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이거나 졸업한 필리핀 유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한국에 있는 어느 누구와 다르지 않게 졸업 이후의 진로 문제이다.
그러나 후진국에서 졸업했다는 기업의 불신과 편견으로 유학생들의 취업이 불가피한 가운데 최근 21살 나이의 한 유학생이 36:1의 경쟁률을 뚫고 청와대 정치관련 업무를 맡게 되어 유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변숙현(21,정치학전공)씨는 지난 2006년 아테네오 대학 정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 법대 입학을 준비하던 중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난 공고를 보고 급히 서류를 접수했다. “청와대에 8개 분야로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제 전공과도 연관되고 좋은 기회이다 싶어 접수했어요”라고 변씨는 말했다.
1차 서류전형을 당당히 통과하고 2차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에 한국으로 건너간 변씨는 서울대, 연세대 등 쟁쟁한 학교 출신의 경쟁 후보자에 놀란 마음을 금치 못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다들 언어실력이 출중하고 명문대 출신들이라 경쟁자들이 막강하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면접관들은 오히려 필리핀 출신인 저를 더 관심있게 보시더라구요”며 그때를 회상했다.
면접관이 ‘어떻게 필리핀으로 갔고 거기서 자란 배경이 어떠했느냐’라는 질문에 변씨는 ‘아버지가 97년에 필리핀에 발령받아서 가게 되었고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 부모님이 정해준 이길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 성과도 있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한 것이 좋은 영향를 미쳤는지 지난 3월 21일 청와대는 변숙현씨에게 합격을 전했다.
오는 4월 중순부터 청와대에 들어가 정무업무를 볼 변씨는 “아직은 사실 실감이 안난다. 많은 것을 배우고, 받아드리고 또 기회가 있다면 나의 작은 지식으로라도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다”고 소감을 밝히며 이번 청와대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거나 외교 통상부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밝혔다.
변씨는 또한 후진국 대학을 나와 취업 현실이 어렵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 만큼 지레 겁먹지 말고 실력을 키워나간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찾아온다. 자기 자신을 ‘나는 특별하다’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자기개발을 노력한다면 이제까지 공부한 것들이 허실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필리핀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 보다 인건비가 싼 필리핀인을 고용하려 하고 관리자 및 본사직원은 대개 한국에서 파견 나온 사람을 고용한다. 그로 인해 필리핀 대학교를 졸업한 유학생이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우수한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는 소수로써 이번 변씨의 사례는 필리핀에서도 무한한 실력을 갖출 수 있고, 타 유학생들의 뚜렷한 목표의식을 다시 가질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장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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