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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서

등록일 2007년03월22일 15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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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3-22
 

 

최근 중국 현대 문학의 대표적 문인인 ‘위화’가 쓴 ‘허삼관 매혈기’라는 장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위화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위화’는 1960년에 중국 항저우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마련해 준 도서 대출증을 이용하여 매일 책을 읽으며 소년 시절을 보낸 위화는 마침내 1983년 단편 소설인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하게 됩니다.

이후 ‘18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와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등 실험성이 강한 중, 장편들을 발표하면서 중국 3세대 문학가를 대표하는 작가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장편 ‘살아간다는 것’을 통하여 마침내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 돋음 하게 됩니다.

가파른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걸어가는 인생의 역정을 리얼하게 그린 이 작품은 장이모 감독에 의하여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킨 일련의 기폭제가 된 소설입니다.

이후 1996년 출간된 장편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위화가 명실상부한 중국의 대표적 작가로 자리를 굳힐 수 있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살아가기 위하여 목숨 건 매혈의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희비극이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로 드러내면서 한층 정교하고도 심화된 주제 의식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 밖에도 수필집 ‘나는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있을까’와 ‘고조’ 등이 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이 소설의 주인공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팔아 살아가는 인생 역정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한결같이 ‘피=힘=돈’의 등식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생사 공장에서 일하는 허삼관은 처음으로 자신의 피를 판 후 음식점에 가서 보혈과 혈액 순환을 위하여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사서 마십니다.

처음 피를 팔아 번 돈 35원을 가지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안 셈 이지요. 제가 공장에서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니 피 흘려 번 돈은 함부로 써 버릴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지요.”

그는 자신의 피를 팔아서 번 돈으로 같은 생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분방과 허옥란을 저울질하다가 허옥란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그녀에게 접근하여 결혼을 성사시킵니다.

이미 하소용에게 마음과 몸을 허락한 허옥란이었으나, 피를 판 돈의 위력으로 인하여 하소용이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결혼 후 허옥란은 5년 동안 아들 셋을 줄줄이 낳습니다.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그러나 어느 날 허삼관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던 맏아들 일락이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고 하소용의 핏줄임을 알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은 허삼관을 두고 중국 남자에게는 최악의 욕에 해당하는 ‘자라대가리’라며 수근 거립니다. 이로 인하여 그의 가정은 파탄 일보직전까지 가지만 가까스로 수습됩니다. 

그런 터에 일락이가 두 동생들을 놀리는 대장장이 방씨네 아들 머리를 돌로 찍어 큰 부상을 입히는 큰 사고를 저지르고 맙니다.

다행히 방씨네 아들은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목숨은 건지게 됩니다. 

방씨가 아들의 치료비를 청구하자 허삼관은 일락의 친아버지인 하소용에게 가서 받으라고 하지만, 하소용이 치료비를 부담할리 만무합니다.

치료비를 받지 못하자 화가 난 방씨는 허삼관 집으로 들이닥쳐서 가산을 모두 빼앗아 갑니다. 분노한 그는 두 아들에게 일락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폭로를 합니다.

그리고 돈을 보내주지 않은 하소용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서 두 아들들에게 이다음에 자라서 하소용의 딸들을 강간하라는 엄청난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허삼관은 방씨에게 빼앗긴 자신의 물건들을 찾아오기 위하여 10년 전 피를 팔았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두 번째로 피를 팔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안 허옥란은 피를 판 것은 조상을 판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남편에게 욕을 하자 이에 맞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피를 팔았단 말이야. 이 허삼관이가 피를 팔았다구. 하소용이 대신 빚을 갚고 피를 팔아서 또 자라대가리 노릇을 했단 말이야.”라고 푸념합니다.

어느 날 허삼관은 수박 껍데기를 밟는 바람에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진 임분방을 문병 가서 이미 유뷰녀인 그녀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는 임분방에게 아내인 허옥란을 비난합니다.

“원래가 막돼먹은 여자거든. 기분이 나빴다 하면 문간에 앉아서 울고불고 난리 치는데다가나한테 9년 동안 자라대가리 노릇을 시켰다고---”

“당신 부인이 그래도 나보다 예쁜데---”

“당신보다 예쁘지도 않다구. 당신이 예전에 훨씬 더 예뻤지.”

이제는 비대해져서 처녀 시절의 아름다움은 눈 씻고도 찾을 길 없는 임분방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하여 그는 다시 피를 팝니다. 피를 팔아 번 35원 중 5원은 임분방의 부러진 다리에 도움이 될 식품들을 사고 나머지 돈은 일락이를 제외한 가족과 자신만을 위하여 쓸 요량으로 남겨 놓습니다.

그녀에게 준 선물이 빌미가 되어 임분방의 남편이 허삼관 집을 찾아와서 허옥란을 비롯한 온 동네 사람들에게 허삼관이 자기 아내를 강간했다고 폭로합니다.

이 말을 듣고 분개한 허옥란은 이성을 잃고 남편에게 달려들어 무서운 부부싸움이 일어납니다.

“허삼관, 이 집안을 갈아 마실 인간아. 평소에 그렇게 쫀쫀한 인간이. 내가 옷 한 벌 사는 것 가지고도 그렇게 배 아파하면서, 다른 여자에게는 이렇게 팍팍 쓰다니---

허삼관에게 갖은 욕을 퍼붓고 얼굴을 쥐어뜯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임분방의 남편은 가져왔던 물건들을 모두 다시 챙겨 가지고 제 집으로 쏜살 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화가 난 허옥란은 남편이 숨겨 둔 돈을 압수해서 자신과 아이들의 옷을 해 입는데 다 써버립니다.

문화대혁명을 전후한 시기에 온 식구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됩니다.

멀건 옥수수죽만 마셔 댄 날이 무려 57일이나 되었습니다.

“피를 팔아야지. 식구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 먹게 해 줘야지.” 라며 허삼관은 세 번째 피를 팔게 됩니다.

피를 판 돈을 가지고서 자신의 아들이 아니란 이유를 대며 일락에게는 겨우 군고구마 한 개 사먹을 돈만 주고, 나머지 가족을 이끌고 국수를 사 먹으러 가자 일락은 서러움 끝에 생부 하소용을 찾아가지만 여지없이 쫓겨난 후 가출을 시도합니다.

날이 어두워져도 일락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허삼관이 일락이를 찾아 길로 나섭니다.

이웃집 대문 모서리에 얼굴을 박고 울고 있는 일락이를 찾아서 업고 오면서 욕을 퍼붓습니다.

“이 쪼끄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 놓고서---”

일락의 눈에 승리 반점의 환한 불빛이 들어오자 아주 조심스럽게 허삼관에게 묻습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하고 묻자 허삼관은 “그래.”라고 대답합니다.

둘의 마음속에 화해가 이루어지고 부자지간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집니다.

어느 날 일락의 친부인 하소용이 트럭에 치여 죽게 되자 그 아내가 허삼관 집에 달려와 울면서 호소합니다.

아들인 일락이 하소용의 영혼이 떠나지 말도록 굴뚝에 올라가 굴뚝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서 ‘아버지, 가지 마세요. 아버지, 돌아오세요.’라고 외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나 일락이 거절하자 허삼관이 ‘양심’을 강조하며 친부를 위하여 그리 하도록 일락을 설득시킵니다.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내 허옥란이 하소용과의 과거 문제로 비판당하자 아내를 구하기 위하여 자신이 비판의 대상도 아니면서 직접 임분방과의 일을 아들과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고백합니다.

그 후에도 모 주석의 교지로 인해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농촌으로 일하러 간 아들들을 위해 피를 팔고, 생산 대장이 집에 오자 그 밑에서 일하는 둘째 아들 이락이 걱정에 그를 대접하기 위하여 피를 팔며, 일락이가 위중한 간염에 걸리자 아내와 일락이를 상해의 큰 병원으로 보낸 다음 허삼관의 위험한 ‘매혈 여로’가 이어집니다.

매혈 여로가 계속될수록, 삶의 고단한 역정이 이어질수록 허삼관의 몸은 쇠약해지고 생명은 줄어듭니다. 결국 황점에서 10번째 피를 팔던 중 쓰러져 수혈을 받게 됨으로 두 번 피 판 돈을 지불해야 되는 불상사도 겪습니다. 

늘 가정불화의 불씨가 되었던 자신의 소생도 아닌 큰아들 일락이를 위하여 그토록 목숨을 내걸고 돈을 마련하여 마침내 일락이를 살려 냅니다.

60이 되어, 늘 자신이 피를 판 후 먹던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생각나, 이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피를 팔리라 결심합니다. 하지만 11년 만에 찾아간 병원은 그가 이미 너무 늙었다고 매혈을 거절합니다. 그러자 그는 이제 앞으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쓸모 없어진 자신을 한탄하여 통곡을 하며 온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내의 손에 이끌려간 승리 반점에서 아내가 사주는 생애에 가장 맛있는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난생 처음 포식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끊임없이 해학과, 조소와, 연민과, 비애와,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 가난한 사내의 생활상을 그려내는 필치가 참으로 가볍고 희극적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더할 수 없는 무거움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도 합니다.

핏빛으로 얼룩진 허삼관의 눈물에서 우리는 매우 고단한 삶이지만 인내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로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각자 삶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늙고 초라해진 허삼관이 우리들 자신의 분신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식은 장성하여 모두 우리 곁을 떠난다 해도 곁에서 눈물을 씻어주고 아픔을 보듬어 줄 함께 늙어가는 아내가 있음으로 감사하며 이 책을 덮습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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