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대해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는 작년 5월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해제했던 PHEIC을 1년 3개월 만에 재선언한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보건규약 긴급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받아들여 엠폭스에 대한 PHEIC을 선언했다.
PHEIC은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PHEIC이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긴급위원회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엠폭스의 확산이 빠른 데다 발병국의 의료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강도 높은 질병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유럽과 미주 등지로 엠폭스가 번지자 WHO는 2022년 7월 PHEIC을 선언했다. 그러다가 같은 해 하반기부터 확산이 둔화하면서 선언 10개월 만인 작년 5월 PHEC 해제가 발표됐다.
그러나 또 다른 하위 계통의 엠폭스가 아프리카에서 작년 9월부터 확산 조짐을 보였다. 가장 확산이 빠른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올해에만 확진 사례 1만4천479건, 사망 455명 등이 나왔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에서 엠폭스가 발병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엠폭스 확산은 모두가 우려해야 할 문제"라며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웨덴서 엠폭스 변종 첫 확진
북유럽 스웨덴에서 15일(현지시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변종 엠폭스의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내 엠폭스 확산 우려가 커질 전망된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보건 당국은 "오늘 오후 스톡홀름에서 치료받던 사람이 엠폭스 바이러스 '하위 계통(Clade) 1b'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하위 계통 1b 감염이 확인된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변종 엠폭스가 발병한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감염됐다"며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엠폭스 환자를 안전하게 진단, 격리, 치료할 준비가 돼 있다"고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파키스탄서도 엠폭스 발생
세계보건기구(WHO)가 엠폭스 경계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파키스탄에서도 관련 환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보건부가 밝혔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보건부는 이 환자는 최근 중동 한 국가에서 귀국했다면서 해당 환자가 새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지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환자는 올해 들어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첫 엠폭스 환자다.
파키스탄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모든 육상 국경검문소와 공항 직원들에게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귀국자들 가운데 엠폭스 감염증상이 있으면 샘플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환자의 증상은 현재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해당 환자가 중동의 어느 국가를 방문했는지 불분명하며 중동 지역에서는 새 변종 바이러스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WHO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022년 이래 엠폭스 확진환자 16명이 보고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