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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바오] 고인이 가시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지난 4일 다바오 시내에서 피습 당했다 숨진 박장수씨를 기리며…

등록일 2008년08월15일 17시2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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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08-15
 


 

박장수씨. 향년 64세. 충북 충주생. 1944년 중국 길림성 부근에서 태어나 이북을 거쳐 1946년 충주에 정착.

어렸을 때부터 고기잡이의 귀재였던 박씨는 해군 복무를 전후해 공무원으로 재직했었지만, 바다를 동경해 부산에 가서 교육을 마치고 원양 어선을 탄다. 1970-80년대 수출 입국의 일익을 담당했던 참치 선단의 일원이었다.

20여년의 원양어선 생활을 선장으로 마치고(이 때문에 지금도 '캡틴 박'으로 불리운다) 모은 돈으로 주문진에서 오징어 잡이 배를 운영하는 선주로 있었으나 90년대 중반 수년간 오징어 흉작으로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고 단신으로 필리핀 민다나오에 들어와 의류업을 하며 젠산, 가가얀 등을 전전하다 수년전 다바오에 정착했다.

고령이지만 검소하고 근면, 성실해서 그 흔한 헬퍼 한명 두지 않고 취사, 빨래, 청소 등을 직접 했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 2년 전부터 동업을 해온 세부의 주사장은 그 때문에 자신의 기상 시간이 몇 시간 빨라졌다고 할 만큼 부지런했다.

가격 경쟁이 안되는 저가 중국산 옷이 들어오면서 사업이 힘들어졌지만, 근면과 솔선수범으로 다바오의 매장은 번창했고 그는 그동안 모은 돈중 100만페소를 연락조차 잘 안되는 한국의 두 딸들에게 동생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었고 오는 8월20일 딸과 남,녀 동생들과 다바오에서 상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노상 강도를 만나 송금예정이었던 돈 50만페소를 강탈당하고 중태에 빠져 병원에 후송됐었다. 2, 3일 경과가 좋아지기도 했으나, 2일전부터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2일 새벽 2시에 별세했다. 목격자가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증인이 나서지 않는 강도사건이나, 본인이 직접 산소호흡기를 빼는 바람에 뇌에 손상이 와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병원측의 설명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지만, 해명이 되더라도 원상 회복이 안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고인과는 일면식도 없고 장례식장이 너무 썰렁하지 않을까 해서 문상을 간 것이지만, 고인이 가시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친하게 지냈던 이웃인 중국계 필리피노 가족이 수일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생전에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모두 문상을 와 수시간씩 자리를 지켰다. 한국 교민도 드문 지방에서 딸아이의 생일날 큰 곰인형을 사들고 불시에 찾아왔던 고인을 추억하는 해왕 이해창 사장은 장어를 10킬로나 구어서 갖고 왔고, 고인이 몇차례 식사를 갔던 동아가든의 박 사장은 보쌈과 김치를 포장해왔다. 한국에서 출장을 왔다 고인이 입원중이라는 신문 보도를 보고 온 문병이 갑작스레 문상으로 바뀐 분도 있었고, 60만페소나 되는 병원비를 기꺼이 낸 세부의 안 사장도 매장이 몇 군데 있지만 수일간 주위를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교민들 일이라면 발벗고 나설 만큼 봉사심이 강한 컴퓨터플라자의 한사장, 아씨 신마트의 김민석사장, 풍년 쌀 상회의 손 사장등이 자리를 지켜줬고, 다바오 한인 경제인연합회(회장 이석미)는 조화를 보내 예를 표했다.  

고인에 대해서는 의례 덕담을 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긴 하지만, 이는 고인이 얼마나 검소하고 소탈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 왔는 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견 외롭게 살았지만, 주위에 훈훈한 미담을 심고 간 삶은 결코 외로운 삶이 아니다. 캡틴 박! 당신의 삶은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안식을 취하소서.  

 

*다바오 경찰측은 이번 박씨의 사건 용의자로 4명을 지적하고, 2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용의자 중 한명은 박씨의 사업장에서 퇴직한 전직 직원으로 알려졌으며 또 다른 한명은 박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현직 직원으로 밝혀졌다.

김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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