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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7. 생일

등록일 2007년02월22일 14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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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2
 

음력설을 쇠고 나면 곧 또 내 생일이 돌아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님은 내 생일날이면 늘 미역국 대신 떡국을 끓여 주셨는데 그 이유는 내가 너무도 떡국을 좋아하였기 때문입니다.
명절 때만 되면 어느 집이든지 방앗간에 가서 흰떡을 뽑아오느라 온 동네가 분주했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어서 설날에 먹고 남은 떡은 물을 가득 채운 독에 담가서 바깥에 놓아 보관을 하였습니다.
추운 겨울 날씨 덕분에 떡이 여러 날 상하지 않고 보관이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떡국을 무척 좋아해서 아내가 종종 떡국을 끓여 주는데 떡국을 먹을 때마다 물독에다 떡을 잘 보관하였다가 내 생일날이 돌아오면  막내아들을 위하여 정성껏 떡국을 끓여 주셨던 어머님 생각을 합니다.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도 어언 12년이 지났지만 어머님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만 갑니다.

내가 철이 들어 생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내 생일을 의식적으로 잊고자 하였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신을 직접 차려 드리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두 분 생신 때에 맞추어 보내드리는 약간의 돈이나 선물로서는 부모님이 내게 쏟으신 정성에 비하면 내 정성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늘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내 생일이 돌아오면 나는 아내에게 “내 생일을 위하여서는 절대로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 하였습니다.
주위의 아무에게도 내 생일을 알리지 않고 평소대로 지내거나 훌쩍 출장길에 오르곤 하였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나이 들어가며 젊은 시절에 그리던 꿈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나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들로 생일을 맞을 때마다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간을 나는 내 생일을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아들이 장가들어 며느리를 본 후 첫 번째 맞는 생일에 나는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 며느리로부터 정성 어린 선물과 약간의 돈을 송금 받았습니다.
이것을 받은 후에 내 처가 나에게 말하길 “이제부터는 당신 생일을 전처럼 그렇게 보내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당신 나이도 60이 되었고, 당신이 부모님께 죄송해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훗날에 당신 같은 생각을 갖지 않도록 이제부터는 생일날에 반드시 조촐한 파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분히 생각해 보니 아내의 말이 이치에 맞는 것 같아서 60회 생일에 나는 처음으로 우리 회사의 한국 직원들과 가족들을 식당으로 초대하여 조촐한 생일잔치를 하였습니다. 아내가 커다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였고, 직원들이 아름다운 꽃바구니를 나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직원 자녀들이 나를 위하여 생일 축하 노래도 귀엽게 불러주었습니다.
61회 생일에는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가 한국에서 왔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직장에 다니느라 16년간이나 혼자 살았던 작은 아들도 작년에 필리핀에 와서 우리와 함께 살게 되어 아주 모처럼 온 가족이 다 모일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역식구들과 한 차례, 그리고 우리 회사 직원들과 또 한 차례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한다고 우리 손자가 내 뺨에 향긋한 입술을 대고 뽀뽀도 해주어서 감격했습니다.

내 나이 이제 60 고개를 넘었으니, 어느덧 인생의 황혼 길에 접어들었나 봅니다.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야할 날들이 짧기에, 앞으로 맞이할 내 생일은 좀더 의미 있게 보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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