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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컬럼] 나누기가 제일 싫었어요.

등록일 2007년04월23일 15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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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4-23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여름을 떠올리면서 3분의 2가 지나버린 2006년을 돌아봅니다.

기적은 다른 게 아니라 바늘 한 치도 들어갈 것 같지 않던 내 마음이 넓어지고 내 모습

이 바뀌는 그것이 바로 기적이라 했던가요? 올 상반기를 지내면서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가

기뻐하고 주변이 감동했던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고 해외에 계신 정토행자님께

마음 밭에서 거두신 진솔한 수확물을 나눠달라 청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풍성한 마음

나눠보세요.


나누기가 제일 싫었어요.

 

 

 일요일 영상법회에 참석 하고자 법당에 갔다. 오늘은 공양당번이라 더 바빴다. 법회를

마치자 총무님께서 글을 하나 쓰라고 하셨다. 학교 다닐 때부터 글쓰기 싫어했던 나는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 빼고는 필리핀에 와서 그것도 정토회에서 법회

후 나누기하느라고 써본 곳이 전부였다.

내가 정토회를 알게 된 것은 7년전, 미용실에 갔는데 불교를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찾아갔다. 그때 법당은 없었고, 인순희 보살님 댁에서 몇몇이 모여 공부하는 식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불교는 빌면 본 준다는 기복신앙이라 적응하기 힘들었다.

매주 화요일만 되면 갈까 말까 망설이면서 빠지지 않고 다녔다. 나는 한국에 살았을 때는 기도하는 것은 ‘부처님께 복달라고, 남편 빨리 승진 시켜달라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공부 잘하고 착한 아이들에 되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늘 달라고 이정 저절, 이 스님 저 스님을 찾아다니며 욕심을 채우러 다녔다. 정말 불법 아닌 길로만 방황하며 다녔다. 그런데도

주위에서는 젊은 사람이 열심히 부처님 공경하고 다닌다고 많은 칭찬을 했다.

나는 칭찬을 받으면 받을 수록 상대를 내려다보았고 자만에 빠져서 한없이 고개를 쳐들고

다녔다.

그러덴 어느날 정토를 알고 나서 내가 나에세 두 손을 들었다. 쳐들었던 고개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다 참아야 하는 거구나’ 라고 알았다가 수행을 하다 보니 ‘참는 것이 아니고 나를 보는 거구나’ 라고 알았다가 수행을 하다 보니 ‘나를 보는 것이 잘 보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며 방황하는 마음을 보는 거구나‘ 알았다. 나를 알고 보니 정말 창피했다.

주위에서 착하다고 칭찬해주신 분 들게 참회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나의 숨겨진 마음을 나누기가 싫었다. 그래서 나누기 시간에는 말하기가 싫었다.

나누기는 스님 법문을 듣고 느낀 점이나 살면서 느낀 마음을 내놓는 것인데 그럴때면 나는

‘오지 말 것을, 괜히 왔다.’ 라고 후회하면서 그냥 끝까지 앉아있기만 했다.

늘 달라고 가도하다가 무언인가 마음을 내어놓으라니 정말 싫었다. 그것이 모두 나자신을 위해서 내놓아야 하는 것인 줄 몰랐다. 그러면서도 내 스스로도 신가하고 칭찬할 만한 것은 빠지지 않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법당에서 나누기도 하고 예불도 올리고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도 하고

‘깨달음의 장’ 에도 참가하고, 뭐든지 그냥해보자고 하는데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그 불만도 계속 하다보니 엷어지고, 하고나면 가벼워졌다. 하지 않았을 때의 무거움과 했을 때의 가벼움을 맛보고 나니 ‘이왕이면 해보자! 해보니까 불만이 적어지잖아.’

하는 마음이 되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일어났다. 그렇게 법당에 올 때와 돌아갈 때의 마음이 다른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는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나누기의 기쁨도 느낄수 있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도반들을 통하여 알아차리고 도반들의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배우는 것이 많아졌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슨 일이든 나에게 주어지면 빨리 헤쳐나가는 힘이 생겼고 상처를 받아도

‘아 아프구나’ 하고는 상처로 남을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처음에는 내가 나를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정토회를 위해서 수행

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늘 상대가 나를 나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행하다보니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 온다는 것을 알았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정토 수행이 나를 바꾸어 놓았구나’ 그제야 알고는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왜 그 동안은 이런 공짜를 모르고 살았나 싶다.

또, 달라진 것은 가족들을 대하는 마음이다. 전에는 몰랐는데 남편이 있어, 자식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늘 부족함을 채우러 다닐 때와는 다르게 그냥 행복하고

그냥 좋다, 다가진 자의 행복이 이런 기분일까? 욕심을 놓아버리고 나의 가슴이 가득

채워진 행복감을 알았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

오현정/필리핀 정토회.

 

수확(收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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