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최근 살인과 납치 등 흉악 범죄가 빈발하자 사형제 부활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총격사건 등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극 형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하는 가운 데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가톨릭 교회가 제동을 거는 형국이다. 29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빈센테 소토 3세 상원 의원은 최근 속출하는 살인 등 강력사건 과 허술한 법 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형 제 부활을 위한 법안을 공식 제출했다. 소토 3세가 발의한 법안은 흉악범들을 대상 으로 약물을 주사,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내 용을 담고 있다. 그는 "잔혹하고도 무차별적인 범죄가 도처에서 꼬리를 물고 있어 극형인 사형 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최고형량인 종신 형의 경우 범죄를 억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 붙였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대통령을 지낸 조 지프 에스트라다 마닐라 시장 역시 최근의 아 동 성폭행 등 흉악 범죄의 심각성을 들어 사형 제 부활론에 힘을 보탰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 령 집권기인 지난 1999년에는 아동 성폭행 사건 의 범인이 처음으로 사형에 처해진 바 있다. 니카노르 바톨로메 필리핀 경찰청장도 무장 괴한들이 수류탄까지 동원해 사설 경비를 살해 하는 등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사 형제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에리코 아우멘타도 하원 의원도 몸 값을 노린 살인과 마약 관련 범죄자 등 흉악범 을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아키노 대통령은 사형제 부활에 강 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비가일 발테 대통령궁 부대변인은 "사형제 와 관련한 아키노 대통령의 입장은 종전과 다름 없다"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 다는 인식 확산이 효과적인 억제책이라는 게 대 통령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후안 에드가르도 안가라 상원 의원은 사형제 를 부활하기보다는 현행 법률의 충실한 집행과 사법기관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가톨릭 주교회의(CBCP) 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형이 효과적인 범죄 억 제 수단이 될 수 없음이 이미 입증된 상태라며 사형제 무용론을 펼쳤다. 그는 특히 "범죄로 희 생된 사람은 관련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더라도 다시 살려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필리핀의 사형제는 피델 라모스 대통령 집권기 인 지난 1993년 부활됐으나 지난 2006년 글로리 아 아로요 대통령 시절부터 영구적으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