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이종일 교수 “서구중심적‘GNP인종주의’심각”
"한국의 인종주의는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 습니다. 다문화 교육은 이런 인종편견을 바로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구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이종일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다 문화 교육의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 교수는 최근 출간한 '다문화 사회와 타 자 이해'에서 한국 사회의 인종편견 형성과 그 특징을 역사적 맥락에서 서구 사회학 이론 을 접목해 조목조목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인종편견 특징으로 '이중성'을 꼽았다. 한국인의 인종편견은 미국과 일본의 강한 영향으로 흑인 또는 유색 인종을 열등한 존재로 보지만, 동시에 백인이라도 소득이 낮 은 국가 출신은 폄하하는 '지엔피(GNP) 인종 주의' 성향을 강하게 띤다는 것이다. 또 서구중심주의를 수용해 흑인이나 혼혈 흑인을 싫어하면서도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나 가수 인순이처럼 성공한 한국계 혼혈 흑인은 높이 평가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이 교수는 조선 후기 사대부들이 체계화한 조선중심 문화우월주의와 일본의 식민지배 경험에서 형성된 서구문명에 대한 우월적 평 가 등이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거치면 서 한국에 비해 근대화 과정에 뒤떨어져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를 차별하는 또 다른 유형 의 인종편견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인종주의는 정말 심각해요. 차별 의 근거가 되는 카드를 다섯 개 정도 갖고 있 다가 상대방이 그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무시 하는 거죠. 특히 자기 편이 아니면 인정을 잘 안 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해 자신의 우월성을 보이려는 겁니다. 그게 이주민을 상대 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거죠. 몇 년 전 유엔 인권위에서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 7개를 뽑았는데, 그 안에 일본과 한국이 들어갔어요." 그는 우리 사회가 급격히 다문화 사회로 가 면서 그에 따른 갈등의 요소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타 자를 잘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타자 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요. 몇 년 전 영국 인종 폭동 소식이 전해졌을 때 네티즌 70% 정도는 '차별받아 마땅하다'는 식의 얘길 하더군요. '일베' 같은 극우 부류들도 있고, 어 린이와 청소년들까지 이런 흐름의 영향을 받 으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위험해집니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다문화 교육이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큰 사고와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하며, 다문화 교육의 핵심은 인 종주의, 인종 편견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되어 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문화 자녀에 대한 이중언어 교육과 일반 학 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을 분리하고, 특 히 학교에서는 인종 편견에 대한 교육, 반차별 교육을 핵심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방식은 오히려 차별을 강화하는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와 다른 문화를 단순히 접하 는 수준에서 끝나면 '그러니까 못살지' 라는 식 으로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인 식의 틀을 바꾸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