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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주여성 DJ 제니 김 "한국인 목소리 커도 마음은 따뜻"

등록일 2019년03월09일 00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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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만연수원 통역사 겸 상담사, 다문 화가족 음악방송 DJ, 필리핀이주여성협회 부회장,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 서울필 리핀가톨릭공동체 사무국장, 한·필 헤리티 지문화교육협회 홍보대사, 세계필리핀재외 동포협회 한국 대표, 대통령 직속 필리핀노 동자라디오방송 한국 통신원…. 제니 김(41) 씨에게 따라붙는 직함은 이 것만이 아니다. 모 이주여성지원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한때 영어학원 강사 로 일하기도 했다. 영어와 타갈로그(필리 핀 토착어)로 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3개씩 운영하며 한국살이에 익숙지 않은 초보 필 리핀 이민자나 한국 이주를 준비하는 고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 다. 재한 필리핀인 사이에서는 마당발이자 전천후 도우미로 통한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다문화가 족 음악방송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인터 뷰하자 여러 장의 명함을 갖게 된 동기부 터 털어놓았다. "제가 2003년 한국으로 건너와 직장에 다닐 때 한국어가 서툴러 고생했어요. 그 런데 한국에 온 지 8년 된 고국 사람이 경 쟁심 때문인지 몰라도 제게 잘못 통역을 해주는 거예요. 이때 상처를 받아 나중에 한국어가 능숙해지면 꼭 좋은 데 쓰겠다고 결심했죠. 그 약속을 지키려고 틈나는 대 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있 습니다." 고향인 필리핀 세부의 남부필리핀대 (USP)를 다니던 제니 김 씨는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과 2000년 결혼했다. 2002년 아들을 낳은 뒤 이듬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부부가 함께 매달 린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아이를 키우기에 한국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다. "친정 부모도 우리 결혼을 반대하셨지만 시부모의 반대가 더 심했어요. 결혼식에도 안 오셨죠. 인천국제공항에서 처음 시어머 니를 뵀는데 손자가 아이 아빠를 닮았다고 좋아하시더군요. 남편과는 별거하다가 이 혼했어요. 그래도 시어머니는 제가 계속 모 셨죠. 남편보다 시어머니와 훨씬 오래 살았 어요." 다음 달 인천 동산고에 입학하는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엄마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가 필리핀인 이라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걸 싫 어했기 때문이다. 학부모 행사에는 할머니 (시어머니)가 참석하다가 제니 김 씨는 아 들이 4학년 때 처음 학교에 갔다. "저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 외모를 꾸미고 간 편이었죠. 전업주부인 다른 친구 엄마 들은 허름한 차림이었고요. 이를 본 아들 친구가 '너희 엄마 부자인 모양이구나'라고 하더래요. 그때부터 아들이 저를 부끄러워 하지 않게 됐죠. 그래도 아빠도 없이 사춘 기를 겪다 보니 고민이 많은가 봐요. 걱정 하며 달래다가도 어떨 때는 '필리핀에는 사 춘기 그런 거 없어'라고 말하며 마음을 다 잡아주기도 합니다." 제니 김 씨는 많은 직함 가운데 다문화 방송 DJ란 직함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 아들도 지갑에 엄마의 DJ 명함을 넣어 다 닐 정도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웅진재단이 운영하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 제니 김 씨가 최고참 DJ다. 2013년 초에 DJ를 해보고 싶다는 문 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력서를 보내라는 응답이 왔고,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채 용됐다. 만 6년을 진행하다 보니 팬도 많이 생기 고 애틋한 사연도 자주 받는다. 국내의 필 리핀인은 물론이고 모국에 사는 친지나 다 른 외국의 지인들도 잘 들었다는 안부를 수시로 전해온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필리핀 이주여성 을 만났더니 '힘겨울 때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들으며 위안을 받는다'고 털어 놓더군요. 제가 '그 진행자가 바로 나야'라 고 말하자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습니다. 통 역을 위해 경기도 광주의 사업장을 방문했 는데, 사업주가 거만한 태도로 저를 대하다 가 방송국 DJ 명함을 건네주니 갑자기 태 도가 공손해지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언론 의 힘이 세다는 걸 실감했죠.(웃음)" 오는 3월 3일은 필리핀과 한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이다. 주한필리핀대사관과 주필리핀한국대사관은 각각 기념식과 행 사를 준비하고 있다. 제니 김 씨는 다음 주 라울 에르난데스 주한필리핀대사를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스 튜디오로 초대해 생방송으로 인터뷰할 예 정이다. "저도 한국과 필리핀의 교류 역사를 잘 몰랐어요. 10년 전 수교 60주년 기념행사 에 참석했다가 6·25 전쟁 때 필리핀이 아시 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에 전투병을 보내준 사실을 알게 됐죠. 그 뒤로도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 니다. 지금은 한국이 잘살게 돼 필리핀이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수교 70주년을 계 기로 양국 관계사가 널리 알려지고 두 나 라 국민이 더 가까워지기 바랍니다." 한국인 아빠에게서 버림받은 필리핀 혼 혈, 즉 코피노는 감추고 싶은 한국의 치부 이자 이대로 두면 양국 우호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제니 김 씨는 현재 21살짜리 코피노와 함께 살고 있다. 다행히 아빠를 찾았고 그가 자신의 딸임을 인정해 한국 국적을 얻었으나 엄마 아빠 모두 건강이 좋 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코피노는 4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누 구도 정확한 숫자를 몰라요. 코피노를 돕 는 민간단체들이 있지만 장삿속으로 운영 하거나 범죄 수법을 동원하는 곳도 있다 고 들었어요. 코피노 아빠를 찾아가 폭로하 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양육비를 받아주 면 얼마씩 떼기도 한다는군요. 양국 정부 나 공공기관이 나서 아빠를 찾아주고 양 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 니다. 아이를 낳았으면 당연히 부모가 함께 책임을 져야죠.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국에서는 이들을 데려와 키우는 게 도움 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 와서 문화가 달라 가장 당황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묻자 "목소리가 커서 놀 랐다"고 대답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만 정작 속마음은 따뜻하다는 걸 한참 후에 알았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을 들려 달라고 하자 "필리핀 사람들은 생활이 어 려워도 만족하며 사는데 한국인들은 가진 게 많은데도 좀처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양한준(편집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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