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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납치가 뭔지 아는가!

세상을 보는 십자가 - 김관형 목사

등록일 2007년09월11일 16시2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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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9-11
 

                                       

나는 큰 아이가 서너 살 때 순식간에 없어지는 바람에 잠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시내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아이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복잡한 백화점도 아니고 한적한 길가의 상점에서 한 장로님과 함께 간단한 건축자재를 사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장로님께 그 주위를 살피게 하고 나는 여객선이 닿는 부두로 달려갔다. 아이가 탐나는 사람이 훔쳐다 기르려는 욕심을 가지고 배를 이용해 섬으로 갈 것이라는 억측이 나를 지배한 것이다. 숨이 턱에 닿게 이 여객선, 저 여객선을 아래위로 뒤져봤지만 허사였다. ‘환장’이라는 단어가 아마도 그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아이를 잃어버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하는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 머리와 후들거리는 다리로 그 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눈을 의심할만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이가 장로님의 손을 붙들고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장로님도 당황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시다가 정처 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아이를 발견하신 것이다. 평생 가슴을 쥐어뜯으며 살 뻔했는데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부모의 아이가 유괴되었다는 가정 하에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겠다. 아이를 잃은 지 하루 만에 납치범들로부터 자신들이 보호하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들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고 부모 잃은 아이가 떠돌고 있어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에게 돌려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래도 값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 아이의 겉옷에 가려진 티셔츠에 씌어진 ‘J’로 시작되는 어느 종교창시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그 종교를 멀리하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로 간주되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값은 돈이 아니고, 수감되어 있는 자신들의 동료를 법무부에 부탁해서 석방하라는 것이다.

자기들의 동료가 수형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질병을 가지고 있어서 병보석으로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자기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에 잔뜩 겁을 먹은 부모는 혹시나 하고 관계기관에 문의를 했다. 그 기관들의 답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정부기관은 범인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기본상식도 모르면서 아이를 키우느냐며 여러 군데서 비난의 화살만 날아들었다. 또한 뉴스를 통해 이 사건을 지켜보는 일부의 사람들은 제 자식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부모의 자식은 죽어도 싸다며 입방아를 찧어댄다. 그래서 한쪽으론 경찰에 맡겨두고 또 한쪽으론 범인들의 욕구를 다른 쪽으로 충족시킬 방법이 없나를 생각해본다.

그런데 한 주일이 지나니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아이의 엄지손가락을 분질렀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겁에 질리고, 초췌해진 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아이의 엄마는 그 전화를 받곤 실신해서 병원에 입원하고, 아빠도 살아있어서 산 것이지 사실은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고 또 먹지 못해서 머리는 비어 있는 것 같고, 말할 힘조차 없다. 살이 떨린다고 하더니 바로 이런 경우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차라리 하늘이 무너져 세상이 없어지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현실은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만큼 더욱 목을 조여 오고 있다.

며칠이 지난 후에 다시 새끼손가락을 분질렀다는 소식과 함께 조금만 더 지체하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이 왔다. 이번엔 아이의 할머니가 오열하다가 혼절한다. 사태가 그 지경이 되니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과 함께 경찰만 믿고 있을 것이 아니라 범인들과 직접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범인들이 전화를 걸었다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전화마저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으로 집에서 쓸 수 있는 전화번호를 죄다 가르쳐 줬더니 이쪽저쪽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나 전화의 내용과 그들의 요구는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살해 시간까지 정하는 등 피를 말리는 스케줄을 매일 발표했다. 그래서 때로는 전화가 걸려오면 경찰에 알리지 않고, “부모의 권한 밖인 당신들의 동료 가석방 말고 다른 것을 요구해보라”며 애걸을 해보지만 때마다 거절당했다. 그렇게 해서 40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아니라 엄청나게 긴 악몽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런데 희소식이 들려왔다. 부모에게 몇 가지 다짐을 받곤 다음날 풀어준다는 것이다. 그들도 지쳤고, 부모와 경찰들을 통해서 변경한 자기들의 요구도 어느 정도 관철됐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이는 두 손가락이 부러진 채 그리고 눈만 멀뚱거릴 뿐 말이 없는 실어증 증세를 보이며 풀려났다.             

 

그런데 아이가 채 부모의 품에 안기기도 전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그 아이를 살려내기 위해 동원된 경찰과 수사기관 요원들의 활동비 등을 부모가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또 아이의 몸값을 주었느냐를 밝히라고 아우성이다. 부모는 아이를 건질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다주고 평생 지하도 바닥에 박스쪼가리를 깔고 잠을 자고, 깡통을 들고 다니며 남에게 얻어먹는다고 해도 차라리 그 쪽을 택하겠다는 생각으로 범인들과 대화해왔다. 그리고 또 한 부류는 왜 가지 말라는 위험지역에 아이를 데리고 갔었느냐고 핀잔을 한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지역이 밤이 되면 조금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을 뿐 그 근처에 어린아이 출입금지라는 표지는 없었고, 그 때 다른 아이들도 거기 많았으며 또 아무리 지자체법까지 뒤져봐도 그것이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었다.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 잘못이 없고 다만 아이 관리를 잠시 소홀히 한 부모만을 질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부모가 어쩔 수 없어서 직접 범인들과 협상을 벌인 것도 질타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초기군사작전을 했어야 했는데 부모가 왜 그걸 막았느냐 또는 부모가 협상카드를 너무 먼저 사용했다느니 하면서 결과를 놓고 비판의 각을 세우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5공 청문회 때 증인으로 나왔던 최 웅 대사의 변을 아는가 모르겠다. 최 대사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의 가슴에 불만 지르고 빠진 다른 공수여단에 뒤이어 들어갔던 제 11공수여단장이었다. 그 부대원 중 소령 두 명과 함께 13명이 죽었으며,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는 “지휘관은 부대원의 부모와 같은 데 부모가 자식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하면서 울먹이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절박했던 순간은 생각지 않고, 뒷짐 지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며 바다 건너서 남이 던진 말을 받아 앵무새처럼 되풀이나 하고 있다가 일이 끝난 다음에 폄론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했다. 어떤 목동의 백 마리의 양 중의 하나가 무리를 떠나 홀로 골짜기를 방황하고 있었는데 목동은 아흔아홉을 놔두고 겁에 질려 울고 있는 그 하나를 찾아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것을 어깨에 메고 돌아와 기쁨에 겨워 이웃과 함께 잔치를 벌였다. 자기를 힘들게 하고 또 잠시 아흔아홉을 위험지경에 빠뜨렸던 그 양의 얼굴에 결코 침을 뱉거나 따귀를 때리지 않았다. 성경엔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여인이 돌에 맞아죽을 짓을 했는데 사람들은 그냥 죽여도 되는 그 여인을 예수께 끌고 왔다. 굳이 그렇게 한 것은 사랑을 외치는 그를 시험하기 위해서다. 그 때 예수께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니 사람들은 들었던 돌을 내려놓고 다 그 자리를 떴다. 좋다. 누구든지 남에게 돌을 던질만한 의로움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 그렇지 않다면 살아 돌아옴에 감사하며 기쁨의 잔치를 하자. 그래도 무슨 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들이 자식의 납치가 뭔지나 아는가?”라는 말밖엔 할말이 없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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