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터지자 서로 얼싸 부둥켜 안고 감격
사진설명: 그리스전에서 이정수의 첫 골이 터지자 환호하는 교민들
한국-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6월12일(토) 필리핀 전역 곳곳에 붉은 악마의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 퍼졌다. 태극 전사들은 응원에 보답이나 하듯 통쾌한 승리를 거둬내자 필리핀 교민 또한 승리의 감격에 새하얀 밤을 지새야 했다.
가장 열렬했던 응원전은 주필대한민국대사관과 재필리핀한인체육회 주최로 열린 ‘교민 응원전’. 저녁 7시, 마닐라 소재 산 안드레스(San Andress) 체육관에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교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속속히 등장했다. 대형 스크린 3개가 마련된 체육관은 지난 월드컵에서 교민 응원전을 펼친 적이 있어 낯설지가 않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금세 불어난 교민들은 붉은 물결을 이루며 생중계로 진행하는 한국 대표팀과 그리스 대표팀간의 경기를 열심히 지켜봤다. 교민들은 우리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선보일 때마다 응원봉을 흔들고 꽹과리와, 북, 징이 한데 모여 흥을 돋궜다.
급기야 전반전 7분께 이정수 선수가 첫 골을 터트리자 교민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로를 얼싸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정수 선수의 선취골 장면이 리플레이 될 때마다 교민들의 붉은 함성은 체육관 장안을 가득 메웠다.
후반에도 박지성 선수가 수비수를 제치고 그리스 골망을 흔들자 체육관은 경사가 난 듯 마치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교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체육관 밖에서까지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가 됐다.
이날 교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한국이 너무 잘 했다'였다. 김지혜(21) 학생은 “2-0으로 이기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이번 기세를 몰아 다음 경기에도 승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 응원단으로 나섰던 최우철(26)씨는 “응원하느라 사실 경기를 잘 못 봤다. 이기니까 이미 분위기는 16강에 올라간 듯 하다”고 전했다.
한편 응원전을 준비한 재필리핀한인체육회는 예상보다 더 많은 교민들이 몰려와 진땀을 흘려야 했으나 전혀 힘들어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체육회는 당초 2000여명 정도가 운집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나성주 사무차장은 “티셔츠 2300장, 쿠폰 1100장 모두 나갔고 후에 100여명 정도가 더 들어와 공식 집계로 3500여명 정도가 왔다”고 말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는 교민 응원전은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23일(수) 나이지리아전 경기를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응원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선전을 등에 업고 뻗어가 다시 한번 필리핀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한인들을 한데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혜진 기자 wkdgpwls@manilaseoul.com/사진 김용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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