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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11. 인도를 가다(타지마할)

등록일 2007년02월22일 15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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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2
 

출장지 중에서도 다니기가 무척 힘든 곳이 인도입니다.
젊어서부터 인도 출장을 수 십 번 다녔지만, 인도에 가면 갈수록 “이것이 인도입니다.”라고 명쾌하게 말할 수 없는 곳이 인도인 것 같습니다.
진저리 쳐지게 지저분한가 하면 또 고상한 아름다움이 있고, 무식한가 하면 유식함이 있으며 소란스러운가 하면 고요함이 있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나라가 인도인 것 같습니다.
출장을 다닌다는 것이 비행기 타고 가서 공항을 거쳐 입국한 후에 호텔에 머물면서 관계된 회사를 방문하거나 공장을 찾아보는 것이 대부분의 일정이니 관광을 다니는 것 하고는 목적이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 아무리 인도를 여러 번 다녀왔다 하여도 장님 코끼리 더듬듯 가본 곳 외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법정 스님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신문에 연재한 글이 생각납니다.
발로 인도를 다니고 쓴 기행문의 마지막 글을 영어로 표현하기를  “Nobody knows about India."입니다.  다양한 종족과 언어와 종교, 그리고 이념도 다르고 기후와 음식도 정말로 갖가지인 나라가 인도란 나라이니 아무도 인도를 한마디로 ”이런 나라“라고 정의 할 수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국토의 크기가 커서 남쪽의 열대성 기후를 비롯하여 히말라야 산맥의 고산 기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 조건하에서 자연적으로 생활 습관, 음식 등 서로 차이가 많은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으리라 추측이 됩니다.
몇 년 전에 봄베이(뭄바이)를 거쳐서 뉴델리로 출장을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뉴델리에서 3일간 바쁘게 일을 보고 하루 일정이 비게 되자 거래처의 사장이 타지마할은 꼭 한 번 보고 가야한다면서 권하였습니다.
이른 새벽에 차를 호텔로 보내주어서 타지마할로 출발을 하였는데 정말로 도로 사정이 엉망이었습니다. 포장이 안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 폭이 좁아서 겨우 두 대의 차량이 교차할 정도의 길인데 화려하게 채색한 큰 화물차들이 함부로 달리면서 길을 막아서 겨우 벗어나면 이번엔 또 건초 더미를 산같이 쌓은 낙타가 끄는 달구지가 다시 길을 막으니 아무리 좋은 차라도 속력을 내기는커녕 달구지 뒤를 따라가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한참을 이 지경으로 가고 있으려니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면서 뉴델리 외곽의 농촌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물통을 하나씩 들고 들로 향하는 행렬이 보였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이 이렇듯 이른 아침에 어디를 가는 것인지 궁금하여 운전기사에게 물으니 큰 것을 보려고 들로 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손에 들은 물통은 일을 본 후에 뒷처리를 위한 것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집에 화장실이 아예 없나 봅니다.
길가에 이어지는 흙으로 지은 허름한 집들에는 사람, 낙타, 소, 양, 개까지 실로 다양한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도는 이상하게도 가는 곳마다 아주 흔하게 까마귀 떼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소 몇 마리가 길을 막고 누워 있습니다. 귀하신 소 몇 마리 때문에 길이 막혀서 차량 행렬이 끝없이 늘어서게 되었습니다. 포장된 곳이 험하게 움푹 패여서 울퉁불퉁한 길을 덜컹거리면서 달리는 차량도 짜증스럽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나마 차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할 때는 더욱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출발한지 4시간 만에 겨우 목적지인 타지마할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내원 한 명을 구하여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설명하여 주는 내용을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인도식의 특유한 영국식 영어 발음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랑을 위한 불멸의 금자탑, 세계 7대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란 찬사를 제쳐 놓더라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습니다.
아그라시의 동쪽 아무나 강변에 자리 잡은 타지마할은 무글 제국의 왕인 샤자한(Sha Jahan)이 왕비인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하여 만든 무덤입니다. 이 건축은 1631년에 시작하여 1653년에 완공하였다하니 무려 22년간이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 건축물인 것입니다.
뭄타즈 마할은 첫 번째 왕비에 비하여 외모가 떨어지는 볼품없는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작은 키에 까만 피부를 가진 뭄타즈 마할이었지만 그녀는 밝은 성격과 지성이 넘치는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왕비라 하여도 결코 사치스럽지 않았으며 황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여 솔선수범 준비하는 현명하고 헌신적인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사자한 역시 뭄타즈 마할을 극진히 사랑하였다고 합니다. 17년간의 결혼 생활 중에 14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안타깝게도 1629년에 15번째 아이를 낳다가 그만 뭄타즈 마할은 죽고 말았습니다.
뭄타즈 마할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샤자한은 그녀에게 소원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을 위하여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녀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샤자한은 오스만 터키에서 최고의 건축가를 인도로 초빙해 오고 인도 전역에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대리석 조각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탈리아로부터 최고의 흰 대리석을 가져왔으며 터키, 그리고 남미로부터 유색 대리석을 가져왔습니다. 중국과 아라비아 반도로부터 루비, 사파이어, 옥이 대량으로 수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공사를 위하여 엄청난 돈과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이 건축물엔 무글 제국의 영화를 표현하였습니다. 이슬람 종교의 경전인 코란을 아라빅(Arabic)의 아름다운 문자체로 섬세하게 새겨 넣었습니다. 정문은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졌으며 정문 아치를 벗어나면 수로를 둔 전형적인 무글 제국의 정원과 분수가 펼쳐집니다. 분수 앞에 서면 완벽한 좌우대칭의 타지마할이 우뚝 서 있습니다. 맑은 햇살 아래 흰 대리석의 몸체는 몇 백 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샤자한의 명예를 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무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정교한 조각과 전체적인 조화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비인 뭄타즈 마할의 무덤은 지하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달이 뜨는 밤에는 반투명의 흰 대리석을 통하여 지하의 뭄타즈가 안치되어 있는 곳까지 은은하게 달빛이 비친다고 합니다.
샤자한은 자신의 무덤을 아무나 강 건너에 만들고 구름다리를 만들고자 계획하였으나 셋째 아들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죽을 때까지 아그라성 무삼만 버즈에 갇혀 타지마할을 바라보다가 생을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샤자한이 죽자 왕권을 박탈시켰으나 아들은 아버지를 타지마할의 어머니 옆에 잠들게 하였습니다. 마침내 죽어서 사랑하는 부부는 함께 나란히 묻힌 것입니다.
타지마할은 보는 각도나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달빛 아래서 보이는 자태라고 합니다.
아내를 향한 한 남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이렇게 이름다운 건축물을 완성시킨 것입니다.
인도 내륙의 무더운 날씨는 가히 살인적입니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보고 듣고 메모하면서 하루를 거의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오후 늦게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아내에게 주려고 타지마할을 지을 때에 썼다는 흰 대리석 조각으로 만든 조그만 기념품 하나를 샀습니다.
식당에 들러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에 막상 델리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서너 시간을 길에서 고생을 해야 하리라.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가는 길이라면 어디인들 못갈 것인가?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면 델리로 돌아가서 짐을 꾸려 비행기를 타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타지마할을 떠나면서 가만히 입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샤자한, 뭄타즈 마할이여! 고히 잠드소서.
아름다운 타지마할이여, 안녕.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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