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구성에서 여당 소속 차기부통령 배제…“낙선 마르코스 배려”
여당 후보로 필리핀 부통령에 당선된 레니 로브레도 하원 의원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설움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야당 후보로 나서서 대권을 잡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 시장이 로브레도 차기 부통령을 내각 구성에서부터 냉대하 기 때문이다. 2일 GMA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 당 선인은 로브레도 차기 부통령에게 이달 30일 출범하는 새 정 부의 내각 자리를 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필리핀에서 부통령이 다른 각료직을 겸직하는 것은 관행이다. 현 제조마르 비나이 부통령은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회 위원장, 필리핀 해외근로자 문제에 대한 대통령 고문을 함께 맡았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부통령 선거에서 로브레도 당선인과 초 접전을 벌이다가 패배한 '친구'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의 아버지인 페르 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두 집안이 정치적 동맹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아버지 는 1959∼1969년 다바오 주지사를 지냈다. 마르코스 전 대통 령은 1965년부터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쫓 겨날 때까지 21년간 권좌에 있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로브레도 당선인이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독재의 부활'을 뜻하는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의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여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로브레도 당선인은 "각료 자리를 받든 못 받든 두테르테 당 선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차기 정부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해 허울뿐인 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차기 내각이 두테르테 당선인의 공언과는 달리 참신성 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지금까지 확정한 각료 35명 가운데 여성 은 3명에 그쳤으며 종교나 소수 민족도 배려하지 않았다고 월 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그는 재무부 장관에 오랜 친구이자 사업가인 카를로스 도밍 게즈를 내정하는 등 주로 자신의 '이너서클'에서 낙점했다. 공산 반군과의 화해 제스처로 사회복지부와 농업개혁부 장 관에 좌익 성향 인사들을, 관세청장에는 글로리아 아로요 정 부 시절(2001∼1010년) 쿠데타 모의에 참여한 해군 대령 출신 의 니카노르 파엘돈을 각각 내정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