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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15. 백인의 오만함

등록일 2007년02월22일 12시2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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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2
 

사업상 백인(유럽 혹은 미국인)들과 만나서 종종 미팅을 하게 되는데 때때로 그들의 오만함을 피부로 느끼고 마음속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는 있습니다.  
물론 수 십 년간을 변함없이 형제와도 같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황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백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내 자신 스스로 잠재적으로 황색 인종이기에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지나 않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로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추태가 심심치 않게 현지 신문에 오르내릴 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국민들에 대하여 상대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그들을 업신여기고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도 과연 그와 같은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가 일본 사람들을 뛰어넘기 위하여 흔히 “극일”이란 말을 합니다.  
나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는 과거 역사적으로는 용서하기 힘든 부분이  확실히 있지만 미래의 동반자로써 서로 손잡고 협력할 부분도 있다 하겠습니다. 
내가 만난 일본 사람들은 상대방을 대할 때에 대부분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경우에 밝습니다.  
“극일” 이란 말은 일본이라는 국가를 지칭하는 것이지 일 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경험한 유럽인들 중에서 특히 프랑스인이나 독일인들은 참으로 상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업상 이들을 상대하게 되면 대부분 한국인은 자기들 보다 한 수 아래라는 듯 거만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한국인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지만 88 서울 올림픽 이전만 하여도 우리나라가 세계에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던 시기여서 한국인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들의 오만함을 겪은 일화를 두 가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중동에 진출하여 엄청난 공사를 수주하여 일하고 있던 Bou ygues란 프랑스 회사와 거래를 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프랑스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대형 건설업체이고 프랑스에 TV 방송국도 소유하고 있는 유명한 회사입니다.  
우리 회사는 이 회사로부터 철골 공사를 하청 받아서 납품하고 시공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전투기를 보관하는 격납고 철골공사의 기술적인 문제점과 공사 기한 등을 협상하기 위하여 미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Bou ygues 회사쪽의 프랑스인 7-8명과 우리 회사에서는 나와 필리핀 엔지니어가 참석을 하였습니다. 
프랑스 회사의 엔지니어 한 명이 회의가 막 시작되기 전 미소를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하기를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잘 먹습니까?” 라고 묻더니 답변도 하기 전에 곧 이어서   
“당신도 개고기를 좋아합니까?” 라고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 듣고 있다가 나는 조용히 응답하였습니다. 
“당신은 스위스를 가 보았습니까? 당신의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니 물론 가 보았을 것입니다. 스위스의 어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고기는 별로 즐기지 않고 개고기만 아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어린 강아지를 잡아서 훈제를 하거나 허브에 재어 놓고서 말입니다. 
알프스 산악 지역에 있는 이 마을은 중세기 때에 눈사태가 나서 마을이 고립되는 바람에 식량이 모두 떨어져 개를 잡아먹기에 이르렀는데 이 때 맛본 개고기 맛이 너무도 좋아서 그 이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개고기를 계속 먹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국제적으로 시끄러울 때에 한국 신문에 소개된 내용이 기억나서 그들에게 말한 것입니다.  
연이어 나는 “거위 간 요리”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 나는 당신 나라의 거위 간 요리를 좋아하지만 , 거위를 학대하는 과정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거위에게 강제로 과식을 시켜서 간에 이상이 생기게 만들어 마침내 간이 커지면 거위를 잡아서 요리하는 것이 아닙니까?” 
회의 참석자들은 잠시 웅성이더니 조용해졌습니다. 
나는 이때를 이용하여 이들의 콧대를 꺾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달팽이 요리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팽이는 우리나라에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저분한 습지에서나 자라는 달팽이는 먹지 않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기근이 심할 때에 천민들이 먹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양반들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는 회의를 하러 왔지 당신들과 요리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니 요리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겠습니다.”고 말하고 곧바로 일어나서 협의도 하지 않고 그냥 회사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다음날 이 회사의 대표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제 일은 대단히 미안합니다. 부하 직원의 실수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엔지니어가 직접 우리 회사에 찾아와서 나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였습니다.  
“당신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개인적인 실수지 회사 일과는 무관하니 협의를 계속해 주십시오.”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물론 협의는 계속되었고 우리 회사는 그 공사를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생각이 합리적이며 겸손하고 친절합니다.  
그러나 소수의 미국인들은 일등국 국민이라는 교만함이 그들의 언행에 짙게 배어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해 있는 큰 회사들 대부분은 다국적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홀랜드계 회사인 Vallast nedam이란 회사도 대단히 큰 회사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회사가 이 회사의 하청을 받아서 오랜 기간 철골 공사를 하였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성수대교가 무너진 다음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영자 신문을 보니 톱기사로 성수대교 붕괴 기사가 실렸고 성수대교 상판이 떨어진 사진과 미국의 맨허턴과 뉴져지를 잇는 사장교의 사고 사진을 실어 두 사고를 비교하였습니다. 
이날 오전 일찍  Vallast nedam 회사와 철골 하청 건에 대하여 미팅이 예약 되어있어서 읽던 신문을 급히 가방에 넣고 회의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미팅에 참석한 사람들 중 미국인 엔지니어가 불쑥 나에게 질문하기를  
“한국에서 다리가 붕괴되었는데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하더니 곧 이어서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  
“한국인들이 하는 공사가 참으로 부실한 것 같습니다. 당신네 회사도 이와 유사하게 공사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한 말을 곰곰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비교일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자존심까지 상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내 가방을 열어서 신문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안하고 그들 앞에 다리 사진이 실린 신문을 펼쳐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다리 상판 하나가 떨어져 내렸고, 미국에서는 다리 전체가 무너져 내린 사진이니 어떤 공사가 더 부실인지 비교하라는 의미로 보여준 것입니다. 
물론 후에 미국인 엔지니어는 정식으로 나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였습니다. 
수 십 년을 외국에 나와 살아도 우리는 한국 사람이기에 외국인들에게 한국 사람으로서 날마다 평가를 받고 살아갑니다. 
내 조그만 실수가 내 조국과 내 민족의 수치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곳에서든 늘 언행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신문을 읽으면 국가의 안보나 경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윤리관이나 가치관의 혼돈이 도를 지나친 느낌입니다.    
물질 만능의 천박함에 모두들 중독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가난했을 때에 오히려 더 품위를 지키며 이웃과 더불어 넉넉한 마음으로 산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운 요즘이 바로 내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뒤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을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늘 위기에 강한 민족이니 이 어려움을 지혜롭게 잘 극복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을 등지고 외국으로 떠난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나는 이러한 현상을 꼭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이유로 조국을 떠난다 해도 반드시 어느 곳에서건 조국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저 또한 비록 몸은 조국을 떠나온 지 수 십 년이 지났지만 마음은 늘 조국과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날마다 조국을 위하여 기도하며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겠습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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