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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헬로우!! 티처 미나~!!!

유학파들의 버터발음,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등록일 2007년10월01일 17시0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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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0-01
 

한국에선 아이들이 여름방학이 되면 산으로 바다로 뛰어다니면서 탐구 생활 책을 바탕으로 방학숙제를 하며 잠자리나 나비를 찾아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 때만 해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면서 간식을 먹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방학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물 건너 여행을 다녀왔다 내지는 어학연수 갔다 왔다는 얘길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비단 내가 교직 했던 경기초등학교가 서울에서 손꼽히는 사립 초등학교만이 아니라 요즘은 어디어디가 좋다더라 하면서 오직 영어만을 위한 아이들의 방학계획을 잡는 가정을 흔히 볼 수 있다.

영어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충분히 공감한다.

 

특히 방학 때 미국에 다녀왔으면 미국파들끼리 뭉치고 호주면 호주파 캐나다면 캐나다파 라고 하면서 아이들끼리 끼리끼리 모이는걸 볼 때 심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 필리핀으로 다녀온 애들을 보며 동남아발음은 촌스럽다고 하면서 나름대로 자기들끼리 구분 짓는 걸 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잘못됐는지 심히 걱정이 된다.

발음얘길 하자면 너무나 많은 썰을 풀어야 하지만 지면관계상 다음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번엔 오히려 역으로 한국으로 다시 유학 온 아이들의 얘기를 써볼까 한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 중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미국이나 영국에서 살다가 온 아이들이 꽤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말이 더 서투를 뿐만 아니라 발음조차 어눌해서 처음엔 융화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아이들이었다. 심지어 영어수업시간조차도 정확하고 완벽한 영어발음임에도 불구하고 발음을 너무 굴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자 자신의 네이티브한 발음을 숨기며 오히려 위축되고 발표도 못하던 태훈이란 남자아이가 생각난다.

 

여느 때처럼 즐거운 티처 미나의 수업^^ 중에도 유독 눈도 못 맞추고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발표할 때조차 의기소침하던 태훈이.

처음엔 영어를 잘 못해서 자신감이 없구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완전 네이티브 스피커였던 것이었다. 뜨아~~ㅡ,.ㅡ

 

그런 태훈이를 쉬는 시간에 영어 강사실로 불러다 놓고 사탕 하나를 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물어봤더니 이 녀석! 그때서야 신바람 나게 자기 얘기를 쉴새 없이 막힘 없이 거침없이 하는 것이 아닌가!

태훈이에겐 한국말보다 더 쉬웠던 영어를 아이들의 기에 눌려 제대로 쓰지도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영어로 자신 있게 말할 때 태훈이의 표정이 얼마나 반짝반짝 했던지 지금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내가 내린 처방전 한가지!

다음 영어시간에 아이들을 팀 별로 나누어서 크로스워드퍼즐게임을 했다.

티처 미나 VS 장미 반 전원 팀

각개전투가 아닌 팀 별로 서바이벌 식으로 진행을 하니 서로가 협동을 해야 함은 물론이고 거기서 누구 하나 특출한 활약을 한다고 해서 비난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팀을 승리로 이끈 태훈장군! 그 녀석의 얼굴엔 비단 영어의 자신감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뿌듯함이 보였다.

아이들 또한 승리의 영광을 태훈이에게 돌렸고 난 패배자의 어두운 얼굴을

실감나게 선보였다. 나를 이겼다는 아이들의 기쁨은 하늘을 찌를듯했다.

후훗! 귀여운 내 토깽이들~ 이리 좋아할 줄 알았음 자주 져줄 것을…

 

그 이후론 태훈이가 내 수업을 즐거워함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도 모르는 게 있으면 태훈이에게 물어보고 정통 버터발음을 따라 하기도 하면서 잘 지냈다는 오래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따르르릉~~영어 강사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다름아닌 태훈이 엄마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태훈이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스럽게 얘기했고 아이들과 친해져서 학교에 가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동안 태훈이가 적응 못해서 걱정 많이 했었는데 나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아아~~감개무량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ㅠ.ㅠ 이럴 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얼마나 보람되고 뿌듯한지 어떤 말로 표현을 한단 말인가!

태훈아! 앞으로 너의 영어발음을 부러워하며 시기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이렇게 말해주렴.

"내 발음!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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