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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 권리와 정신건강

시사칼럼 '세상만사' - 김관형 목사

등록일 2007년10월01일 17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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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10-01
 

학력위조 파동을 일으킨 신 아무개 씨가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공개됐다. 신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했다고 강변하고, 시민단체들은 그런 남의 사생활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며 그 신문의 폐간운동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리고 당사자는 그런 것을 찍은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응수한다.

이처럼 언론매체들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미명하에 별별 일들을 다 공개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기억 속에서 지워야만 하는 쓰레기들도 적지 않다. 인생살이에 전혀 보탬이 안 되는 무가치한 정보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세상이다 보니 소낙비 내리는 날 빗방울 피하기만큼이나 그것을 피하기가 어려운데 그 정보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선 평생 지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간의 정신계를 황폐화 시키는 비인간적인 목불인견의 사건도 매체를 통해 우리의 눈과 귀에 여과 없이 전달되고, 그것이 한 번 입력되면 수년 또는 평생 뇌리에 남아 있게 되니 얼마나 큰 해악인지 모른다.

독자들에겐 죄송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 예들을 들어 본다. 어떤 남자가 다투고 집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내에게 앙심을 품고 자기의 세 자녀를 한꺼번에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과중한 빚을 비관한 가장이 아내와 성인이 된 자녀들을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음독을 강요해서 죽게 하고,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어디 이 뿐인가. 두 딸을 아파트 옥상에서 던지고 자기 몸도 던진 사건 그리고 자기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도 종종 보이며, 이유 없이 여러 사람의 젊은 여성들의 생명을 짓밟은 사건들도 있었다.

필자는 그런 기사들에서는 되도록 눈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것들이 기억에 살아있다. 나는 그 사건들의 광경을 좀 더 자세히 상상해보려다가 몸서리가 쳐져서 그만 고개를 젓곤 기억을 떨어버리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필자의 어렸을 적에 바닷가 한 쪽에 떠밀린 익사한 중년부인의 시신을 수습하러 가는 사람들을 호기심에 따라간 경험이 있다. 나는 그것을 보곤 며칠 동안 구토로 인해 식사를 하기 어려웠고 또 무서움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도 좋다. 그러나 국민의 정신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남의 추문이나 강력사건은 우리 인생살이에 어떤 유익도 없고 다만 해를 줄 뿐이며, 인간에게는 모방심리가 있어서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어떤 경각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사한 일들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급한 수준의 범죄자가 그 계통의 고수들이 머무는 교정시설을 거치면서 고단수의 실력자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볼 때 범죄가 속속들이 공개되는 것은 건전한 사회심리를 위해서나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되도록 막아야 할 일이다. 국민 중 누가 그런 강력사건이나 추문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가. 아마도 상업적 언론의 알릴 권리일 뿐이리라.

특종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 강력사건과 추문의 특종이 많을수록 그 세상은 비인간적이고 또한 저질적인 세상이다. 따라서 공공의 유익이나 폐해가 아닌 그저 덮어두고 지나가면 좋을 일들까지 특종화해서 낱낱이 공개하면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냄새가 날 뿐 결코 밝아지거나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유쾌하지 않은 마음으로 민족의 명절을 맞을 것 같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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