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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근 칼럼

집단 아동인질극이 던진 교훈

등록일 2007년04월12일 15시1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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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4-12
 

만약 누군가 4, 5세의 미취학 아동 수십명을 인질로 삼아 그들의 부당한 요구 조건을 들어줄 것을 주장한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범죄로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28일 마닐라에서 벌어졌던 인질사건은 결코 분노할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현재 필리핀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8일 오전 마닐라의 빈민가 톤도에서 탁아소를 운영하는 두캇은 탁아소에 맡겨진 아동 29명과 지도교사 4명을 관광지인 따가이따이로 소풍을 간다고 버스에 태우고 관광지 대신 마닐라시청으로 향했다.

시청 앞에 도착하자 그는 마이크를 통해 그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아동들과 자폭할것이라면서 공범 2명과 함께 수류탄과 총기를 보이고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장시간의 연설과 협상을 통해 그가 운영하는 탁아소의 문제점과 빈민가 톤도의 실상을 고발하고 부패한 정치인, 공무원들을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탁아소에 맡겨준 아이들 중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1/3에 달하고 이중 대학까지 진학할 아이들은 10%에 불과하다면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이들은 영원히 빈민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무허가 빈민촌인 톤도의 주민들은 아로요정부가 약속한 정착지 제공과 전기, 수도의 개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부패한 정치와 일선 행정 탓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민들은 이 시간 일제히 촛불을 켜서 깨끗한 정부와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바램을 보여주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10시간에 걸친 대치와 협상을 거친 끝에 그는 기자들 입회하에 인질들을 석방하고 자수하겠다는 약속대로 인질극을 마무리해, 사건은 ‘컵속의 태풍’처럼 일과성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 사건의 배경은 결코 간과할 수없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1천명 이상이 모여 사는 빈민가 톤도에서 120명의 미취학 아동들을 수용하는 탁아소를 운영하는 그가 왜 일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국내외적으로 망신을 살 인질극을 벌려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전모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협상과정을 통해 불거진 문제들을 취합해 보면, 불공평한 분배와 부조리가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빈곤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없는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필리핀정부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노출된 빈곤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CNN이 집중보도해 국제적으로 부각된 마닐라 철도변 빈민가나 쓰레기 처리장인 ‘스모키 마운틴’의 빈민가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조립식 주택과 전기,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으나 다른 빈민촌에 대해서는 상응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했다.

정부는 2주전 톤도지역에 전기와 수도를 개통하는 조치를 시달했으나 이를 수행해야 할 일선 행정이 늑장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것이 인질사건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

인질극이 일어난 날 발표된 독립적인 민간 정책 개발기관 ‘이본 재단’(Ibon Foundation)의 보고서는 이런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 저간의 사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아로요정부가 들어선 6년간에 국가채무는 순 정부채무 3조 9천억페소를 포함해 6조페소에 달해 86%가 증가했으나, 반면 교육, 보건, 사회복지에 대한 투자비율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정부들어 1인당 교육비는 2001년에 비해 22%가 감소한 1,506페소, 1인당 보건비는 25%가 감소한 159페소, 1인당 사회 보장과 복지 및 고용에 대한 투자는 9%가 감소한 532페소로 줄어들어 빈곤 해소를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했음을 보여줬다.

교육 투자의 감소로 초등학교 졸업률이 66%에 불과하고 고등학교 졸업률은 43%, 대학 졸업률은 14%에 불과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물론 이 정부가 사회 인프라 우선 투자와 목표를 상회하는 외채 상환 정책을 펴온 점과 년 2.3%에 이르는 인구 증가율과 과거 5년간 평균 인플레율이 5% 이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단순히 1인당 예산 배정액의 차이만으로 정부의 정책을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이 항상 수반하기 마련인 불공평한 분배의 문제는 더 이상 소홀히 할 수없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 빈민 정책은 날로 심화되는 계층간의 갈등을 완화시키고 사회문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동력인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분배정책은 무능하고 부패한 일선행정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무려 1백만이 넘는 공무원과 군인, 경찰조직의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행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도덕 재무장 훈련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고 할 만큼 대책이 없는 지경에 와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동결돼온 공무원의 급여를 작년에 대폭 인상하고 금년이후 매년 10%의 인상을 약속하면서 사정기관인 옴부즈만을 통해 공직 비리를 엄단하는 ‘당근과 채찍’으로 공직 사회를 정화시키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율, 환율, 인플레율, 외환 보유고 등 거시경제적인 제반지표와 소비자 신뢰도 및 투자 심리가 수년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자신할 만큼 양호한 상황이지만 행정의 뒷받침이 따르지 않으면 이는 별 의미가 없다.

사법외적 살인과 부정부패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발 빠른 반박과 변명을 하는 등  대응력을 갖추고 있으나, 업무 수행력이 지지부진한 필리핀의 정치와 행정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지난 2월 필리핀에 만연한 ‘재판외적 살인’을 조사했던 유엔조사단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28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필리핀정부가 이 테러행위들을 단속하고 예방하는데 무관심하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군 일부와 반군세력 및 정치적인 사병집단이 자행하는 이 백색테러를 현 정부가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이 지적은 한마디로 필리핀의 치안 부재, 행정 부재를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 기득권을 나누려하지 않는 정치인과 봉건적인 지주들이 정부의 서민주택 건설과 농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일선 행정공무원과 경찰은 국민에 대한 봉사의식이 결여된 채 이기적인 업무처리로 원성을 사기 일쑤다.

이런 행정공백 현상을 시정하는 것은 단순히 정책을 변화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고 일벌백계주의를 통해 싱가폴처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만큼 행정조직이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장기간이 소요되고 그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겠지만 의식개혁 운동이 그 유일한 처방이다.

3십여년전 한국이 거국적으로 추진했던  ‘새마을 운동’을 통해 공직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부정부패를 줄여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 좋은 실례다.

이마저 어렵다면 필리핀의 가나안 농군학교에 공무원들을 순환 입소시켜 도덕 재무장과 대 국민 봉사심을 높여볼 것을 제안한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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