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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대한 색안경, 벗읍시다

시사칼럼 '세상만사' - 김관형 목사

등록일 2007년10월01일 17시0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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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0-01
 

얼마 전에 동남아를 다녀간 사람들 중에 집단설사를 일으킨 사람들이 많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보도는 다녀간 국가별로 집단설사를 일으킨 사람들의 수를 열거하고 있었다. 나는 그 통계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공항을 통과하면서 적어낸 쪽지에 적혀 있는 것이 취합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집단설사’의 개념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집단설사란 한 자리에서 취식한 사람들의 전부 또는 여러 사람이 설사를 일으켰을 때 이르는 말일 텐데 집단설사를 일으켰다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혹시 집단설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풍기는 뉘앙스는 동남아는 불결하다는 느낌이다. 설사 또는 집단설사가 동남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한 사람들만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그 저의가 무엇이냐는 말이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는 설사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집을 떠나 물을 갈아먹는 등 환경이 바뀌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 설사가 식중독이나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도 자기 집을 떠나 며칠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을 조사해보라. 역시 설사를 한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을 것은 뻔한 일이다. 요즘도 한국에선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학교급식을 통해 집단식중독을 일으켜 학생 다수가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수만 명 중에서 수백 정도의 수가 설사를 했다는 것은 역설적인 얘기지만 100 명 중 하나 꼴이니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자. 아시아에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 한국의 교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아시아지역 여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어린 학생들을 둔 부모들의 반대로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일은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조류독감의 진원지(?)이다시피 한 곳이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조류독감의 피해를 본 한국에서 그 전염병이 그저 가볍게 지나가는 아시아지역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역시 사스(Sars) 때도 동남아를 보는 시각이 같았다. 아마도 한국인들은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도 한국 것은 깨끗하고, 동남아의 것은 더 더럽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류독감이 매년 발생하다시피 하는 나라에서 눈 하나 꿈쩍도 않고 살면서 어쩌다가 발생하는 나라는 위생이 매우 불결한 것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에서 ‘쯔쯔 가무시’라는 전염병이 지난 5년 동안 약 2만 건에 달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것이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발생했다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그 나라에 발도 들여놓지 않을 것이란 냉소적인 상상을 해본다. 역시 식중독도 마찬가지다.

동남아 전체를 조사한 바 없기 때문에 필리핀만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상하(常夏)의 나라이지만 한국의 여름에 비해 훨씬 벌레가 적은 게 사실이다. 시골에 다니며 농약냄새를 맡아본 사람이 있거나 벌레가 나뭇잎을 다 갉아먹어 가지만 앙상하게 남겨놓은 모습을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례를 밝혀주기 바란다. 생태계에는 싸이클이라는 게 있다. 그것이 한국에선 짧고, 상하의 나라에선 길다. 그래서 한국에선 여름 한 철에 바짝 서둘러 안간힘을 쓰는 것이고, 상하(常夏)에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병충해의 피해가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다. 또한 콜레라나 장티푸스와 같은 법정 전염병도 거의 없다. 그러므로 처음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생선회를 먹을까 하고 걱정이 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물론 전체적인 위생상태는 한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당장 전염병에 걸려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예전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집집마다 우물이 없었기 때문에 물이 무척 귀했다. 그래서 설거지를 하는 자배기 따위에 담겨있는 물은 언제나 거무죽죽하리만큼 더러웠다. 거기다 그릇을 씻어 음식을 담아먹는 것을 보곤 서양 선교사들은 질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린 그것 때문에 병들어 쓰러지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조물주가 주신 면역능력이 있기 때문이리라. 필리핀에서 전염병이 만연하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강렬한 태양이 균들을 죽이고 또 엄청난 강수가 지상의 지저분한 것을 씻어 내려가기 때문일 거라고 비전문가적인 생각을 할 뿐이다. 아무튼 필리핀에서도 어려서부터 영양공급과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는 사람들의 수명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 사람답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는 위생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이 무분별하게 해외여행을 한다면 국민보건에 이로울 것이 없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국부(國富)가 유출되어 국가경제를 허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설사 운운하면서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동남아에 대한 편견을 이용한 충격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일 뿐이다. 그 보다는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외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동남아에서처럼 싸고 편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기반 조성 등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동족방뇨(凍足放尿)와 같은 처방을 내리고 효과를 기대하는 관계자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만 아무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그런 방법 말고 근본적인 치유를 하는 처방이 있기를 바란다. 

또한 위험도도 동남아가 한국에 비해 훨씬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국지적으로는 그렇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위해환경은 한국이 더 심각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아는 나라들에서도 어이없는 사고가 빈발하기는 마찬가지다. ‘성수대교’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상의 천국으로 아는 미국에도 있음을 얼마 전에 보았다. 그저 자기 지킬 것 지키고 점잖게 살면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반적인 위험이 있을 뿐 별다른 일은 없다. 그리고 배고픈 동남아 여인들의 눈물나는 자기희생에서 오는 값싼 몸값 거래를 보면서 동남아 전체를 성문란의 지대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환락산업의 거래규모로 따진다면 한국은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아마도 고급 러브호텔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일지도 모르는 한국, 또한 그것을 채우는 많은 일반인들을 생각하면 동남아를 그런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은 한국인의 편견과 착각일 뿐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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