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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는 있어도 정치인이 없다

김연근 시사칼럼

등록일 2007년10월08일 17시0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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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0-08
 

근 2개월을 끌어온 '국가광역전산망(NBN) 스캔들‘이 아발로스 선관위원장의 자진 사퇴 발표로 한 고비를 넘은 듯하다. 상원은 아직 미진한 점에 대해서 계속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로요 대통령이 지난 2일 중국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계약 파기를 시사했고 후 주석이 이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중국 국영 지티이사는 이 계약에서 발을 떼게 되는 듯하다. 대통령궁은 국가 광역 전산망 설치는 지연할 수 없는 시급한 현안이므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수개월간은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스캔들에 있어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인가를 따지는 것은 우문일 수밖에 없다. 아발로스를 사퇴로 몰고 간 베네시아 하원의장 아들이나 네리 고등교육 위원장이 승자일 수 없고 이를 주관한 상원 블루리본 청문회도 승자가 아니다. 깃털 외에 대통령 일가라는 몸통이 아직 남아 있다고 기세를 올리는 언론이 승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또 국책사업을 추진한 정부측이나 이 계약을 놓친 중국측만이 패자가 아니다. 아마도 필리핀 국가 전체가 다시 큰 상처를 받고 주저 앉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중국측을 방문중인 경제 각료들은 중국이 지원을 약속한 십수억불의 사회 인프라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일단 체결한 국제 계약이 준수되지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스캔들에 휘말려 또 다시 무효를 만든 필리핀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무효가 되고만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신청사 공사나 투표 자동화 설비계약처럼 잇따른 국제 계약이 정치적인 논리나 사법부의 개입으로 백지화된다면 누가 필리핀과 계약을 맺고 이를 추진하겠는가?

확실치 않은 독극물 방출 문제로 근 1년여 휴업조치를 맞고 태풍까지 얻어맞은 광산 개방 1호인 라푸라푸 광산은 근 3억불에 달하는 자본금이 바닥나 감자와 구조조정을 한다고 발표해 호주 증시에서 주가가 폭락했다. 한국측은 추가 투표자동화 설비계약을 체결했다 포기했고, 광진공과 LG가 라푸라푸 광산에 지분 30%를 투자했다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아마도 다음 스캔들은 거의 6억불에 달하는 학교 인터넷 계약이나 유독 쓰레기 반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일본과의 자유무역 협정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우려하는 필리핀 식자층의 의견도 팽배하고 있다. 필리핀을 움직이는 것이 법과 질서가 아니고 무분별한 흑백논리와 여론 흔들기 라면서 정치권과 언론을 질타하고 있다. 유효하게 체결된 국제계약이 왜 체결전의 절차 문제로 무효가 돼야 하고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면 그 것으로 족한 것이지 왜 정부가 벌써 그 사면 문제로 여론을 의식해야 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

수차 되풀이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 물론 경제분야에 있어서도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제반 상황이 기가 막히게 우연히 잘 돌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증시는 3700선을 넘어섰고 페소화는 다시 불당 44페소대에 진입하고 있으며 파리바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은 내년에 30페소대 초반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의류, 완구 등 수출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은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해외근로자 송금과 건축경기에 힘입어 내년까지는 확실히 7%대에 가까운 경제 성장이 계속되겠지만, 해외근로자 송금이 한계에 달할 내년 이후 해외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한 그 이후는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국제계약을 수포로 돌리면서 표류하고 있는 필리핀 정계의 반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7%대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도 그 볼륨이 적기 때문에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있음은 국민의 30%가 아직 끼니를 거른다는 최근 ‘사회기상대’(SWS)의 조사에서도 명백하다. 선진국에서도 최소한 GDP의 5% 이상을 투자하는 보건부문에  필리핀은 1%대의 예산만을 배정하고 있어 세계192개국 가운데 153위에 머물고 있다고 ‘이본재단’의 보고서가 밝히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보고가 나온 시점에 미국 ABC의 연속극에서 필리핀 의료계를 불신하는 발언이 나와 필리핀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여주인공이 자기에게 폐경기를 진단한 의사에게 믿을 수 없다면서 필리핀 의대 출신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대사를 내보낸 것이다.

필리핀대사관과 의료진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ABC측이 이를 사과하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과연 얼마나 위로가 될지 의문이다. ***

한 단신 보도에 의하면 내년부터 필리핀이 산유국 대열에 들어설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지금 시추중인 팔라완 인근 해역에서 석유가 생산되며, 이 석유는 아라비안 라이트와 유사한 경질원유여서 현재 필리핀에 있는 페트론이나 칼텍스의 정유소에서 정유를 할 수 없고 이를 정제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한국이나 중동으로 수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것이 단신으로 취급될 만큼 필리핀의 석유부존 가능성은 항상 인정돼 왔고 제2, 제3의 석유 발견 소식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주위에 무진장한 이 자원들의 개발 소식이 빅 뉴스가 못될 만큼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빈곤에 허덕이는 원인이 무엇인지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매스컴을 의식하는 상원의원들을 풍자한 뉴스도 있지만 이들이 가난한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의식하는지 의심스럽다. 저가 의약품법안이 이 달 중순 전에 발효될 예정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로 이미 누더기 법안이 된 감이 있다. 의회에 배우와 탤런트들은 많이 있어도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만평이 실감난다.

정부쪽도 의회 못지 않은 감이 있다. 말레이시아가 필리핀 정부와 모로 이슬람(MILF)과의 평화협상 중재를 해온 지 4년만에 협상이 너무 지지부진하다면서 중재포기 의사를 밝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부측은 4차례나 준비 부족을 이유로 협상을 연기해 그 협상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인정 받을 유일한 해법이 평화협정 체결임을 알면서도 망설이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의미 없는 소모전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30년간 12만명이 죽었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전선 없는 전쟁에서 어제도 해군 4명과 반군 10명이 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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