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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의 사람香]“교민들의 따뜻한 전화 한통에 보람 느껴”•••대사관 근무 11년째 박연실씨

등록일 2010년04월16일 18시0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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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10-04-16
 

‘한때의 마주침’이 아닌 서로의 향기를 오래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리운 만남들’.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향기는 ‘사람의 향기’가 아닐까? 5년간 취재 현장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향기를 담아본다. –편집자 주

 

“대사관 행정원은 서기관님, 영사님 등 대사관 직원들을 도와주는 보조업무를 담당해요. 저희가 앞에 나서서 뭘 진행하거나 결정하는 사항이 아니죠. 그렇게 때문에 이런 인터뷰가 더욱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예요”

 

인터뷰 요청을 한지 3주나 지나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던 박연실씨는 주필대한민국대사관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11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터뷰로 인해 행여 누구 하나 피해를 입을까 무척 조심스러워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씩 꺼내 놓았다.

 

박연실씨는 2000년에 대사관 행정원으로 입사, 2003년까지 필리핀인 비자업무를 해오다가 2004년부터는 역대 대사들의 밑에서 비서 업무와 정무 업무 보조를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전화응대, 스케줄 관리, 손님접대, 자료 관리 등등이다. 대사관에는 연실씨를 포함해 총 11명의 행정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대사관 민원 업무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교민들은 쉴새 없이 서류를 접수 받고 전달하는 어여쁜 행정원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겉으로 볼 때 대사관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대단히 멋있어 보일지 모르나 꼭 그렇지는 않아요. 특히 저희는 뒤에서 도와주는 업무다 보니 항상 보안을 유지하고 잘 드러내지 않는 게 기본적인 자세이죠.”

 

연실씨는 비서로서 3명의 대사를 거쳐왔다. 그녀가 모신 첫 대사는 현재 외교통상부 장관인 유명환 전 대사이고 두번째가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로 활동 중인 홍종기 대사다. 그리고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귀임한 최중경 전 대사 밑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 해왔다.

 

“유명환 장관님은 다정다감하시고 자상하셨어요. 고국에 가셔서도 크리스마스때나 안부편지를 보내면 꼭 답장을 보내주세요. 홍종기 대사님은 굉장히 조용하면서 행정원들을 잘 챙겨주셨어요. 업무는 꼼꼼하게 처리하는 스타일인 반면 행정원들을 위한 자리도 잘 마련해주셨죠. 이번에 고국으로 돌아가신 최 대사님의 경우, 열정이 많으시고 추진력이 매우 뛰어나세요. 그동안 모셔온 대사님들 중 일정이 2, 3배 이상 많으셨고 가장 바쁘게 다니셨어요”

 

어려운 사람들 밑에서 일하자니 힘들지 않느냐? 는 질문에 모두들 배려가 많아서 그런 건 없단다. 오히려 비자업무를 담당했을 시절에 더 힘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원칙적으로 해드릴 수 없는 부분을 요구할 때 정말 난감해요. 예를 들어 한 필리핀 사람이 비자를 신청했는데 불허가 됐어요. 그랬더니 한국에 계신 한국분이 전화가 와서 ‘왜 내가 초청했는데 안되냐, 신문고에 고발하겠다, 당장 필리핀에 찾아간다’면서 몇날몇일 연락 온 적이 있어요. 그러나 저희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럴 때가 가장 힘이 들죠”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직책이라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속앓이를 해야 하는 비자 업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가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제 일이니까 저는 당연하게 업무를 처리해요. 하지만 그분들은 매우 고마워하시며 일부러 찾아 전화해주실 때 ‘내 안내 하나가 큰 도움이 되는구나.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았어요”

 

요즘은 매일 같이 되풀이 되는 업무이기 때문에 큰 실수 없이 하나하나 넘길 때가 보람된다고…

 

“남들은 발전하고 승진하는데 저는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회의가 들어요. 그러나 이는 저 뿐이 아니라 필리핀에 파견 나온 정부 기관 또는 기업에서 현지 채용된 직장인들이라면 모두 동감할 거예요. ‘진급’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기는 어렵지요. 일에 대한 성취나 큰 의욕이 있는 남자분들은 이런 직장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해요. 반면 여자들에게는 일을 하면서 가정을 지킬 수 있으니 굉장한 어드반테이지(advantage)가 되죠. 큰 변화없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연실씨는 대사관 직원이자 교민으로서 가장 곤란할 때가 ‘대사관 직원들은 불친절하다’는 말을 들을 때다. 업무 진행하는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나쁜 뜻으로 그런 건 아닌데도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되면 작은 불만 하나도 크게 느껴지는 법.

 

“앞에는 민원이 서 있고 뒤에는 담당 영사님이 일 때문에 부르시고.. 거기다가 조금 전에 들어온 민원업무를 제깍 처리해야 되는 터라.. 한꺼번에 여러가지 업무를 하다 보면 전화가 와도 느긋하게 받을 수 없게 돼요. 전화하시는 분은 처음 전화하는 거지만 저희는 비슷한 질문을 수백통을 받기 때문에 열심히 설명을 드려도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또한 대사관의 휴일은 필리핀 공휴일을 기준으로 하고 한국 국경일인 광복절과 삼일절, 개천절에만 문을 닫는다. 그러나 교민들은 추석, 설날 모두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도 덧붙였다.

 

“’대사관 업무’라는게 드러낼 수 없는 게 많아요. 민원 업무의 경우, 예를 들어 옆동에 사는 누구누구가 이혼을 했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아요. 자칫 오해가 될 수도 있고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 상 남편에게도 말을 하지 않아요.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모르는 척. 가능한 최대한 저희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공감대가 형성되는 동료 행정원들끼리의 우정이 매우 두터워 보였다. 같이 아이들을 키우고 사는 처지라 생일을 맞거나 아이 돌이 다가오면 여지없이 모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눈다.

 

“주재원 분들은 일정한 기한이 지나면 고국으로 가시지만 저희는 이곳에 사는 교민이기 때문에 계속 남아있지요. 그렇기에 더욱 대사관의 주인의식을 갖고 ‘우리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임해요”

 

멀게만 느껴졌던 ‘대사관’이라는 이미지가 박연실씨란 인물을 통해 조금은 친근감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 대사관 안 울타리에 있는 사람도 모두 같은 교민이요,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혜진 기자 wkdgpwls@manilaseoul.com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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