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저널리스트 마리아 레사 래플러 대표 사진 래플러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가 미국 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팩트 체크(사실 확인) 기능을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의 무분별한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을 지켜온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이번 조치가 민주주의와 언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리아 레사“메타, 독재자에게 적합한 세상 만들고 있다”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레사는 8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타의 결정에 대해 “사실이 사라진 세상은 독재자에게나 적합한 세상”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팩트 체크 폐지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 데 대해 “완전히 잘못된 논리”라며 “이런 결정은 수익과 권력을 좇는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사는 이어 “언론인들은 기준과 윤리를 기반으로 사실을 확인한다”며 “페이스북은 이제 이를 제거하고 거짓, 분노, 혐오가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전염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적 의도와 국제 사회의 우려
저커버그는 팩트 체크 프로그램 폐지 이유로 “팩트 체커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신뢰를 더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선된 직후 발표되어 정치적 의도가 담긴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메타는 또한 이 조치와 함께 “이민, 젠더 등 일부 주제에 대한 제한을 제거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국 팩트 체크 기관 풀팩트의 크리스 모리스 대표는 메타의 발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팩트 체크 의욕을 꺾을 수 있는 퇴보 조치”라며 우려를 표했다. 인권 단체 글로벌위트니스는 이번 변화가 여성, 성소수자, 유색 인종, 과학자 및 활동가들에게 더 큰 온라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타의 과거와 지속되는 문제
메타는 과거에도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 확산 문제로 국제적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당시 페이스북이 혐오 표현과 폭력을 조장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2021년에는 내부 고발자를 통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안전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메타는 당시 이를 부인하며 안전을 위해 13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팩트 체크 폐지 결정은 과거의 비판을 재조명하며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리아 레사, “정보 무결성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마리아 레사는 이번 결정이 언론과 민주주의에 “매우 위험한 시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2025년은 저널리즘 생존에 있어 중요한 해”라며 “정보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레사는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 시절 독립 언론 래플러를 통해 권력의 부패를 폭로하며 여러 차례 체포와 기소를 겪은 바 있다. 그의 언론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메타의 팩트 체크 폐지는 미국 내에서만 적용될 예정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허위 정보 확산과 민주주의 훼손의 여파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메타의 책임과 한계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가디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