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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병의 절규

시사칼럼 '세상만사' - 김관형 목사

등록일 2007년10월08일 17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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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0-08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며 병원신세를 지는 칠순이 넘은 노병이 과거를 알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글을 쓴 것을 보았다. 그렇다. 참전했다가 돌아오면서 탄피를 녹여 덩어리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그것을 팔아 송아지라도 한 마리 사서 살림에 보태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세대가 지금의 60-70대들이다. 그들은 자기 생명을 담보로 하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가는 것을 자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받을 몫을 떼어 만든 것이 경부고속도로고, 그 도로를 통해 산업이 발전하여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역시 서독에 광부로 그리고 간호사로 갔던 많은 젊은 남녀들은 지하 수백 미터의 탄광 막장에서 그리고 병원 영안실에서 시신을 닦으며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그들이 보내는 외화 그리고 그들을 발판 삼아 정부는 차관을 얻게 되어 국가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 번 가면 돌아오기가 어려웠던 그 때 그들은 향수병에 시달리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참고 또 참았다. 그들이 지금의 60-70대들이다. 일제의 압박과 2차대전의 소용돌이 그리고 6.25의 참화와 4.19와 5.16의 격동기 속에서 생명을 부지하는 것조차도 맘대로 되지 않는 질곡의 삶을 살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배우고 또 일해서 오늘의 밑거름이 된 분들이 지금의 70-80대들이다. 

누구나 늙으면 세월의 풍상으로 볼품이 없어진다. 그 보다 더 서러운 것은 질병과 사회적인 냉대다. 지금의 60-80대들은 철저한 유교적인 관습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장유유서와 경로(敬老)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고 또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노인을 향해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조차도 모른다. 따라서 그런 사소한 데서 오는 불편함과 서글픔이 노인들로 하여금 우울증을 갖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손으로 자기 생을 마감하게 하는 불행한 일을 만들어 간다. 그런 과거역사의 주역들 그리고 역사의 증인들이 한 분 두 분 우리 곁을 떠나는 이 때, 젊은 세대들은 무엇인가를 숙연히 생각해야만 한다. 우리도 곧 그 길을 갈 것이니 말이다.

자리도 잃고, 수입도 없으며, 자식들은 떠나고, 몸도 부자유스러워지고 또한 자주 찾아오는 질병과의 싸움도 쉽지 않은 것이 노년의 삶이다. 그런데 그런 고통을 이해하지는 못할망정 어른을 보고도 데면데면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그 분들이 당하는 육체적인 고통 보다 더 심한 고통을 안겨드리는 것이다. 옛 시인은 “늙기도 설어라커늘 짐조차 지실까”라고 읊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보면서 그 분들은 본래부터 그렇게 늙어있던 분들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분들에게도 “바로 얼마 전에” 천하를 호령할 것 같은 기개가 있었고 또 청운의 꿈과 세상을 쥐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 그래서 주경야독을 하기도 했고, 국내외에서 피땀 흘려 인고의 삶을 살기도 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아무리 젊다 못해 시퍼렇다고 하더라도 곧 백발이 성성하고, 등이 굽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다. 백발 앞에 일어서서 머리를 조아리면 내가 백발이 되었을 때 내 앞에서 일어서서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너는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구약성경 레위기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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