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주한필리핀대사관의 주관으로 막사이사이상 역대 한국인 수상자 모임이 열렸다. [연합뉴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 한국인 모임 행사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주한필리핀대사관과 막사이사이상재단 공동 주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난해 한국-필리핀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라몬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이듬해부터 매년 공공선에 헌신한 인물에게 수여되고 있다.
1958년부터 2024년까지 총 353명이 수상했으며, 수상자에는 달라이 라마, 테레사 수녀, 미야자키 하야오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인 수상자는 민주화 운동가 장준하 선생, 푸른나무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등을 포함해 총 20명에 달한다. 특히 재단은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에 주목해왔으며, 1960~1980년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적이었던 시기에 한국 여성에게 세 차례 상을 수여했다. 1963년 김활란 박사, 1975년 변호사 이태영이 각각 수상한 바 있다.
행사에 참석한 델리아 앨버트 전 필리핀 외교장관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여성 권리 신장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용기 있는 여성 리더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앨버트 전 장관은 필리핀 최초 여성 외교장관으로 현지에서도 명성이 높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필리핀대사는 "막사이사이상은 공공선에 헌신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영예로운 상"이라며 "한국과 필리핀은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함께 겪은 전우이자, 막사이사이상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준하 선생의 아들이자 장준하기념사업회 회장인 장호권,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1989년 수상자인 김임순 애광원 원장, 2002년 수상자인 법륜 스님 등이 참석했다.
법륜 스님은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평화의 출발점"이라며 "나만 옳고 남은 틀렸다는 생각은 커다란 해악을 불러온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 수상자인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은 "학교폭력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다"며 "그러나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다 보면 반드시 배우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를 계기로 1995년 재단을 설립했으며, 꾸준한 노력으로 국내 학교폭력 비율을 크게 낮추는 데 기여했다.
한편, 막사이사이상재단은 지난해 역대 수상자들의 삶을 조명한 7권의 책을 발간했으며, 오는 23일에는 주한필리핀대사관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개선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