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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자연과 자원, 그러나 사람들은···

김연근 시사칼럼

등록일 2007년10월19일 17시0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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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0-19
 

필리핀의 정치 기상도는 몇 년, 몇 달이 아니라 며칠 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양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도 정권 장악을 위한 여야간의 논란이 치열하긴 하지만 이는 국정이나 정책에 대한 공방이여서 여론의 방향은 예측이 가능하고, 사건·사고가 이슈가 되더라도 여야의 채널을 통해 다듬어져 나오므로 정치의 모양새는 봐 줄만 하다.

그러나 필리핀의 경우 ‘십인 십색’이라고 할 만큼 정당이 많으면서도 정당에 대한 개념이나 소속감이 희박해선지 정당이라기보다는 파벌이나 도당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국정과 정책에 대한 논의보다 각종 비리, 부정 부패 사건이 주된 이슈가 되다 보니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 무성하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이번 주도 지난 수개월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뇌물 비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주 형식적인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들에 대한 2백만 페소 뇌물 수수설에 이어, 이번에는 지난 11일 대통령궁에 모인 2백여명의 하원의원 만찬과 이어진 주지사 모임에서 20만페소에서 50만페소가 든 종이백이 제공돼 여론이 들끓었다.

일부 하원의원과 주지사가 방송을 통해 장관들이 이를 전달받았다고 시인해 여론이 발끈하고 나섰고 급기야는 ‘캐톨릭 주교회의’(CBCP)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야당도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은 직속 ‘반부패 위원회’에 이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야당은 대통령도 그 만찬석상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를테면 한국식 보스 정치의 ‘촌지’ 또는 ‘거마비’가 또 다른 비리의 타겟으로 등장한 것인데, 이는 권력기반이 약한 필리핀 정가에서 조직 관리나 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수십년 전부터 행해진 관행이지만, 현 대통령이 워낙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보니 언론이 이를 뇌물로 과대 포장해 문제를 키우는 감이 있다.

최근 대통령과 소원해진 베네시아 하원의장이 17일 대통령에게 ‘공직자 도덕 개혁’을 주문하고 시행이 미진하면 연정 해체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해 파장은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아로요대통령은 다시 2012년까지 연방제 구성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야당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과소평가하고 있다.

중앙정부에만 권력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메트로 마닐라에서 버려지는 하루 8천톤의 쓰레기 매립장의 소관을 둘러싸고 인근 리잘 지방의 주지사와 자치읍장 사이에 다툼이 생겨 수도권에 쓰레기가 방치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수년간 9억페소의 쓰레기 처리 수수료를 받아온 읍장이 매립장이 포화상태라서 새 매립장을 고시한다는 주지사의 지시에 반발해 새 매립장 폐쇄로 맞서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급기야 행정자치부가 읍장의 손을 들어줘 수도권 쓰레기 적체 위험은 면했지만, 도로와 학교시설에 쓸 수수료를 읍장이 챙겨왔다는 논란이 제기돼 옴브즈만이 조사에 나섰다. 쓰레기, 골재, 환경미화, 도박시설 운영, 각종 인허가에 따른 지방 자치단체들의 비리가 부지기수고 규모도 엄청나지만, 이를 통제할 중앙정부가 미약하고 언론, 사회단체는 조사에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이들 비리는 외면하고 쉽게 포착되는 정치권,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과거 4년간 보류돼 왔고 정부가 준비 미흡을 이유로 또 연기하려다 상원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실시가 확정된 기초자치단체 바랑가이와 청년 자치회 선거가 마침내 다음 주 실시된다. 벌써부터 촌지와 향응 제공으로 전국 4만 8천여 동리마다 잔치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십년후 이 후보자들이 하원과 상위 지자체에 진출할 것을 예상해 보면 필리핀 정가는 여간해서는 맑아질 것 같지 않다. ***

금년도 예산적자를 630억페소 이내로 운영한다는 정책목표는 금년 9월까지의 예산적자가 4백억페소를 기록하고 있어 마침내 달성 가능하게 됐다.

중간 선거가 끼어 방만했던 상반기 예산 지출과 부진한 국세청, 관세청의 세수에도 불구하고 예산 적자 관리가 가능했던 것은 국영 석유공사 자회사와 전력공사 산하 발전소의 민영화에 힘입은 바 크다.

국유 재산을 팔아 적자를 메우는 식의 임시방편적 회계이긴 하지만, 내년까지 예산 적자를 일소한다는 중장기 과제를 해결하므로서 필리핀의 대외 신용도가 올라갈 것이므로 이는 고무적인 일이다. 정부가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고질적인 징세행정의 차질을 치유할 정책수단이 시급한 것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영 전력공사는 지난 16일 근 7억불에 달하는 6백메가 석탄 화력발전소의 국제 입찰을 성공시켜 그간 부진했던 발전산업 민영화에 새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제 연말에 있을 40억불에 달하는 ‘송전공사’(TRANSCO)입찰이 성사되면 재정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물론 국제적으로 오명이 높은 전기 사용료를 낮춰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금년 들어 7%대의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업종은 건설, 콜센터 등 기업업무 외주업, 관광과 광업을 들 수있다.

주택산업은 신 중산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해외근로자와 한국등 외국의 은퇴자들의 구매 수요가 잇따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발 뉴스에 의하면 금년들어 해외부동산 매입붐은 미국, 호주등에서 동남아시아권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그중 60%가 넘는 119건의 매입이 필리핀 부동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투자 신고를 받지 않은 부동산 매입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바야흐로 필리핀에도 한국발 부동산 투자가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주택 평균 매입단가가 1억 5천만원대여서 무난해 보이지만 자칫 한국식의 부동산 투기가 성행해 필리핀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어서는 안될 것이다. 비싼 주택가격은 투기업자와 중개업자를 제외하고는 실수요자나 교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광업에 있어서 1조불에 달하는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가 더디기는 하지만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가 급등에 힘입어 기존 24개의 ‘대규모 광산’에 이어 12개를 추가해 외국인 투자대상으로 개방했고 이로서 65억불로 예상했던 광산업 외자 유치목표는 1백억불을 넘어갈 전망이다.

또 한국발 뉴스로 세계적인 ING자산운용사의 라이언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내년도의 투자 화두는 식량, 광물 등 실물과 아시아가 될 것이며 그 중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필리핀을 꼽아 화제를 모았다. 그가 필리핀을 거명한 것은 세계 상위권에 있는 구리, 니켈 등의 광물때문이며 개인적으로 필리핀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과 광산 개방 확대 조치가 맞물린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이처럼 양극적인 필리핀의 정치와 경제가 조화되기 어렵다고 해서 아쉬워할 일은 없다. 모자라고 부족한 것을 탓하기보다는 있는 것을 즐기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이 풍족한 것이다.

한국 사람중 세계적인 ‘해양자원의 보고’인 필리핀 남단의 셀레베스 해역을 가본 사람이 있는 지는 아직 과문한 탓인지 들어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바다 해삼이 발견됐다는 소식과 아울러 바다 생물과 종의 발생을 조사한 미국 국립지리학회와 우즈 홀 해양연구소의 사진전을 인터넷을 통해 보면 이 풍부하고 신기한 나라에 사는 것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축복받은 자연과 자원, 그러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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