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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코피노 어린이들과의 멋진 하루

한지영 Kopino 인턴기자

등록일 2010년06월11일 15시4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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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10-06-11
 


 

 

떠나기 하루 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심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아이들도 우리들도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하나님도 아이들의 기도를 들으셨는지, 다음날 마닐라 시는 여느 때와 같이 하얀 구름 덮인 좋은 날씨였다. 어머님들은 모처럼 떠나는 여행에 설레여서 새벽부터 shelter에 모이셨고 우리들 또한 일찍 도착해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요가교실 기사를 보고 온 부인과 두 아들 또한 여행 떠날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 차에 작은 문제가 있어 예정 시간보다는 살짝 늦어졌지만 늦지 않게 차 3대가 함께 출발했다.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여행을 준비한 선생님들도, 바라보는 우리들도 흐뭇했다. 출발과 함께 차 안에서 아침요기로 빵과 과자, 떡 등을 먹고 노래를 부르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다행히 차는 밀리지 않았지만 길을 조금 헤매는 바람에 무려 5시간 만에 해변에 도착하였다. 천연색 바다로 둘러싸인 필리핀, 그 중에서도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바탕가스. 우리가 간 해변은 마따풍까이 해변이었다. 오랜 여정에 조금은 지쳐 보였던 모습도 잠시, 바다를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뛰어나갔다. 각자 가져 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은 바다로 달려 나갔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선생님들과 우리는 뗏목에서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행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비큐 파티가 아니던가. 몇 명은 고기를 굽고 몇 명은 반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신나게 놀다 허기가 진 아이들이 하나 둘씩 뗏목으로 모여들고, 때 마침 잘 구어진 고기들과 맛있는 반찬들로 배불리 배를 채우고 또 다시 하나 둘 바다로 놀러 나갔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난 뒤, 선생님들과 우리들도 식사를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 중 식사는 꿀맛이었다. 고기를 많이 사와서 이 많은 고기를 다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들이라 놀다보면 금방 허기가 지는지 이따금씩 하나, 둘씩 들려서 고기 몇 점을 집어갔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고기도 어느새 다 먹게 되었다. 나중엔 아이들이 불가사리를 잡는 것에 재미가 들렸는지 하나 둘씩 컵에 불가사리를 담아와 보여주며 싱글싱글 웃는데 바다보다 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그럴 때가 있었던가 싶었다. 그렇게 모으기 시작한 불가사리가 어느새 한 바가지가 되었고, 가져가 말린 뒤 미술시간에 쓸 것이라고 했다. 한 어머니는 어항에 장식하기 위한 돌을 모으러 다니셨고, 물안경을 가져온 몇 명의 아이들은 바다 속 세상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라했다. 그렇게 놀기를 4시간 뒤, 떠날 시간이 되어 모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마닐라로 출발했다. 돌아가는 도중에 졸리비에 들려 저녁을 먹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다. 아이들도 많이 지쳤는지 금방 잠들기 시작했고 밀리는 듯 했지만 눈 떠보니 어느새 마닐라로 돌아와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쏜살같이, 그리고 꿈같이 지나가버렸다. 그 때 까지도 그게 아이들과 나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느낄 수 있다. 그 때가 정말 아이들과 나의 마지막이였다는 것을.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한 아이스크림 장사꾼이 지나갔다. 그 때 한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는 바람에 원장선생님께서 하나 사주기로 한 것이 한 명이 모이고, 두 명이 모이고 나중엔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을 기다리게 되는 바람에 아이스크림 값만 1000페소 가까이 쓰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곳에 와서 이렇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하시는 원장선생님 말씀에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었다. 1000페소면 이 아이들을 이토록 기쁘게 해 줄 수 있는데 ‘그 동안 나는 1000페소로 무엇을 했는가’ 라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도 크게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며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겼다. 작은 것 하나에도 크게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가 과연 그들보다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한글을 가르치러 그 곳에 갔던 나이지만 사실상 내가 더 많이 배우고 느꼈던 것 같다. 이제 정말 더 아껴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데 떠나야만 하는 사실이 힘들지만, 나는 믿는다. 먼 훗날 시간이 지나고 큰 사람으로 거듭나 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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