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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 칼럼]2. '천사의 글'과 '악령의 글'

등록일 2007년05월04일 15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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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5-04
 

 

[총영사칼럼2] '천사의 글'과 '악령의 글' (2007.4.25.; 홍승목)

 

외교업무를 맡으면 대개 특정 그룹의 사람들 - 정부관리, 국제기구직원 또는 제3국 외교관 - 과 접촉하게 된다. 종종 업무내용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리 정해진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할 여유는 갖게 된다. 말하자면 예측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영사업무를 맡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외교업무보다 더 복잡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쳐 담당영사 혼자서 답을 찾아내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 싫은 외교관에게는 영사업무가 기피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challenge 가 영사업무의 묘미일 수도 있다.

 

영사로서 힘든 일 중 하나는 가끔 시민의식이나 상식이 결여된 사람들로부터 두서없이 질책(?) 당하는 것이다. 최근에 동료영사가 당한 것이지만, 주한 필리핀대사관으로부터 부당하게 사증수수료를 징수 당했다면서 필리핀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더란다. "주한대사관에 환불을 요청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외교부나 대사관에서 알아서 해야지 왜 내가 직접 해야 하느냐? 도대체 대사관은 뭐하는 곳이냐?"하고 반문해 왔다고 한다. "아니, 한국에서 당한 일을 가지고... 그나마 가해자한테 자기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지도 못하고서는... "  칭얼거리는 철부지가 연상되었다. "엄마, 나 유치원에서 다른 애한테 얻어맞았어. 다 엄마 때문이란 말이야. 도대체 엄마는 뭐하는 거야?" 이럴 때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생각을 정지시켜야만 한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던가.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분들도 있다.

 

오늘은 가뭄 속의 소나기처럼 감동을 준 글과 악의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글을 하나씩 소개하자. 둘 다 금년에 발생한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전자를 '천사의 글'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악령의 글'이라고나 할까.   

 

    [천사의 글]  춘천에 계시는 정수용 님이 4.13일자로 홍종기 대사님께 메일을 보내왔다. 26세 된 따님이 어느 범죄에 희생되어 필리핀에 와서 장례를 치루고 한국으로 귀국한 분이다. 무언가 대사관에 부탁할 일이 있으신 모양이라고 짐작했으나 끝내 "감사하다"는 말씀만 하였다.

 

     - 딸을 잃고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가 늦어졌습니다만, 차츰 수습이 되면서 영사님과 교민회 간부님들의 수고와 노력이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 제가 그동안 듣던 한인회나 대사관의 활동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고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저희 가족에게 숙소와 식사, 교통편을 제공해 주시고, 이름도 모르고 연고도 없는 저희 딸의 장례에까지 참석해 주신 한인회와 까비떼지역(다스마리냐스, 이무스) 교민회의 간부님들(나성수, 김춘섭, 송영균, 고광태, 양희준님),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신경 쓰시던 이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담당영사님(박기태님)의 헌신적 도움과 정확한 판단으로 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되어 저희 가족은 안심하고 귀국을 했습니다.

     - 대사님께서 저를 대신하여 이 분들을 격려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아버지로서 딸을 잃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경황 속에서도 감사 메일을 보내주실 정도라면 참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주변을 아름답게 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령의 글]   이에 비해 2월에는 악의에 가득 찬, 위험천만의 글을 하나 보았다. 그 배경은 한국인 납치사건이었다. 필리핀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자국의 경찰에 침투한 범죄조직이 개입되었을 가능성 때문에 사건을 극비로 다루자고 했다. 따라서 대사관도 한인회나 교민언론에 그러한 상황을 설명하고서 보안을 당부하였고 협조를 받았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고 피랍자의 신변을 위험에 빠뜨리는 자가 있었다. 급기야 국내 인터넷까지 동원하여 사건을 공개하려고 시도하였고, 사정을 모르는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다행히 그 무렵 사건이 해결되어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 "나는 여권연장이나 서류공증 같은 일 말고는 한인회나 대사관을 찾는 일이 없습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의 답: 대사관은 심심할 때 찾아 가는 곳이 아닌데요. 유흥업소가 아니거든요.)

     - "대사관과 한인회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요? 자국민이 납치가 되었는데 어떻게 해결해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두 단체가 합작이나 한 듯이 피랍자의 뒷조사나 하고... 현지 경찰과 소탕작전을 편다는 그런 쓰레기 같은 소리나 해대며... " (나의 답: 납치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피랍자의 가족과 연고자에 대해 알아봤지요. 뒷조사가 아니라 앞조사를 했어요. 현지 경찰과 조용히 협력을 하는 동안 당신 머릿속에서 별소리가 다 만들어졌군요. 그렇게 온갖 말을 지어서 떠들고 다니면서 수사를 방해했지요? 무슨 꿍꿍이 수작이지요?)

     - "국민이 궁지에 몰리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부와 대사관, 그리고 한인회...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지요?" (나의 답: 위에 있는 '천사의 글'을 보세요. 같은 일을 하는 대사관이고 또 한인회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그렇게도 다른가요? "부처님 눈에는 다 부처님처럼 보이고 도둑의 눈에는 다 도둑처럼 보인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 ...    

 

무슨 의도로 이런 글을 썼는지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대사관과 한인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피랍자의 신변을 걱정하는 척했지만 막상 피랍자가 구출된 후에 반기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소란을 일으켜서 피랍자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게 하여 이득을 보려는 검은 속셈이겠지. 피랍자가 무사히 구출되자 이번에는 그 분에게 무슨 말을 한 것일까?”

 

구출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피해자는 대사관이나 한인회에 찾아오지도 않았다. 야속해 하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울 뿐이다. 이 한 마디는 전했으면 싶다: "주변사람 중에서 당신이 잘못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는지 잘 살펴보세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세요. 그의 꼬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당신은 아직 검은 손에서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생활 영역이니 대사관으로서는 더 이상 도와 드릴 방법이 없군요." (끝; 이 글은 http://blog.naver.com/sungmoghong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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