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 배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 어(58) 측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법적으로 대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8일 AFP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주니어 측 변호사인 조지아 가르시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은 부정행위 와 투표기 오작동 등으로 400만 표를 도둑질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마르코스 주니어의 잃어버린 표 찾기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선인의 공식 승리 선언 이후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 고 덧붙였다. 전날 필리핀 의회가 발표한 공식 부통령 선 거 결과에 따르면 여당 후보인 레니 로브레 도(52) 여성 하원의원이 1천440여만 표를 획 득, 마르코스 주니어를 26만3천여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로써 마르코스 독재정권 을 무너뜨린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 30 주년을 맞는 올해 부통령직에 올라 가문의 화 려한 정치적 부활을 꿈꾸던 그의 계획은 수포 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마르코스 가문에 대한 향수가 표로 연결됐던 이번 선거 패배 이후 마 르코스 가문의 대권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필리핀 드 라 살레 대학의 국 제관계학 및 정치학 교수인 리처드 자바드 헤 이다리안은 "이번 선거는 마르코스 가문이 다 시 말라카낭 대통령궁으로 돌아갈 길을 찾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선거가 열리는 6년 후에는 그들에게 패배의 그림자를 안기는 완전히 다 른 시대정신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닐라에 본부를 둔 경제정치개혁 연구소 의 레이먼 캐시플 이사는 "이번 선거 패배로 마르코스 가문이 선거를 통해 재집권하는 것 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이번 부통령 선거 유세 때 "과거는 과거일 뿐 미래를 봐야 한다" 며 "그것이 우리가 지지를 받는 이유"라고 말 했고, 자신의 부친이 집권했던 시기가 오히려 황금기였다며 마르코스 독재 시절 인권 유린 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 집권에 나섰 다. 계엄령하에서 수만 명이 투옥, 실종 등 피 해를 봤다. 그는 1986년 피플 파워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