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뿌리 깊은 가문•족벌정치에 경종 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1) 당선인도 딸과 시장직을 주고받는 등 자신의 지역구에서 세습정치를 해온 것으 로 나타났다. 17일 선거감시단체인 '책임 있는 투표를 위 한 목회자 교구'(PPCRV)와 현지 언론에 따르 면 두테르테 당선인의 딸 사라(37)가 지난 9 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99.6% 의 득표율로 3년 임기의 다바오시 시장에 당 선됐다.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대선에 출 마하고 빈자리를 딸이 메운 것. 그의 아들 파 올로는 다바오시 부시장에 당선됐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사라는 2010년에도 다바오시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 선됐다. 당시 두테르테 시장이 '시장 3회 연임' 제한 규정에 걸리자 사라가 시장 선거에 대신 나섰 다. 두테르테 시장은 부시장에 당선돼 딸 밑 에서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3년 뒤인 2013 년 다시 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만 6년 단임제이고 나 머지 선출직은 상원의원 2회, 하원의원 3회 등 연임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유력 가문은 가족 구 성원들이 선출 직위를 바꿔 출마하는 방식으 로 권력을 계속 꿰차고 있으며 두테르테 당선 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 무대가 중앙인지, 지방인지만 차이가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필리핀 중부 레이테에 서 태어났지만 다바오시에서 자라 이곳이 사 실상 고향이다. 그의 아버지는 1950년대 다바 오 주지사를 지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아버지의 정치적 기반 으로 바탕으로 1988년 다바오시 시장에 처음 당선됐으며 하원의원, 부시장 시절을 빼고 지 금까지 22년간 시장을 맡았다. 직업이 시장이 었던 셈이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대선에서 여당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 그레이스 포 상 원의원에 맞서 승리하자 족벌정치가 판치는 필리핀에서 '아웃사이더'가 돌풍을 일으켰다 는 평가가 나왔다. 로하스 전 장관은 필리핀 독립 이후 초대 대통령으로 이름이 같은 마누엘 로하스 전 대 통령의 손자이자 게리 로하스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필리핀의 한 교민은 "아키노, 로하 스 등 유력 가문이 이끄는 정치 무대에서 그 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 은 이례적이지만 그 또한 자신의 지역구에서 가문정치를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