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시장 규모 2천조원의 동남아시아로 '금융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8개국에서 현지 은행, 할부금융사 등의 인수• 합병(M&A)을 추진하거나 현지 법인 설립을 추 진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등에 서 현지 금융기관 M&A에 본격 착수한다.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할부금융사(캐피털사), 소액대출 금융회사(마이크로 파이낸스) 같은 비(非)은행 금융기관 인수를 검토한다. 하나금융이 먼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에서 M&A 가시권에 들었다. 최근 인도네시아 의 하나•외환은행 통합법인도 당국 승인을 받 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자동차가 잘 팔 리는 인도네시아에 캐피털을 두고, 베트남도 우 리나라와 정서가 맞아 (진출할 만하다)"고 말했 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선 우리은행도 최근 사우 다라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신한금융그룹의 현 지 은행 메트로익스프레스 인수가 올해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동남아의 M&A 대상 금 융기관 명단을 놓고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 중 이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의 경우 하나금융이 국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현지 지점을 둔 외 환은행이 계열사라는 점에서 가장 진출에 유리 한 상황이다. 우리금융[053000]도 필리핀의 현지 은행, 할 부금융, 저축은행 등을 놓고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동남 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M&A는 은행에 국한된 게 아니라 비은행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고 밝혔다. 중국에선 하나금융이 올해 3월께 '그 림자 금융' 양성화 입법을 기다려 현지 민생•길 림은행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하나금융은 러시아에서도 현지 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북아프리카에는 우리금융과 하나 금융이 HSBC, 바클레이즈 등 글로벌 은행과 합 작 진출한다. 단기간에 승부를 내는 M&A 대신 '현지 사무소→지점→법인'으로 점차 영역을 확 장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우리금융은 베트남의 지점들을 현지 법인으 로 전환하고 미얀마,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사무소는 지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중국 상하이(上海) 분행(分行• 지점) 설치와 동남아 진출을 병행 추진하고 있 다.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하는 것 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한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견줘 금융시스템이 낙후하고,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동남아에 진출 지역 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 가포르•태국•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라오스 등 8개국의 금융시장 규모(은행 신용)는 2012 년 1조9천700억달러(2천100조원)이다. 시장 규 모는 2009년보다 64.3% 급팽창했다. 같은 기 간 경상 GDP(국내총생산)도 51.2% 성장, 시장 의 잠재력도 높다. 김정태 회장은 "국내의 경쟁 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 장도 베트남 진출을 기반으로 비은행 부문의 신흥국 개척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외국 자본 에 대한 정서적 반감과 인•허가의 어려움을 극 복해야 한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고, 비 리나 부실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 동남아는 신용평가 모델이 덜 발달해 분명히 리스크가 있다"며 "과실을 얻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해외 진출 을 위해 조직•인력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 에 투자할 때 금융회사가 함께 나가도록 현지 금융당국과 '패키지 딜'을 하는 방안도 은행연 합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