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여 명이 거주하는 필리핀 한인사회가 더 커지고,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발 휘하겠습니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이 혁 주필리 핀 대사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느 지역의 동포사회처럼 거상(巨商)도 나오고, 현 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도 배출하 도록 외교 업무의 방향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또 한인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챙 기며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동포들은 제조업을 비롯해 요식업•관 광업•소매업 등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 다. 필리핀의 외국인 투자제한 정책과 높은 한 국 경제 의존도 때문에 일부 제조업 종사자를 제외한 동포들은 생활기반이 다소 불안정한 실 정이다. 이 대사는 한국을 필리핀에, 필리핀을 한국에 홍보하는 데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현지 유력지인 '필리핀 스타'에 한국 관련 칼럼을 기 고하는가 하면 국내 경제지에도 필리핀을 소개 하는 글을 싣고 있다. 다음은 이 대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 고 있는가. ▲ 필리핀은 아세안(ASEAN) 국가 가운데 첫 번째로 한국과 수교했고, 6•25 때 7천420명을 파병한 전통적인 우방이다. 이런 토대 위에 양 국관계는 여러 분야에 걸쳐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필리핀의 4위 투자국이자 5위 교 역국이며, 필리핀은 우리의 개발원조 중점 지원 국가이다. 필리핀을 찾는 연간 한국인 방문객이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해 전체 외국인의 25% 를 차지했다. 필리핀 지도부와 일반 국민은 친 한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K-팝과 한 국 TV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가 더 높아지고 있다. 현재 양 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며, 앞으로도 관 계가 발전할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 필리핀 내 한인 간 강력범죄가 빈번한데 대책은 없는가. ▲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 가운 데 한국인 가해사건 비율은 2012년 28건 가 운데 10건(35.7%), 2013년 6월 현재 20건 가 운데 8건(40%)이다. 대사관에서는 2010년부 터 경찰 등 주재국 법 집행기관과 '한인사건 종합 대책회의'를 분기별로 열고 있다. 한인 안전 보호 대책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경찰청 내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한인 관련 사건•사고를 전담하고 있다. 또 순회영사를 두어 '지역별 한인간담회'를 순 회 개최하고, 한인회 등 단체와의 네트워크 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홍보를 강화하고 있 다. 거점 지역 내 한인들의 '자경(自警)조직'도 설치해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급증하는 영사 수요 충당을 위해 영사협력원을 증원하고 세 부에 출장소도 개설했다. --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전 참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 돈독한 양국관계 발전의 기초를 놓았다고 보고 있다. 주재국 인사들은 오늘날 발전한 한국 을 보면서 필리핀의 참전과 희생이 한국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면서 참전을 매우 가치 있는 일이 었다고 이야기한다. 대사관뿐만 아니라 동포사회 에서도 다양한 계기에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감 사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전액(약 12억원) 국 고 지원으로 한국전 참전 기념관을 건립했다. 한 국 정부가 지원한 30만 달러를 포함해 한국전 참 전용사 후손을 위한 장학기금도 운영하고 있고 참전용사 재방한 초청 사업도 펼치고 있다. 현재 약 700명의 참전용사와 가족이 한국을 방문했다. -- 필리핀에서의 한류 열기는 어떤가. ▲ 거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지 난 2003년부터 한국 TV드라마가 현지 주요 방 송국에서 방영된 이래 요즘에도 매일 1∼2편 의 한국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있다. 한국 가요는 2009년부터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드라마의 인기를 능가한다.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아키노 대통령의 캠페인 송으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총선에서 많은 후보자의 캠페인 송으로 사용됐다. 음식, 화장 품, 한국 스타일 패션 등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이른바 코피노 가정을 위한 지원 대책은. ▲ 최근 필리핀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이 급증 하면서 주로 필리핀에 체류하는 한국 남성과 필 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 즉 코피노도 증 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만 명을 상회한다고 추정하지만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 황이다. 당초 '한국계 혼혈'이라는 중립적 의미가 국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한국인 아버지에 의 해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 면서 필리핀 내 동포사회에서는 코피노라는 용 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재 KOICA 마닐라 사무소는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 복지회와 함께 코피노 아동 밀집지역인 앙헬레스 지역에 '도시빈민 아동의 역량 강화를 위한 앙헬 레스 무궁화 아동센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