페소씩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밝혀 연말연시 분위기가 더 훈훈해졌지만, 크리스마스까지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정부가 공산당-신인민전선-신민주전선(CPP-NPA-NDF) 반군 연합과 추진중인 물밑협상의 성과가 밝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무장을 포기하고 정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상이 타결되면 2억불의 예산을 확보해 2만여 반군들에게 1인당 40만페소까지의 파격적인 생활정착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박물관에 들어간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50년 이상 내란으로 멍든 필리핀의 재건을 위해 반군 지도자들이 아집을 버리고 협상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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