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하 토플 응시자는 보호자가 시험장 에 없으면 점수를 무효로 하고 환불도 안 해 주는 불공정한 약관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 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영어시험주관 사업 자의 약관을 심사해 응시자에게 불리한 4개 유형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9일 밝혔다.미국교 육평가원(ETS·토플), YBM(토익), 서울대학교 발전기금(텝스), 지텔프코리아(지텔프)가 대 상이다. 토플 약관에는 15세 이하가 응시할 때 반 드시 보호자가 시험장에 함께 와야 하며, 보 호자가 시험장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성적을 무효로 처리하고 응시료도 돌려주지 않는 조 항이 있었다. 응시자 안전을 위한 약관이라는 게 ETS 주장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시험장 관리 책임은 주관 사업자에게 있고, 응시자에게 부당하게 불리 한 조항이므로 약관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 다. 악천후나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이미 치른 시험 점수가 취소될 수 있고, 이럴 때 재시험이나 환불 여부를 사업자가 일방적 으로 결정하는 규정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 로 결정하는 조항이므로 무효라고 봤다. 시험 취소나 재시험·환불은 사전에 구체적이고 합 리적인 기준과 사유가 명시돼야 하기 때문이 다. 공정위는 텝스와 지텔프 약관에서 성적 통보 보류자 관련 일부 조항도 지적했다. 이는 응시자가 부정행위 의심을 받아 성적 통보 보 류자로 분류되면 2주 안에 지정된 장소에서 단 1회 열리는 재시험에 응시, 부정행위가 아 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응시자에게 시간이나 정신적 부 담을 지나치게 주는 것으로, 해명 기회가 충 분하지 않아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 단했다. 토익 역시 성적 통보 보류자와 관련한 부당 한 조항으로 공정위의 지적을 받았다. 토익은 성적 통보 보류자로 분류된 날로부 터 6주 이내에 재시험을 보도록 한다. 군 복 무를 하거나 해외 연수 중이라면 1회에 한해 추가로 시험을 2주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공 정위는 군 복무·해외 연수와 같은 특수한 상 황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응시자에게 불리한 조항이므로 무효라고 봤다. 각 시험 주관사는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지적된 조항을 삭제하 는 등 자진 시정했다. 토플은 보호자 동반·상주 조건을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으로 변경했고, 점수 무효·응 시료 환불 불가 조항을 삭제했다. 텝스와 지텔프는 재시험 응시 기간을 2주 에서 6주로 확대했고, 재시험 결과에 불복하 면 한 차례 추가 기회를 주는 조항을 약관에 신설했다. 나머지 불공정 약관은 삭제했다. 바 뀐 약관은 이달 접수한 응시자부터 적용된다 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이태휘 약관심사과장은 "토플 15세 이하 보호자 동반 약관은 전 세계 공통 조항 이었지만 한국에서 처음 삭제됐다"며 "어학 분야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음으로써 응시자 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