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영사조력을 통해 사건·사고로부터 재 외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 여 노력하여야 하며….” 지난 15일 공포된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 사조력법’ 제3조 규정의 일부다. 헌법 제2조 제 2항에 명시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 의무가 비 로소 법률제정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270만명에 이르는 우리 국민이 외국에 서 거주하고, 연간 280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 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당하는 사 건사고는 연간 2만건에 육박하고, 해외 수감 국 민도 1400여명에 이른다. 해외에 있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영사조력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 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 외순방지인 워싱턴 동포간담회에서 우리 국민 들과 동포들의 안전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 5월 외교부에 해외안전지킴센터가 설 치됐다. 재외공관과 함께 해외 사건사고를 24시 간 모니터링하면서 신속하게 초동대응할 수 있 게 됐다. 사건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 는 38개 재외공관에 39명의 사건사고 담당 영 사가 증원됐다. 지난해 10월 사이판에 태풍이 강타했을 때, 군수송기가 파견되어 800명에 달 하는 우리 여행객이 위험지역을 안전하게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 제정된 영사조력법은 정부의 준비기 간을 거쳐 2년 후인 2021년 1월 16일부터 시행 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기간 중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재외국민 보호 기본계획과 집 행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영사조력법은 영사조력이 필요한 상황 을 형사절차, 범죄피해, 사망, 실종, 해외위난 상 황 등 유형별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재외국 민 보호업무는 대민 밀착형 서비스이므로 이러 한 유형별 상황에 따라 재외공관이 국민 보호 에 나설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 련해 나갈 계획이다. 주요 외국어 통역 서비스 를 포함하여 국가별, 상황별 맞춤형 정보를 제 공할 수 있는 영사콜센터 상담 인력과 사건사 고 현장으로 급파되는 영사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이다. 그러나 영사조력법이 추구하는 재외국민 보호는 정부 주도의 행정으로만 구현 될 수 없다.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한두 명의 영 사가 대한민국 영토보다도 넓은 지역을 담당하 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우리 국가 공권력이 닿 지 않는 외국에서 영사가 제공할 수 있는 조력 은 국내의 유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보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 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국민 스스로가 체류국 의 법령과 제도를 준수하고 문화 및 관습을 존 중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안전정보를 숙지하는 등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 를 다해야 한다. 영사조력법도 이 점을 강조하 고 있다. 정부는 “출국에서 입국까지” 우리 국민 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출 국 전에는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해외여행 안전정보를 보다 충실히 제공할 것이다. 출국 후 우리 국민들이 현지에서 사건사고를 당하게 될 경우, 친절하고 업무를 잘 처리하는 영사콜 센터 상담전화와 재외공관의 사건사고 담당 영 사 서비스가 24시간 대기토록 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외국은 외국. 해외여행에 앞서 안전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여행 중에도 그 나라의 법령과 관습을 존중하는 등 국민 스스 로도 사건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긴요하다. 영사 조력법이 지향하는 재외국민 보호 일류국가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할 때 한걸음 더 가까이 있 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