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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18. 며느리

등록일 2007년02월22일 15시0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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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2
 

우리 부부는 장난꾸러기 아들만 둘을 낳아서 길렀기에 아이들이 어렸을 적 이웃집의 상냥하고 귀여운 여자 아이를 보면 ‘저 아이 같은 딸이 내게도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의논하여 딸 하나를 입양해서 키워 볼까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하다보니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아내에게 딸이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들보다는 딸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남의 집 딸이 내 딸이었으면 좋았겠다'는 나의 생각은 두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저 아이가 장차 우리 집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몇 년 전 우리와 친분이 있는 분이 가족처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의 딸을 큰아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몇 번 처녀와 만난 아들은 서울로 출장을 간 나에게 소개 받은 처녀를 한 번 만나 보기를 원했습니다. 나는 그 처녀 아이가 아마도 어지간히 아들의 마음에 들었나 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부모에게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정식으로 소개한 적이 없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그들을 불러서 점심을 사 주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아들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처녀를 나에게 소개 하였습니다. 수줍은 듯 다소곳이 인사하는 처녀의 인상이 밝고 깨끗해서 호감이 갔습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는데 대화 도중에 특히 가지런한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꾸밈없이 솔직한 성격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들이 이 처녀와 결혼하겠다하면 흔쾌히 승낙을 하리라’ 생각하고 필리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만남이 지금의 며느리와의 첫 상면이었습니다.
필리핀에 돌아오니 아내가 여러 가지를 나에게 물었습니다.
이미 이메일을 통하여 아들에게서 그 처녀에 대하여 몇 가지 기초적인 사항들을 파악하고 있던 아내였지만 그 처녀 아이를 직접 만난 적이 없기에 무척 궁금하기도 하고 아들이 혹시나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인상이 어떤지, 교양이 있어 보이는지 기타 등등 아내의 질문이 많았지만 나는 간단히 대답하였습니다.
첫째는 우리와 같은 사업을 하는 평범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아이라는 것.
둘째는 서로 만난지 얼마 안 되었지만 둘이서 진실하게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 
셋째는 환한 인상과 꾸밈없는 말씨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 
그러니 당신이 직접 서울로 들어가서 한 번 며느리 감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곧바로 서울에 가서 며느리 감을 만나본 아내도 내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은지 매우 흡족해 하였습니다. 아내는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장차 결혼할 아들의 배필을 위하여 하나님께 날마다 기도를 했다 합니다.
믿음이 좋으며 성격이 밝고 착한 규수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면서 기뻐했습니다.
양가가 상견례를 한 후에 결혼 날짜를 잡고 순탄하게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거행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부부에게 맏며느리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아들은 한국에 살고 있고 나는 필리핀에 살고 있으니 온 가족이 만날 기회가 일 년에 몇 번 되지는 않습니다. 내가 서울에 가거나 아들 식구들이 마닐라에 오지 않으면 만날 기회가 없어서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이메일로도 가끔 자세한 소식을 주고받습니다.
점점 아들 보다는 상냥한 며느리와 대화가 잦아지고 있으며 서로가 솔직하며 허물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때로는 며느리가 아닌 딸 같은 생각으로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종종 내가 아내에게 듣는 핀잔은 며느리만 만나면 시아버지의 체통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출장을 가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면서 며느리에게 줄 선물도 함께 사게 됩니다.
집에 와서 내 놓으면서 슬쩍 아내의 눈치를 봅니다. 아내가 혼자서 다 가져버리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내 마음을 눈치 채고 “시어머니 체통이 있지, 며느리에게 줄 선물 안가질테니 걱정하지 말아요.”하면서 웃습니다.
며칠만 소식이 없어도 궁금해서 며느리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어봅니다.
결혼 후 곧바로 임신한 며느리는 아주 유난히 심한 입덧으로 임신 기간 중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도 몇달간 인내하며 학교에 열심히 다니더니 결국은 다니던 대학원도 휴학을 하고 출산 준비를 했습니다.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걱정이 된 아내는 서울로 들어가서 함께 있어 주었습니다. 아내는 아기가 태어나면 덮을 이불이랑 옷가지들과 기저귀를 비롯한 이런저런 용품들이 이미 다 준비되었다고 나에게 중간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닐라에서 새벽 단잠에 빠져 있는 나를 전화로 깨워서 들뜬 목소리로 첫손자 출생의 기쁨을 생중계하였습니다. 손자가 태어나자 내가 젊은 시절 큰 아들을 얻었을 때에 느꼈던 커다란 감동과 기쁨이 내 가슴에 넘쳤습니다. 귀엽고 튼튼하게 태어난 손자는 내 인생의 기쁨의 테를 하나 더해 준 것입니다.
손자와의 첫 번째 상견례를 위하여 나는 서울로 향했습니다.
손자 놈은 할아버지가 저를 만나러 먼 길을 온 줄도 모르고 고른 숨을 쌔근쌔근 쉬며 곤하게 잠들어있었습니다.
손자를 보여주던 며느리의 자랑스러운 얼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출산의 고생으로 푸석푸석 부은 얼굴이었으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큰일을 치룬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수고했다. 그 놈 잘 생겼구나.”  아내의 훈계대로 “시아버지의 체통”을 생각해서 더 이상 말을 삼가고 미리 준비한 금일봉을 며늘아기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손자의 백일과 돌을 축하 하느라 두 차례나 우리 부부가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가족 행사때마다 만나는 사돈 식구들과도 점점 허물없는 정이 쌓여 갑니다.
어느덧 손자가 두 살이 지났습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만날 때마다 어색해 하나 금방 친해져서 나에게 같이 놀자고 조릅니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기억 하는지 전화로 안부를 묻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셔요?  순희랑 솥솔이도 잘 있어요?”
며느리가 교육을 시켜서 언제나 나에게 전화로 묻는 안부는 한결 같습니다.
순희랑 솥솔이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입니다.
할머니에게 전화를 할 때도 똑같습니다.
“ 할머니 안녕하셔요?  순희랑 솥솔이도 잘 있어요?”
그 다음에는 토토빌이란 유아원에 다니면서 사귄 친구들 이름을 대면서 재미있게 놀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할아버지가 사는 필리핀에 엄마랑 아빠랑 같이 놀러오너라.” 하고 말하면 
“비행기 타고 갈께요.” 하고 대답을 합니다.
며느리가 다시 복학을 했으니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논문 쓰고 살림하고 아기 돌보랴 무척이나 바쁠 것입니다. 아들은 회사 일이 점점 바빠져서 전처럼 집안 일을 많이 거들지 못하는 것 같지만 주일이면 온 가족이 교회에 나가서 예배드리고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사는 모습이 퍽 대견스럽습니다.
얼마 전 손자 녀석이 유아 세례를 받는 날에 나도 아들 내외가 다니는 교회에 가서 함께 예배에 참석한 후 세례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목사님이 세례 의식을 행하시는 동안 손자는 평온하고도 깊은 잠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손자가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며느리와 함께 커피숖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빵을 먹던 즐거움을 포기했습니다. 식성이 같은 사람끼리 즐기던 과거의 즐거움 하나를 잃었지만 손자와 함께 노는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얻었습니다.  
올 추석에는 서울에서 큰아들 가족이 휴가를 받아서 이곳에 올 예정입니다.
나는 벌써부터 손자와 놀 생각으로 마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큰아들 생일이 며칠 전에 지났습니다.
생일 선물로 온 가족 함께 가는 엘리도 여행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아들이 바쁜 서울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훨훨 날려버리고 휴가를 즐겁게 잘 지내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며늘아기가 항상 내가 좋아하는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손자 잘 키우면서 고집스런 내 아들과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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