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아시아여성연구소, 배우자 수기 공모전 수상작 3편 선정
"아내가 자기 전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 었다. '여보는 왜 날 사랑해?' '부부니까 사랑 하지. 자꾸 그런 건 왜 물어?' 나의 대답에서 약간의 짜증스러움을 느낀 아내는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의 결혼이주여 성 배우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 된 정영진 씨의 글은 아내와 나눴던 짧은 대 화로 시작한다. 3년 전 국제결혼 중개를 통해 베트남 여성 과 결혼한 그는 "부부니까 서로 사랑하려고 노력한 것이지 사랑해서 부부가 된 것은 아니 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서로를 알고 싶어 말이 통하지 않 아도 많은 대화를 했다던 부부. 하지만 지금은 아내의 한국어 실력이 늘었 음에도 대화는 오히려 줄었다고 했다. 정 씨는 "베트남 남자는 집안일을 많이 하 는데 자기는 언제부턴가 아내에게 한국식으 로 살 것을 요구했다"며 "아내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고 이유를 찾았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공모전에서 정 씨를 비롯한 수상자들은 결혼 생활에서 이해와 배 려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상작으로는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2편이 뽑혔다. 우수상 수상자인 조용환 씨는 수기에서 "사랑 은 기다림"이라는 말로 결혼 생활을 정의했다. 9년 전 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 혼한 그는 첫날밤 '시간을 조금 달라'며 자신 을 거부하는 아내를 보고 당황한다. 중개업체는 아내의 여권을 감추고 전화도 통제하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받아들일 수 없 었다. 조 씨는 "여권을 무기로 아내를 잡아둬야 한다면 그것은 결혼 생활이 아니라 언제 도망 갈지 모르는 아내를 볼모로 잡고서 불안하게 사는 것"이라며 아내를 기다렸고, 아내는 차 츰 마음을 열었다. 수상작에 나타난 한국인 남편의 주된 고민 은 육아였다. 언어부터 학교생활 지도까지 남편은 엄마 의 역할까지 종종 해야 했다. 2006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성희준 씨(우수상)는 "아이 음식 고르기부 터 학원 알아보기까지 일반 가정 같으면 엄마 에게 맡길 만한 일들이 내게 돌아왔다"고 적 었다. 아이가 언어 학습과 대인 관계에서 또래보 다 많은 문제에 직면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 프지만 이중언어를 구사하며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뿌듯하다고 성 씨는 이 야기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을지 모르는 차별과 정 체성 혼란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성 씨는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집단 따돌 림, 소극적 대인 관계, 정체성 혼란 등의 심리 적 부적응이 제일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조 씨 역시 "결혼 이후 다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의식은 별로 나아지지 못해 아이들의 장래가 염려된다"며 정책적 지원과 사회 인식 의 변화를 촉구했다. 숙대 아시아여성연구소는 2008년부터 결 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모국어로 쓰는 나의 한국 살이' 공모전을 열어왔지만 올해는 다문 화가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배우 자 수기 공모전도 함께 개최했다. 연구소 측은 "배우자 수기 응모작들은 사 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사실적인 이야 기들"이라며 "특히 수상작은 역지사지의 마음 과 한발 먼저 다가서는 아름다운 실천이 돋보 였다"고 평했다. 이주여성 수기 공모전에서는 필리핀 출신 조은하(현지명 레오니자 헤노리스 아레노) 씨 가 대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모두 3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