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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만은 않은 ‘필리핀 러시’

김연근 시사칼럼

등록일 2007년11월05일 10시3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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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1-05
 

법정 공휴일이 많은데다 예고 없이 지정되는 임시 공휴일이 많은 것도 필리핀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지난 29일(월)은 바랑가이 선거일이었고, 1일(수)과 2일(목)은 가톨릭의 휴일인 만성절과 만령절이다보니 주 5일 근무제가 반전돼 주 5일 휴무가 되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했으니 기업들이 불평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반면에 긍정적인 효과도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전국 4만2000여 바랑가이의 장과 의원, 청소년 자치위원을 뽑는 바랑가이 선거는 2년마다 치르도록 돼 있지만 그간 예산 부족, 준비 부족 등의 사유로 2차례나 유산돼 치른 것이며, 이번에도 연기 일보 직전에 치러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의 동과 유사한 말단 행정조직이지만 바랑가이의 권한은 강력해 자체 치안권과 각종 인허가 동의권을 갖고 있어 지방 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만큼 파워가 있고 이권이 따르다 보니 그 선거전도 치열해서 총격 사고로 근 30여명이 죽고 그 이상이 다쳐야 했다. 몇군데서 선거가 연기되거나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 한자리를 놓고 형제간이 다투기도 하고, 득표수가 같은 후보자간에 제비를 뽑거나 1년씩 교대로 임기를 맡기로 하는 담합도 발생했다. 사랑가니에서는 9표차로 낙선된 바랑가이장이 임대상인들이 등을 돌렸다고 그가 소유한 재래시장(Wet Market)을 폐쇄하는 사건도 있었다. 선관위는 그래도 6년전보다 사건 사고가 1/2로 줄어든 평온한 선거였다고 자평했다. 어쨌든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인 바랑가이 선거가 6년만에 치러져 물갈이가 된 것은 잘된 일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만성절과 만령절은 캐톨릭의 모든 성인들과 죽은 영혼들을 추모하는 날이지만 절기상으로 추수가 끝나고 성묘를 하게 되는 것이 마치 한국의 추석과 비슷하고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대체하는 것이니 이해가 간다. 이미 4일 연휴 하루 전인 31일 오후부터 모든 국내선 공항, 버스 터미널, 여객선 터미널이 인파로 북적였고 아로요대통령 가족도 1일 오전부터 마닐라 북부 공동묘지와 타귁 기념묘지 등 3군데를 돌며 시부모와 선친 마카파칼 전대통령을 추모하고 또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연휴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정치권의 과열된 분위기를 식힐 수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주말 단행된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에 대한 전격 특사가 파문을 일으킨 외에는 정치권이 소강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수뢰범인 에스트라다를 무기징역 판결 6주만에 사면한데 대해서 국제사회와 경제계, 인권단체는 아로요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미약하다고 비판하고, 검찰조차 사면의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음미할만한 정치적인 복합적 요소가 잠재돼 있다.

범법자이긴 하지만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은 국민 지지도면에서 아로요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정치인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통합 야당(UNO)의 지도자다. 아로요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인 라모스 전대통령은 에스트라다 전대통령 사면이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를 발했으며 이는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국가광역전산망스캔들(NBN)과 탄핵을 예방하기 위해 뿌려졌다는 하원의원, 주지사들에 대한 270만불의 뇌물 스캔들에 쫓기면서 연립 여당이 와해돼 대통령 탄핵이 가결될 수도 있는 곤경에 처한 아로요 대통령으로서는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 그래서 야권을 무마하면서 국민 화해를 위한 비장의 카드로서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의 전격 사면을 단행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에스트라다 전대통령과 아들 징고이 상원의원이 아로요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아로요 정부를 지지한다고 말함으로서 일시적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단방약의 약발이 얼마나 지탱할 지는 의문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아로요 축출-과도정부(junta) 수립 계획을 입안해 푸노 대법원장에게 행정수반대행 의사를 타진했으나 대법원장은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쿠데타 모의인데도 대통령궁은 공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 야당의 의장인 마카티 시장 비나이는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이 전화를 해 그가 야권에 있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5일 국회가 개원되면 야당은 베네시아 하원의장을 설득해 강력한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 FBI, 호주, 이스라엘 조사단이 경찰 의견과 같이 글로리에타 쇼핑몰 폭발 사고를 관리 소홀로 인한 가스탱크 폭발로 결론지은 것조차 반발하면서 시정부 자체가 다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사건 해결보다는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감을 주고 있다.

이같이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취하는 야권에 대해 아로요 대통령은 경제가 살아나 2%대의 저인플레속에서 7%대의 성장을 하고 있고, 지난 6년간 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물러나라고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임기가 끝나는 2010년까지 기다리라고 응수했다.***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한 지 만 10년만에 한국은 원화 환율이 불당 8백원대로 진입하고 금년 국민소득이 드디어 2만불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국민소득 1만불 돌파 후 십수년만에 2만불로 접어든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실감나지 않는 것은 살인적인 물가고 때문일 것이다.

필리핀의 페소 환율도 31일 43.675를 기록해 7년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이 연일 수억불의 달러를 매입해 환율 급등을 억제하고 있지만 대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자국 환율 상승은 달러 표시 외채 상환 부담을 줄이고 인플레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역효과도 만만찮다.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고 해외 근로자들은 정부가 환율을 우대하지 않으면 은행을 통한 본국 송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11월 1, 2일 송금 억제 캠페인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물간 패스트푸드 열기로 이제 ‘빅맥지수’로 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비교하는 트랜드가 대신 스타벅스의 ‘카페라떼 지수’로 대체되고 있지만 필리핀에서 80-90페소 하는 커피가 한국에서는 3천8백원이니 2배 차이가 나고 있다. 커피뿐이 아니고 기름값, 교통비 등에서 필리핀은 1/2-1/5에 불과하다. 반면 전기료, 통신료는 필리핀이 비싸지만 의식주 전반에 걸친 생활물가는 한국의 절반 이하일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한국에서 사는 것이 나아졌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보니 부동산 거품에 기인한 전반적인 물가고의 해소가 여전히 한국의 경제 과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아직 4만불을 목전에 둔 선진국 대열로 합류하는 것은 요원하니 안타깝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후를 위해 필리핀에 은퇴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이 2000년 71명에서 작년에는 1200여명으로 늘었고 이 숫자는 1900명의 동남아 이주자중 무려 60%를 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필리핀으로...” 노후, 유학, 레저를 위한 ‘필리핀 러시’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왜일까?

김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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