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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첫 민자발전소•••법 만들어 가며 無에서 有 창조'

등록일 2010년08월05일 18시1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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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10-08-05
 

2002년 8월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4년6개월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던 한국전력 필리핀 현지법인 사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필리핀 법인은 일리한 가스복합발전소(설비용량 1200㎿)와 말라야 중유발전소(650㎿)를 운영하며 연간 8000만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려 필리핀 재계 10위권에 들었다.

부임하자마자 회사 수익의 근원인 필리핀 정부와의 전력판매계약 재협상과 신규 사업 개발이란 양대 현안 해결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다. 필리핀 정부는 외국 발전사업자들의 과도한 전력 판매 수익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등에 업고 수익의 일부를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직원들과의 회의 끝에 산간오지에 전기를 공급해주고 전력판매계약 재협상을 마무리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 안이 받아들여져 500여곳에 전기가 들어가게 됐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대한민국 국기와 한전의 로고가 마을 입구와 전봇대마다 선명히 남아 있다.

이어 더 큰 도전에 나섰다. 2001년 6월 전력개혁법 발효로 발전소 건설이 민간 주도로 바뀜에 따라 정부가 수익을 보증해 주지 않는 민자발전소(merchant plant)를 짓기로 한 것이다. 필리핀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일이었다. 당시 필리핀은 경기 침체로 줄어든 전력 수요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신규 발전소 운영은 위험성이 작지 않았다. 그러나 말라야 발전소 운영계약이 끝나는 2011년 이후 회사 성장과 향후 전력시장 선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리핀 전력 현황과 전망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세부섬에 200㎿급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부지 선정에서 착공까지 통상 3년 내지 5년 정도 소요되지만 2년 이내에 마치기로 계획하고 환경영향평가,부지 확보 등에 착수했다.

발전소 건설은 부지 확보부터 난관이었다. 최적지라 생각한 나가(Naga)는 필리핀전력공사가 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를 불법으로 매립한 국유지였다. 당시 필리핀법상 부지를 복구해 발전소를 건설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주위에선 다른 부지를 물색해야 한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접근성,자재 수송로,송전선과 전력 수요 중심지까지의 거리 등 수익성을 포함한 제반 여건을 고려해 봤을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민간주도형 발전소 건설을 뒷받침할 만한 법과 규정이 전무한 상황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불법매립지를 정상화하고 이 땅의 소유권을 확보하려면 당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부터 시작해 에너지부 재무부 환경부 법무부 등 각부 장관은 물론 해당 국장,차관을 거쳐 법률담당관의 서명이 필요했다.

서명을 받기 위해 한 사람씩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설득했다. 발전소를 착공하기 전까지 주말을 반납한 것은 물론 일정이 바쁜 담당 장관들과 조찬 회의를 하느라 아침 식사를 두세 번씩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6개월 동안 7~8명의 장관을 수차례씩 만나 수없는 설명과 설득을 반복했다. 아로요 대통령도 여러번 만나 두 번의 재가를 받은 끝에 2007년 8월 세부 발전소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내년 2월 말이면 발전소가 준공된다. 지역 배전회사와 장기 전력 공급계약을 성공적으로 맺은 만큼 40~50년 이상 발전소를 가동하면서 국산 보수 기자재를 수출하고 1조원 이상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운영을 기준으로 보수용으로 700억원어치를 팔 수 있다. 한국 파견 직원도 연평균 150명이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부섬에 우리가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우리의 경제영토도 그만큼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절 쌓았던 경험과 인맥은 현재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서 동남아 북미 중남미 중동 등에서 해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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