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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13. 음식 이야기

등록일 2007년02월22일 15시0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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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2
 

 해외에 살면서 사업상 이 나라 저 나라를 출장 다니다 보면 비교적 다양한 음식들을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서양 음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잘 알려져 있기에 접어두기로 하고 나에게 소박한 즐거움을 준 몇 가지 음식에 대하여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나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좋아합니다. 특히 빵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도 향이나 맛이 진하게 가미된 것보다는 담백한 맛의 빵을 좋아합니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의 북부 지방,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은 맛이 담백하고 구수해서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일명 “걸레빵”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빵은 빵 모양이 별로 아름답지 않고 허술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이 빵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밀가루에 물과 약간의 이스트와 설탕 그리고 소금을 넣고 반죽하여 하룻밤 발효를 시킵니다. 다음 날 발효가 알맞게 되면 빵 반죽을 떼어 손으로 둥글게 떼어 나무틀에 죽 늘어놓습니다. 다시 빵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손으로 눌러서 납작하게 만든 후 막대로 얇고 넓게 밉니다. 높은 온도로 가열한 김칫독 같은 질그릇 안쪽 면에 조심스레 빵 반죽을 붙여서 먹음직스럽게 구워 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빵의 크기나 두께는 대체로 피자 한 판만 합니다.
빵을 손으로 뜯어서 양젖이나 낙타 젖을 양가죽 부대에 넣어서 발효시킨 요구르트나 혹은 푹 삶은 칙피스 콩의 껍집을 벗긴 후 소금과 마늘을 조금 넣고 곱게 갈아서 올리브오일을 부어 만든 “호므스”란 소스에 찍어서 먹습니다. 영양적인 면에서도 참으로 훌륭한 웰빙 음식입니다. 
사우디에서는 서민들을 위한 국가 정책으로 정부에서 밀가루 값을 보조해 주므로 빵집에서는 겨우 빵을 만드는 노임 정도의 값만 받고 빵을 팔기 때문에 빵 값이 아주 쌉니다.
커다란 슈퍼마켓에서도 재래식 화덕을 만들어 놓고 빵을 구워내어 파는 곳도 있습니다.
이 빵에다가 양고기나 닭고기 구운 것과 야채를 말아서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간편하면서도 영양의 밸런스가 맞는 좋은 음식입니다.
케밥이란 양고기나 닭고기, 쇠고기를 양념하여 꼬치에 꿰어서 숯불에 굽는 요리 입니다.
고기에 피망이나 양파 등을 섞어서 꿰어 굽기도 하는데 중동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서민 음식중의 하나입니다.
중동 지방에서 먹는 “갑사”란 음식이 있습니다. 이 음식은 구운 닭고기나 양고기를 밥에다 얹어서 매콤한 소스랑 섞어서 먹는데 야채도 함께 곁들여서 먹습니다.
갑사 소스는 잘 익은 토마토에 풋고추를 몇 개 섞어서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 부어 믹서에 갈아서 만듭니다. 매콤한 소스의 맛이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습니다. 특히 치킨 갑사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아주 대중적인 음식입니다.
“만디”라는 음식은 중동 지방에서는 잔치 음식입니다. 사우디 사람들이 가정에서 파티를 할 때엔 대체로 이 음식을 전문 레스토랑에 주문해서 가져다 먹습니다. 염소나 양을 통째로 찐 후에 갖은 양념을 넣어서 만든 밥을 그 위에 얹어서 내 놓는 아주 푸짐한 음식입니다. 이 음식은 커다란 쟁반에 담겨져 나오는데 고기나 밥이  부드럽고 맛이 좋으며 영양도 풍부한 음식입니다. 중동 사람들은 이 음식을 먹고 난 후엔 양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하여 레몬으로 반드시 손을 문질러 닦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만디란 음식을 사다가 가정에서 먹을 때엔 김치나 샐러드를 곁들여 먹거나 오이랑 당근, 풋고추 등을 썰어서 고추장에 찍어 같이 먹습니다. 이 음식이 좀 기름진 탓입니다.
양갈비구이(램첩)는 한국 사람들이 제일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양념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은행잎 모양의 얇게 썬 양갈비에다 소금과 후추만 살짝 뿌려서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먹습니다.  고기 맛도 좋지만 소화도 잘되는 음식이라서 먹은 후에 별로 탈이 나는 법이 없는 고급 음식입니다.
중동 지방에서 만드는 스프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맛도 다양합니다. 나는 그 중 양고기나 닭고기를 토막 내어 넣은 후 토마토랑 여러 가지 야채를 듬뿍 섞어 걸죽하게 끓여내는 스프를 특히 좋아합니다. 
큼지막하게 구워 내는 터키 빵도 좋아합니다.
커다란 불 화덕에서 타원형으로 구워내는 터키 빵은 크기가 엄청 큽니다. 화덕에서 갈색으로 구워 낸 빵 위에는 볶은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습니다. 금방 구워 내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빵을 손으로 큼직하게 떼어서 “호므스”에 찍어 먹으면 참으로 맛이 좋습니다.
터키 레스토랑에 가서 요리를 시키면 인심 좋게 빵을 자꾸만 가져다줍니다.
터키 음식 중에 가지의 속을 파서 양념하여 구워 만든 음식이 있습니다. 맛이 흡사 우리나라의 가지나물 맛입니다. 빵을 이 음식과 곁들여서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빵을 먹을 때에 중동 사람들은 과일 쥬스를 같이 마십니다.
거리에서 빵 집과 쥬스 만들어 파는 큰 가게들을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인도 중부 지역에 가면 “난”이란 빵을 구워 먹습니다.
불에 달군 화덕의 안쪽에 얇게 민 빵 반죽을 붙여서 구워내는 빵입니다. 이 빵은 계란 흰자를 넣어서 반죽하므로 씹히는 맛이 쫄깃합니다. 역시 “호므스”란 소스를 찍어 먹으면 맛이 있습니다.
말레시아에도 “도티”라는 난과 같은 빵이 있습니다.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에리트리아 등 동북부 아프리카에서 주식으로 삼는 “엔젤라”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옛날 우리 가정에서 빈대떡을 붙이듯 밀가루를 발효시켜 신맛이 강하게 나는 반죽을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큼직하게 구워낸 후에 그 위에다가 야채와 양고기 등을 얹어서 먹는 이들의 주식입니다. 밀가루의 고유한 맛이 없고 신맛이 강하므로 한국 사람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빵이지만 비교적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체질인 나는 출장 갈 때마다 거부감 없이 이 피자 같이 생긴 음식을 먹었습니다.

나는 무슨 음식이든 먹으면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리고 먹던 음식은 되도록 버리지 않고 다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철없던 5살 무렵에 6.25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6. 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폭격으로 허물어져버리고 식량난은 참으로 심각하였습니다. 모두들 살아가기 위하여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건물이 다 망가져서 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조차 교실도 없이 나무 밑에 앉아서 집에서 들고 온 사과 궤짝을 놓고 수업을 받아야했습니다. 비바람이 치거나 눈이 오면 겨우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간신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건물이 고쳐질 때까지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 함께 고생을 하였지만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견디어냈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아는 이들에겐 평화로운 세상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곧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북쪽 고향에 재산을 모두 남겨두고 간신히 몸만 피난 나온 피난민들의 생활은 더욱 처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거리엔 고아가 된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거지가 되어 떼로 떠돌아다녔습니다. 그 시절 그나마 구호물자인 밀가루와 탈지분유가 배급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인명이 기아로 사망하였을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마다 거지들이 떼로 몰려와서 대문을 두드리곤 하였습니다. 밥을 안주면 줄 때까지 돌아가지 않고 각설이 타령을 불러 제꼈습니다. 문을 열고 먹다 만 밥에 김치랑 반찬을 대충 챙겨주면 거지들은 깡통에다가 음식을 받아가곤 하였습니다.
다리 밑은 거지들이 사는 주거지였습니다. 다리 밑에 모여서 동냥해온 밥을 나누어 먹고 나면 그들은 숟가락과 양재기를 두드리면서 각설이 타령을 연습하기도 하고 옷이나 몸의 이를 잡기도 하였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밥상에서 반찬 투정은커녕 밥알 한 톨도 버리지 않도록 교육을 철저히 시켰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배가 덜 고프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서 점심을 굶는 불쌍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오늘날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이는 것을 생각할 때에 같은 동포로서 참으로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팔선을 가운데 두고 북쪽은 굶어죽는다고 국제 사회를 향하여 식량을 원조해 달라고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우성이고, 남쪽은 먹는 것이 넘쳐서 영양과잉이니 다이어트니 성인병이니 야단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내다 버리는 음식 찌꺼기의 양이 대단하다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과거에 한 때 북한이 남한 보다 국민 소득이 조금 높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남한이 보릿고개에 시달리던 암담한 시절이었습니다. 박 정희 대통령 시절에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경제개발과 새마을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모자라는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분식 장려니 혼식 장려니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학교에서조차 선생님들이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싸온 도시락을 열고 합당한 비율의 혼식을 했는지 점검을 하였습니다. 아무튼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긴 남한은 쉬지 않고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경제를 부흥시켜 오늘날 이만큼 살게 되었습니다.
공산주의가 얼마나 국민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너무도 확실한데도 아직도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몽상가들이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세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남의 도움을 받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 사회에 빚이 있는 것입니다. 이 빚은 대대손손 계속하여 갚아야 할 빚입니다. 우리들이 능력이 있는 한 아직도 기아로 말미암아 병들고 굶어서 죽어가는 불쌍한 나라의 국민들을 정성껏 도와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이 사실을 똑똑히 가르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보다 못사는 남의 나라에 가서 몇 푼의 돈이 있음을 자랑하며 경거망동하는 철없는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 자신부터 늘 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겸손히 도우며 살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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