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 한 이들을 일러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개천용론'은 힘을 잃 고 '금수저·흙수저론'이 득세하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걷어차이면서 양극화가 더 욱 심화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금수 저가 득세하고 개천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 러한 세간의 인식이 실제 연구 결과로도 입증 됐다.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오성재 씨와 같은 학부 주병기 교수는 25일 재정학연구 최 근호에 실린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개인의 소득이 노력뿐 아니라 선택 과 관련 없이 주어지는 부모의 경제력·학력 등 사회경제적 환경, 선천적 재능, 우연적 요 소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다. 논문은 한국노동패널 1차(1998년)에서 18 차(2015년) 자료를 토대로 1998년, 2003년, 2008년, 2014년 가구주 연령 30∼50대 가구 의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환경변수로는 가구주 부친의 교육수준과 직업을 택했다. 직업은 고숙련자(고위임직원·관리자·전문 가 등), 중숙련자(사무·서비스·판매업 단순노 무 종사자), 저숙련자(농림어업 종사자)로 범 주를 나눴다. 논문은 이 자료를 조건부 누적 분포함수 확률지배관계 성립 여부를 검증해 기회불평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가구주 부친의 직업과 학력 모두에 서 기회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조사 기간에서 고숙련 집단과 저숙련 집단 간 기회불평등이 나타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숙련 집단과 고숙련 집단의 불평등은 관측되지 않은 해가 2008 년 등 여러 해 나타났다. 기회불평등은 주로 부모의 직업이 저숙련일 때 집중됐다는 의 미다. 직업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학력이 저학력 (중졸이하)일 때 기회불평등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력(고교 재학·졸업)과 고학력 (대학교 입학 졸업 이상) 간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논문은 자체 개발한 개천용불평 등지수도 분석했다. 이 지수가 0이면 최상위 소득을 얻는 사람 중에서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천용불평등지수가 1이면 최상위소득을 얻는 사람 중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이 전 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회불평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이 지수는 조사 기간 꾸준히 상 승했다. 특히 가구주 부친의 직업환경을 분석 한 결과 기회불평등도는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 가까이 증가했다. 다시 말해 최저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10명 중 2001년에는 1∼2명이 기회불평등 때 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2014년에는 4명 가 까이 성공하지 못했던 셈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연 구 결과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 는 그만큼 '수저'(주어진 환경)가 그만큼 주요 한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논문은 환경과 평균소득, 지니계수 등의 관 계를 지수화한 지니기회불평등지수도 도출해 다른 국가와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은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등과 같이 기회불평등이 존재하지 않거나 뚜렷하 지 않은 나라들보다는 미국과 이탈리아 등과 같이 기회불평등이 뚜렷한 나라에 가까운 것 으로나타났다. 한국의 지니기회불평등지수 값은 미국과 이탈리아보다는 낮고,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보다는 매우 높으며, 영국·프랑스·벨기에보다 는 약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공교육 중심의 평준화된 교육체계 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1990년대 초까지 한 국 소득불평등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세대 간 계층 상승 기회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높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기회평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악화했 고 자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희망도 사라지 고 있다"고 평가했다.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