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월 3일 말라카잔궁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후 악수를 하고 있다. PNA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월 3일, 마닐라 리잘 공원에서 열린 헌화식에서 국민영웅 호세 리잘 박사 기념비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PNA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을 겨냥해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4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약 1시간 반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동·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중국을 억제하고자 안전 보장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필리핀에 총 6억엔(약 2억3500만페소) 상당의 연안 감시 레이더 5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군대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신설한 제도인 '정부 안전보장 능력강화 지원'(OSA)을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다.
OSA는 비군사 분야로 한정한 기존 공적 개발 원조(ODA)와 달리 방위장비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또 양국 정상은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의 상호 파병을 용이하게 하는 '상호접근 협정'(RAA·일본명 원활화 협정)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에서 외국 부대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RAA가 있으면 훈련할 때 신속하게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
일본은 앞서 호주·영국과 RAA를 체결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처음으로 RAA를 체결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RAA 체결 교섭과 관련해 "이번 정상 외교를 통해 필리핀과 관계가 '준동맹국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각각 동맹 관계인 미국을 포함한 3국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기시다와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상호접근협정은 일본과 공통 안보 우려를 공유하는 필리핀을 포함해 우리 국가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접근협정에 대해 "우리는 이러한 합의가 우리 국방군과 군인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남중국해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필리핀을 방문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PCG)를 관할하는 교통부 장관 하이메 바우티스타는 정부가 양허 조건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해안경비대용 97미터급(경하1,200톤급) 순찰선 5척을 인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티스타는 5척의 규모가 PCG의 가장 큰 두 척의 선박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바우티스타는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의 보안 대응물인 OSA에 대한 아이디어가 기시다의 리더십 하에서 지난 2년 동안 싹텄다고 말했다. 일본은 필리핀의 최대 ODA 지원국이다.
바우티스타는 "더 복잡하고 도전적인" 새로운 안보 환경 속에서 기시다 휘하의 일본의 국가 안보 전략이 진화했으며 OSA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정부 안전보장 능력강화 지원'(OSA) 외에도 회의 후 세 가지 합의 사항도 제시되었다.
- 방사모로 지역의 도로 네트워크 개선/구현 및 재해 신속 대응 운영을 위한 건설 장비 제공을 위한 9억 5,700만 엔(약 376백만페소)의 비프로젝트 무상 지원에 대한 협약
- 관광부와 일본 국토교통부 간의 관광 분야 협력 양해각서
- 환경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부 간 광업 부문 협력 양해각서
두 정상은 또 인프라 개발 및 경제협력 고위급 공동위원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경제협력 사업과 미래 경제협력 사업의 '안정적인 이행'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정부의 필리핀 개발 계획 2023-2028에 따라 2025년까지 중상위 소득 국가(UMIC) 지위를 달성하려는 필리핀의 노력에 대한 일본의 "동적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일본이 자금을 지원하는 메트로 마닐라 지하철 프로젝트와 남북 통근철도 개발 및 확장을 통해 전국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도쿄에서 열리는 일·아세안 우호협력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2023년 12월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동중국해 센카쿠열도를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도쿄를 공식 방문했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