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블랙 나 자렌'(Black Nazarene) 퍼레이드라는 종교 축제행사가 열렸다. 블랙 나자렌은 십자가를 지고 있는 실물 크 기의 검은 얼굴 예수상으로 1606년 멕시코의 조각가가 만든 나무 예수상을 필리핀으로 운 반하는 도중 배에 화재가 발생해 예수상의 얼 굴이 검게 변한 데서 유래했다. 이 조각상은 마닐라에 들어온 이후 지진과 화재에도 훼손되지 않고 여러 차례 기적을 일 으켰다고 한다. 필리핀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서는 기적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검은 예수상을 만지거나 문지른 천을 통해 성스러운 힘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해 마다 수백만 명의 신도들이 도심 행렬에 참가 한다. 이 퍼레이드는 '블랙 나자렌'을 현재의 키아 포 성당(Quiapo Church)으로 옮긴 것을 재현 하는 필리핀 최대의 종교 행사로 1월 8일에서 9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미사를 치르고 '블랙 나자렌'을 가장 처음 보관한 장소인 리잘 공 원(Rizal Park)에서 아침 기도를 올리는 것으 로 시작된다. 필리핀 인구의 80%가 넘는 가톨릭 신자들 은 이 퍼레이드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축복을 받는다고 믿고 있다. 참가자들은 '검은 예수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몸싸움은 물론 일부 시민들은 며칠 전부터 노숙하기도 한다. 검은 예수상 근처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예수상이 실린 수레를 끄는 밧줄이라도 잡아 보려 애쓴다. 수백만 명이 참석하기 때문에 어지러움, 탈 수 등 부상자가 속출하며 사망자가 발생하기 도 한다. 이 성스러운 행렬을 보기 위해 필리핀 전역 은 물론 전 세계에서 많은 관람객과 순례자들 이 마닐라를 찾아온다. 필리핀 정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1만5천 명이 넘는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