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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맛있는 추어탕 (마카티 논두렁 편)

등록일 2009년12월28일 12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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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12-28
 

추어(秋漁)!

미꾸라지의 한자 이름이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추어탕은 환절기인 가을철을 대표하는 보양식이다. 강이나 논에서 서식하는 미꾸라지는 겨울잠을 자는 민물고기이다. 따라서 여름철에 통통하게 살이 오를 정도로 영양분을 비축하기 때문에 벼를 수확하고 난 논에서 구할 수 있는 미꾸라지는 농촌 사람들에게 아주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해 주었다.

미꾸라지의 효능과 맛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효능으로 따지자면 거의 최고급의 고단위 영양제로서 부족함이 없다. 우선 양질의 단백질이 많고 칼슘, 비타민 A,B,D가 많아 정력을 돋구어 주는 강장, 강정 식품이다. 그래서 옛부터 몸이 허하면 미꾸라지탕이나 미꾸라지 어죽을 만들어 영양을 보충해왔다. 미꾸라지에 있는 지방도 양질의 불포화 지방산으로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고 비만증의 환자에게도 이롭다. 또한 미꾸라지의 내장까지 같이 끓여내는 음식이라 내장에 있는 비타민 A,D 모두를 섭취할 수 있다. 추어탕은 분명 미식가들이 찾는 대표적인 메뉴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또한 맛에 대한 컬럼을 쓰게 되면 꼭 한 번은 다루고 싶은 매력적인 소재 중 하나이다.

오늘은 한국에서 통미꾸라지를 공수해 와서 추어 요리를 하는 “논두렁”(마카티 소재)을 찾아 왔다. 미꾸라지를 요리하는 방법으로 서울식은 통째로 미꾸라지를 넣어 끓여 낸다. 이름하여 “추탕”.

비쥬얼 상으로도 그렇고 남성의 거친 터프한 맛의 식감을 준다. “논두렁”은 이렇게 서울식의 추탕과 남원식의 미꾸라지를 푹 삶아 뼈째 갈아서 끓여 내는 두 가지 방식의 맛을 선택해서 맛 볼 수 있는 필리핀에서는 흔치 않은 식당이다.

한국에서는 남원의 추어탕을 최고로 꼽는다. 지형학적인 면이 큰 몫을 하는데, 지리산을 통해 고랭지 시래기를 구할 수 있고 섬진강 줄기가 되는 지류 곳곳에 미꾸라지를 비롯한 민물고기가 많은 까닭이다. 향토 음식을 다른 지방에 가서 같은 맛을 내기는 힘들다. 하물며 이국 땅인 이 곳에서 향토 음식을 과연 재연할 수 있을까? 미꾸라지 가루를 수입해 추어탕을 끓이지 않는 “논두렁”에서 그래도 상당히 가까운 맛의 만족을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초피 가루나 방앗잎(곽향)을 구경할 수는 없지만 사람에 따라 그 향신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으니 대중적인 입 맛인 입장에서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미꾸라지를 삶아 으깬 후 된장과 토란대, 들깨가루,시래기, 부추, 파, 마늘, 고추가 들어 가니 얼큰하고 구수한 맛이 입 안 가득하다. 보양식은 조금 묵직한 음식이다. 그런 연유로 첨가되어 지는 부재료의 양념들도 가볍지 않고 깊이 우려낸 맛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맛의 정체성은 무겁고 깊어 뇌의 한 구석에 각인되어 잊지 못할 맛으로 자리 잡는다. 패스트 푸드 나부랭이에 입 맛이 적응돼 가벼운 미각으로 구축된 미치들은 이 맛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분들이나 아이들에게는 통미꾸라지 탕인 추탕보다 이렇게 갈아 만든 추어탕이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  들깨 가루에서 묻어나는 은근한 향과 혀로 달라 붙으며 감기는 국물은 아주 여성적이다.  청량 고추가 들어가 약간은 얼얼한 매운탕식과 된장 풀어 구수한 추어탕식의 두 가지 맛을 선택할 수도 있다.

추어탕을 개시한 초기에는 살아 있는 한국산 미꾸라지를 항공편을 이용하여 가져와 사용하였다. 그 때 당시 필자도 이 곳에 와서 수족관에 살아 움직이는 한국산 미꾸라지들을 이국땅에서 보면서 반가웠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생물을 살아 있는 체로 공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요즘은 급냉을 시켜 한국산 미꾸라지를 들여와서 사용한다. 진한 국물의 추어탕을 꺼리는 아이들이나 미꾸라지에 대한 편견으로 추어탕을 안 드시는 분들에게는 미꾸라지 튀김을 권하고 싶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맛과 담백한 맛이 한데 어우러진다. 뼈째 먹는 보양식이니 성장기의 아이들의 자연산 칼슘 섭취는 두 말할 나위 없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민물 생선에 대해 비릿하고 진흙내음이 날 것이라고 편견을 갖고 안 드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추어탕과 미꾸라지 튀김으로 그런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다.

강원도 깊은 계곡의 농촌 마을에서 겨울에 맛 볼 수 있는 민물고기 어죽을 먹어 봐도 민물고기의 맛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만다. “논두렁”에서 맛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식은 “들깨 칼국수”이다. 아무래도 영양탕이나 추어탕에 들깨 가루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거기에서 착안된 메뉴 같다. 한 젓가락 크게 건져 잡아 입에 넣으니 별미라는 말이 정확하게 어떤 맛인지 깨닫게 된다. 들깨향과 쫄깃한 손칼국수의 면발이 아주 자연스럽다. 여성분들의 입 맛을 틀림없이 사로 잡을 맛이다.

 

올해 시작을 “떡국”에 관한 얘기로 컬럼을 시작했는데 벌써 한 해를 마감하는 회를 쓰게 되었다. 맛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고 많은 음식점들을 다니며 식당 사장님들로부터 귀한 정보들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종종 원고 마감일을 넘겨 “마닐라서울” 편집부 기자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였다. 지면을 통하여 그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새해에도 더 다양하고 정확한 맛에 대한 글과 정보, 필리핀 내에 있는 로컬 식당 및 한국 식당들을 열심히 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비록 더운 나라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몸은 시기적으로 겨울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추어탕과 추어 튀김으로 영양도 보충하시고 들깨 칼국수로 고향을 추억하며 회상하시길...

 

“새해에는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 더욱 더 많은 맛있는 시간들을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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