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중앙홀서 취임 선서하며 권력 승계…4년만에 화려하게 복귀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으로 평가받겠다"…대외개입 자제 예고
"무역 시스템 재평가하고 외국에 관세 부과…남부국경 비상사태 선포"
취임 선서하는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워싱턴 정계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만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직에 복귀하며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선포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며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뒤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며 집권 1기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국정의 모토로 내세웠다.
아울러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트럼프판 신고립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이자 통합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에서는 단 하루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권을 되찾을 것이며 안전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고,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밝혀 파장을 예고했다.
통상 및 국내 정책 면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스템 재점검 및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남부 국경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는 한편, 서류없이 입국한 사람들의 심사 대기기간 중 미국내 체류를 불허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불법 이민자 차단책을 발표했다.
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 등에 대한 시추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녀 2개의 성별만 있게 될 것"이라며 과거 민주당 정부 때 강화된 성소수자 권익 증진 정책을 대대적으로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취임사에서 "상식의 혁명"을 다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순차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지금을 있게 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이념'의 적자로 평가받는 JD밴스 부통령도 이날 선서를 하고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 단임 대통령으로 물러났으나 대선 결과 부정과 의사당 폭동 사태 등에 따른 4차례 형사 기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5 대선에서 완승, 4년만에 화려하게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특히 1946년 6월 14일에 태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준 78세 7개월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미국 역사에서 트럼프처럼 한번 대통령을 지냈다가 연임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22대 대통령을 거쳐 1893년 24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민주) 이후 132년만이다.
연방 상·하원 역시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연방대법원도 대법관 성향 비율이 6대3으로 보수 우위가 확고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권력 기반을 갖춘 채 대통령직을 시작하게 됐다.
'미국 우선주의', '안보 무임승차 불가', '힘에 의한 평화', '관세 제일주의' 등을 국정 핵심 기조로 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글로벌 안보와 통상 질서는 대변화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1985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애초에는 전통대로 의사당 밖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북극 한파에 따른 강추위로 인해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취임식 장소를 실내로 옮겼다.
실내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에는 약 800석 정도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Emancipation Hall)에 1천800석 정도의 자리가 별도로 준비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의사당에서 1.3㎞ 정도 떨어진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생중계로 취임식 장면을 지켜봤다.
바이든, 백악관 차담 이어 취임식장까지 전용차 동승…후임 축하하는 전통복원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면서 전직이 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을 되살리면서 후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차담에 이어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선서 및 취임사를 지켜본 뒤 후임 대통령의 환송을 받으면서 워싱턴을 떠났다.
정확히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식에 불참한 '흑역사'를 이번에는 끊어내면서 전직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전통을 다시 이어간 것이다.
이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1869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소추에 가담했던 율리시스 그랜트 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했을 때가 처음이었고, 이후 152년 만인 지난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했을 때뿐이었다.
자신이 4년간 펼친 주요 정책을 사실상 모두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면서 참석자들이 수차례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은 한쪽 손에 턱을 고이고 있는 등 계속 앉아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인 전날 가자지구 전쟁 인질들이 석방됐다는 얘기를 할 때 한 차례 일어나 박수를 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낼 것"이라고 말할 때는 앉은 채 박수를 치기도 했다.
푸틴 "축하…우크라 문제 대화에 열려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새 미 정부와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미국 상황을 보고해달라면서 "오늘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정당한 이익을 존중하는 것을 기반으로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의 휴전은 분쟁을 계속하기 위해 군대를 재편성하고 재무장할 기회를 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새로 선출된 미 대통령과 그의 팀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퇴임하는 미 정부 때문에 중단된 러시아와의 직접 접촉을 복원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또 제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발언도 들었다"며 "이러한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마닐라서울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