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이나 대화에서 ‘함몰’을 ‘몰 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 다. ‘함몰(陷沒)’은 ‘어떤 표면이 푹 들 어가는 일. 또는 재난을 당하여 멸망 함.’ 등을 말며, ‘몰입(沒入)’은 ‘어떤 데에 빠짐. 또는 빠뜨림.’이라는 말이 다. 1) 황홀경에 몰입하다. 2) 학문 연 구에 몰입하다. 3) 전자 게임에 몰입 하다. 잘 가시게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 어주던 때”로 시작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는 세대를 뛰어넘어 인기 있는 노래인 것 같다. 젊은이들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노년 층에선 과거를 회상하며 눈가를 적시 며 듣고, 부르는 노래이니 말이다. 그 런데 감동을 주는 그럴듯한 노랫말 말미에 귀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가시게’라는 말이 과연 낮추는 말 인지 아니면 높임말인지 쉽게 구분이 안 가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높임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게’와 ‘하 시게’는 조금 다르다. ‘하게’는 완전히 낮추는 말이고, ‘하시게’는 낮추는 말 이지만 그 대상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 은 사람일 때 쓰는 말이다. 이를테면 조카나 아랫동서가 촌수 로 봐선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해라’ 또는 ‘하게’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 이 말하는 이 보다 나이가 많을 때 는 절반만 낮추어서 ‘하시게’를 쓸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노랫말 ‘가시게’는 남 편이 화자이고, 아내가 청자이다. 먼 저 세상을 떠나려하는 아내에게 남편 이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말의 요점은 남편이 아내에게 존댓말을 쓰 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만일 아내가 남편에게 ‘잘 가시게.’라고 했다면 그것도 어색 하지 않은지 묻는다. 이것이 조선시대 에 나온 노래라면 모르거니와 현대의 노래인데 이렇게 남존여비의 냄새가 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부부는 서로 존대어를 써야 한다. 자기 아내에게도 남의 부인에게 하듯 깍듯이 공대해서 인격을 존중해야 한 다. 자녀들 앞에선 더더욱 그렇다. 남의 부인은 남의 부인이라서 높임 말을 쓰지만 아내는 아내라서 가볍 게 대한다면 부부평등은 말뿐이리 라. 그러므로 ‘잘 가시게.’를 ‘잘 가시 오.’ 또는 ‘잘 가세요.’로 썼으면 티 하 나 없는 옥이 되었을 것이란 아쉬움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